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3章 朝鮮 前期(壬亂前)

조선조 전기 진주목 방리(坊里)가 4면 111리로 되었을 때 본면은 서면(西面)의 원당리(元堂里), 수곡리(水谷里), 이하리(蘺下里), 자매곡리(自梅谷里) 등 4개리로 편성되었다.

여말선초 진주하씨의 일부가 수곡면 지역에 들어와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향촌지배질서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진주토성의 하나인 진주하씨 시원(恃源)의 후손이 지금의 대곡면인 설매곡리에서 수곡리로 옮겨와 정착하면서 그 자손들이 이 일대에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원(巨源)의 후손인양정공 하경복(河敬復), 성주목사 하경리(河敬履) 형제가 하동에서 수곡면 사곡리와 원계리 부근으로 들어와 거주하기 시작했다. (진양하씨 병자보 ; 1900년)
이후 밀양손씨와 진주유씨, 문화류씨, 창녕성씨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며서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그들의 혈연적․신분적 유대와 새로운 성리학적 이념을 통한 향촌의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밀양손씨 손수령(孫壽齡)이 원계에 거주하는 하경리의 자녀와 결혼을 했고, 진양유씨 유시(柳蒔)가 하지면의 자녀와 결혼했으며, 문화류씨의 류형(柳泂)은 유시의 자(子)인 운손(雲孫)의 자녀와 결혼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조선전기에는 친족제도와 상속제도가 후기와는 다른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자가 결혼하면 처가에서 자식을 낳을때까지 장기간 거주하는 관습이 이어지고 있었고, 상속제도에 있어서도 장자우대와 남녀차별이 현저한 조선후기와 달리 자녀균분상속제(子女均分相續制)의 경향이 대종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사족층의 경우 결혼을 하면 처가 동네에 와서 거주하다가 아예 정착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자이 재산상속분이 많을 경우 관리를 위해 옮겨버리는 경향도 있었다. 문화류씨인 류형(柳泂)이 수곡면에 들어오게 된 경우에서도 그러한 양상을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농업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휴경법이 극복되고 연작법이 일반화되면서 토지개간이 산기슭이나 계곡에서 평야지대로 이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대한 대안으로 16세기 이후보(洑)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주도해 간 것은 바로 향촌사회에서 새로운 질서를 장악해가던 재지사족층이었다.
수곡면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찾아 볼 수 있다. 원래 수곡면지역에는 낮은 구릉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고려시대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제언(堤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에 의하면 진주목에 있는 34개의 제언 가운데 현재의 수곡면 지역에 속한 제언은 그 당시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16세기 초반 이 지역에 거주하던 참봉 조정(趙程 )이 농민들과 함께 명월암 옆을 뚫어 물길을 내고 다회탄을 막아 그 물을 원당촌 앞의 넓은 평야에 관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진양지를 살펴보면 원당방천(元堂坊川)․사을포방천(士乙浦坊川)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관개시설이 만들어지면서 수곡면의 덕천강 연변 평야지대에는 수전(水田)이 확대되어간다.
그리고 낙동강이나 남강 등 큰강의 연변지역과 달리 수곡면에서는 이러한 개간에 따라 일찍부터 밀집된 자연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주도해온 재지사족층들은 이후 서원건립과 향약실시 등을 통해 조선왕조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아온 성리학적 이념과 유교적 덕목을 앞장서서 실천해 감으로써 향촌사회의 발전에 기여를 하게 되었다.
수곡면은 조선 전기부터 남명학을 계승한 각재 하항, 송정 하수일, 조계 유종지, 무송 손천우 등 학자들이 배출돼 학풍이 형성되었다. 또한 명종 때 서면서재가 창건돼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이들 학자들은 비록 따로 분리된 지역에서 살고 있었지만 상호간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수곡면이 속해있는 서면 일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이후 중앙정계가 동서분당으로 휘말리고 그 와중에 정여립사건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림들이 연루되었다 여기에 수우당 최영경, 유종지등이 연루되어 죽게 되면서 경상우도의 사림들이 한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들의 활동이 이후의 사림들에 의해 기려지면서 이곳에는 대각서원(大覺書院)이 세워지면서 하항을 위시한 관련 인물들이 배향되었다. 이러한 서원을 통한 연대와 함께 향촌사회에 대한 그들의 노력은 향약 실시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수상연(壽觴宴)도 개최된다. 수상연은 유종지의 제의에 의해 지역의 사족들이 대거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정 하수일의 문집인 송정집에서도 이러한 수상연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또한 촌락내에 서재를 만들어 향리 자제들의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이전에 박승임이 진주목사로 부임해 왔을때 4개면에 서재를 세웠는데 수곡면에 서면서재(西面書齋)가 세워진 것은 당시 수곡면 사족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효자리 가마터

효자리에 조선시대의 도자기 가마터가 있다. 이 가마터는 15~16세기 무렵 지방의 도자기 수급을 담당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1985년 경주박물관의 지표조사에 의하여 경상남도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에서 가마터의 흔적과 각종 도편이 쌓여진 퇴적층이 재확인되었다.
위치는 진주시에서 하동(河東) 방면, 1001번 지방도에 효자리가 접해있고, 수곡초등학교를 지나 중전(中全) 방향 첫 번째 마을이 상중전이다. 이 일대가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서 도요지로 언급된 ‘주 서쪽의 중전리(州西 中全里)’에 해당한다.
5기의 가마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퇴적층에서 상감장식과 인화장식의 분청사기, 백자 등의 도편이 발견되었고, 일부 요도구도 발굴되었다. 주로 대접과 접시 등 일상 생활용기가 많았다.
효자리 가마터는 월아리 도요지와 더불어 조선시대 