韓國戰爭과 水谷

한국전쟁 당시 수곡면에서의 전투상황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한국전쟁 기간중에 수곡면과 관련된 사건은 1950년 8월 6일 발생한 미군폭격에 의해 원당리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역사적 기록만이 보일 뿐이다. 한국전쟁과 수곡면에 대한 역사는 원당리 폭격사건에 대해 알아본다.


수곡면 원당리 폭격사건 (1950년 8월 6일)

수곡면 원당리 폭격사건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6일, 수곡면 원당리에서 일어났던 미군폭격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의 사망도 많았다. 이 중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군이 아닌 한국군과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이다. 진주지역에서도 미군 또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제기되고 있다.
미군기의 진주시가지에 대한 본격적인 공습은 진주가 인민군에 함락되던 날부터 시작되었다. 미 극동공군은 인민군이 진주에 들어온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진주시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는데, ‘하늘을 나는 요새’라고 불린 B-29편대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서 수많은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투하했고 매일같이 미군전투기가 진주상공을 선회하며 기총사격을 가했다.
이처럼 진주에 대한 미군의 폭격은 진주가 인민군에게 점거된 기간이 두 달 남짓이지만 인민군들이 진주를 낙동강 전투의 최전방 보급창의 전진기지로 삼고 완강한 저항을 한 곳이기 때문에 전국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진주의 피해는 막대했다.
미군기의 공습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김없이 가해졌다. 8월 1일 진주 인근의 사천군 곤명면 조장리 주민들이 공습을 피해 마을 앞 하천제방에 모여있었는데 미군기의 공격으로 54명이 사망하고 47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8월 6일에는 미군기가 수곡면 원당리에서 마을 한 가운데 있던 집을 폭격하여 일가 4명을 포함한 7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것이 수곡면 원당리 폭격사건이다.
당시 상황을 보면 원당리 한 길가에 집이 있던 강가매(당시 12세)는 아침밥을 먹고 이웃집에 놀러 갔는데, 그 사이에 미군기가 나타나 폭격과 기총사격으로 집에 있던 가족과 이웃 주민을 사상시켰던 것이다. 이와 함께 수곡면 원당리 주민들은 인근 대평 들녘으로 피란을 가던 피란민들이 미군기의 폭격으로 한꺼번에 사망하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다 죽여라 다 쓸어버려라』한국전쟁후 민간인학사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편)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에서 미군기에 의한 양민학살이 이루어 졌다는 정황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사천시 곤명면 조장리와 불과 1㎞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동네라는 것이다. 둘째, 당시 이곳에는 북한군이 주둔했다는 흔적이 없어 미군의 오인으로 양민에 대한 폭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강씨의 집은 한 길가에 있어 미군이 전쟁 중 마을 가운데 한 길가에 있는 큰 집을 대상으로 무조건 폭격을 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1999년 10월 24일 밤, 문화방송이 입수해 공개한 당시 미군기의 민간인 공격을 담은 필름 속에서도 드러난 사실임)는 점이다. 넷째, 당시 미군이 떨어뜨린 폭탄 하나가 강순중씨의 담장사이에 아직도 묻혀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마을 뒷산에 있는 비석에 기관총을 맞은 자국이 비스듬히 나있어 하늘에서 기관총을 쏜 흔적으로 추정된다.
원당리 폭격사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950년 8월 6일 아침 경,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 강가매(당시 12세)씨가 아침밥을 먹고 이웃에 놀러간 사이에 마을 한 길가에 있던 강씨의 집과 집 옆의 방앗간 그리고 이웃해 있던 집들에 미군기가 폭탄을 떨어뜨리고 기관총을 난사하여 강씨의 가족들과 이웃 주민들이 사상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기가 떨어뜨린 폭탄으로 집에 있던 가족 4명이 몰살하는 등, 총 7명이 사망하였다. 사망자는 강씨의 어머니 이씨, 강씨의 언니(당시 16세), 강씨의 여동생인 강호연(당시 8세),    강씨의 남동생인 강판도(당시 4세), 이웃집 처녀인 박00, 확인불명의 아주머니(강씨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었으며 임신 중이었으나 폭격으로 놀라 죽은 아이를 낳고 자신도 죽음) 그리고 아주머니의 아이 1명 등이었다.
미군기가 실시한 폭격의 범위는 시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이처럼 진주일대의 농촌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미군기가 진주폭격을 시작한지 1개월이 지나면서 진주사내에는 더 이상 폭격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초토화되었다. 그러자 미군기는 시내를 벗어나 농촌지역의 면소재지로 폭격대상을 찾아 나서게 된것이다.
수곡면을 비롯한 진양군 일대의 무차별한 미군기의 폭격은 당초 의도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인민군보다는 민간인에 대한 피해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미군기의 공중폭격은 전투중인 미 지상군에 대한 직접 지원이었지만 점령지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이라는 점에서 ‘학살과 파괴적인 성격’이 더 강했다.

인민군의 퇴각과 공비들의 내습

낙동강 전선이 돌파당하면서 후퇴하는 인민군의 대열이 진주일대로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과 2개월전 진주를 점령하며 당당하게 행렬을 지어 입성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인민군의 후퇴는 국군의 후퇴처럼 지연전이 아닌 일방적으로 진행된 철수였다.
인민군이 물러가자 곧이어 진주일대를 기습공격하는 빨치산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당시 진주와 산청 사이에서 활동하던 빨치산은 708중대 소속이었다. 조선노동당 경남도당은 임시 도기관 소재지였던 진주에서 지리산으로 후퇴해 유격대 편제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경남도당은 진주에서 분산 후퇴하고 있던 인민군과 기관원, 의용군, 지역민들을 규합하고 노동당, 인민위원회, 사회단체 구성원들을 모아 유격대를 편성했다.
이처럼 진주지역에서 활동했던 인민공화국 산하 관계자들은 9월 24일 새벽 진주를 탈출해 산청을 거쳐 함양군 휴천면에서 경남도 유격대를 조직했다. 이어 10월 20일 진양군당은 산청군 단성면 운리에서 기존의 자위대원을 모아 군당유격대를 조직하고 구식 장총과 실탄을 지급하여 유격대 훈련을 실시했다.
유격대로 편성된 빨치산 부대는 조직이 재정비되자 본격적으로 진주지역에 출동해 후방교란작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진주를 탈출하지 못한 인민군 낙오병이나 부역자 가족을 체포 또는 이들에게 위해를 가한 우익인사들을 대상으로 보복을 가했다. 그러다가 경찰대를 기습하거나 토벌대와 교전하는 등 무장투쟁으로 점차 역할을 확대했다.
수곡면의 경우 언론에 보도된 공비내습만 두차례나 있었다.
1951년 6월 3일자 경남일보를 보면 수곡면에 공비가 나타나 형사대가 출동해 추격전을 벌였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당시 경남일보의 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양군 수곡면 사곡리 대각부락에 무장공비 30명과 비무장공비 35명이 침입하여 부락구장인 이기호씨 집과  하재문씨 집을 전소시키고 그 외에 동리 수개의 집에서 식료, 의류ㅡ 금품 기타 가재도구 일체를 탈취한 다음 동부락에 거주하고 있는 유만수씨(당시 38세)를 납치하여 동네 뒷산으로 도주하는 것을 부락민의 정보연락에 의하여 수곡지서에서 즉시 출동하여 격전을 벌였다. 때마침 강우로 인한 하천범람으로 교통이 두절되어 후원대의 기동출동에 지장이 많았으나 본서에서 기동대를 출동시켜 적극적인 추격작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1951년 6월 27일자 경남일보에 다시 수곡면을 내습한 공비에 대한 기사가 보인다.

『6월 26일 오전 1시 20분경 진주경찰서관내인 수곡면 수곡면 사곡리 대각부락 및 월계부락에서 무장공비 30명과 비무장 10명중 여자 3명이 출몰하여 인가 2호 방화 및 의류 70점, 백미(白米) 1두 2승을 탈취하여 도주하였다.』
비록 언론에 보도된 공비내습 기사는 불과 2건에 불과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공비내습은 한동안 수곡면민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수곡면과 인접한 대평면의 경우 이러한 공비들의 공격을 수차례 받았다. 10월 24일 반 10시경 진양군당 유격대원 40명은 2개 분대로 나뉘어 대평면 대평리에 주둔하고 있던 제26경찰전투대를 습격해 이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또 1개 분대는 대평리 내촌마을, 또다른 1개분대는 대평리 어은마을에 침입해 우익인사를 체포하고 집을 방화하기도 했다.
당시 군경의 치안이 확보된 진주시내에 비해 진주외곽인 농촌지역에서는 빨치산의 영향력이 강했기 때문에 제2선을 구축하기 이한 공작활동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특히 산청군과 인접한 수곡면과 대평면, 명석면 지역에서는 군당 산하의 공작활동이 활발한 편이었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조선노동당 경남 진양군당 사건」과 『좌익사건실록11』을 보면 수곡면에 주둔중이었던 진주 제26경찰전투대를 습격한 기록이 보인다.
당시 진주지역에 침투한 빨치산 유격대는 진양군당 유격대뿐만 아니라 진주시당 유격대와 경남도당유격대 등 다양한 유격대 편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때로는 유격대간의 합동작전으로 군경과 우익인사에 대해 공격을 하기도 했다.
진양군당 유격대는 경남도당 사령부 직속 제501중대와 합동작전을 벌여 수곡면에 주둔중인 진주 제26경찰전투대를 습격하기도 했다. 진양군당 유격대는 1950년 11월 2일 자정을 기해 군당유격대 30명을 비롯해 도당사령부 501중대원 50명과 동B(東블럭) 중대원 30명 등 모두 110명의 빨치산 병력을 동원해 수곡면 사곡리 싹실마을에 주둔중인 제26경찰전투대를 공격했던 것이다.
당시 경남일보는 이같은 공비들의 내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지리산 잔비는 집요하게도 전번 제1차 진주시 침공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금번에 최후적인 발악으로 잔존의 주력을 규합한 그야말로 그들의 가능한 최대한의 병력을 투입하여서부경남의 심장부인 진주시를 끝내 침고하여 보겠다는 끔찍한 흉모로 진주시 외곽 전진기지까지 잠입한 것을 우리 경찰 및 한청특공대의 물샐틈 없는 정보망과 과감한 작전으로 또다시 참패로 돌아가 사도 진주의 영예로운 이름을 한층 빛내었다』고 보도했다.
이와같이 공격과 반격의 과정에서 상호간의 인명손실을 계속되었다. 다음은 진양군당 유격대가 1년동안 수곡면을 비롯한 인근지역에 대한 내습 추이이다.

<진양군 지역 공비 투쟁 추이>
연도월일장소내용경찰․우익사망자비고19509. 26산청군 단성면진양군당 유격대 편성군사훈련실시10. 24대평면 대평리제26경찰전투대 습격11. 2-22수곡면 사곡리26경찰전투대 3차례 연속 습격경찰 우익 등 1명경남도당 직속부대와 합동작전11. 25수곡면 사곡리26경찰대 본부 습격12. 25산청군 삼장 덕산토벌대와 교전19512. 19대평면 대평리한청단장 가옥 습격4. 11대평면 어은마을한청분단장 납치토벌대 반격으로 납치자 방면6. 1수곡면 사곡리살해지명자 납치납치자 탈출6월 중순대평명 대평리한청 특무원 습격6. 25대평면 상촌리국민회장 습격우익 1명7. 2명석면 오미리진주습격 시도우익 1명진주시당 유격대와 합동작전7. 15수곡면 대각리경찰대와 교전경찰, 우익 등 2명10. 14사봉면 방촌리경찰대 포위공격으로 군당 유격대 와해군당위원장 사망 및 유격대원 5명 생포

진주가 수복된지 1년이 지났지만 학살과 토벌, 보복과 재보복이 되풀이 되면서 진주 외곽의 농촌지역은 여전히 통치주체가 불분명했다. 군경은 겨우 진주시내에서만 퉁치권을 행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진주외곽에서는 여전히 인민군 치하와 마찬가지로 군중대회 같은 선전선동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이 양자의 극단적인 혼동속에 민중의 생존은 밤낮으로 바뀌었다. 토벌대와 빨치산에 의한 군중대회는 밤낮이 바뀌듯 번갈아 개최되었던 것이다.
1951년 1월 22일 진양군의 농촌에 출동한 경찰은 군중대회를 열어 마을사람들을 집합시켰다. 경찰은 주민가운데 45세까지의 남자를 징집해 진주로 압송, 국군으로 입대시켜 전선으로 보냈다.
이와반대로 빨치산은 빨치산대로 군중대회를 열어 공출반대, 납세반발, 도로파괴, 전주절단을 요구하고 각종 삐라를 뿌리는 한편 ‘빨치산에 협력하지 않고 반동적 행위를 하는 자는 총살한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진주지역은 한국전쟁 이후 1년동안 낮에는 우익세상이었고 밤에는 좌익세상이었다. 낮에는 토벌작전으로 들어온 군경으로부터 부역자 처벌이라는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밤이면 ‘밤손님’이라고 부르는 빨치산에게 갖가지 징발과 반동분자 처벌이라는 보복으로 목숨을 맡겨야 하는 등 불안과 공포가 계속되었다.
군경에 비해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부족한 빨치산들은 진주를 공격할때마다 이를 보충하려고 악락한 짓을 서슴치 않았다. 1950년 11월 25일 자정에 수곡면(水谷面) 사곡리(士谷里)에 주둔중인 진주 제26경찰대본부를 습격한 빨치산들은 경찰대본부로 사용하던 우익인사의 가옥 2동을 방화하고 돌아갈 때 학생 1명을 납치하여 유격대에 편입시킨 일도 있었다.
그러나 군경의 토별이 격화되면서 빨치산 대열에서 이탈하는 입산자들이 속출했다. 수곡면에서도 빨치산 활동을 하던 주민이 자수를 하는가하면 수곡면 대각마을에서 입산한 사람들 중에서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왔으나 이들은 빨치산으로부터 배신자 낙인찍혀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한사람은 빨치산에 의해 직접 살해되었고, 한사람은 그 부친과 동생이 대신 희생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곡면의 상황에 대한 기록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서부지역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민군치하의 고단한 삶과 빨치산의 내습으로 인한 어려운 생활을 견디지 않으면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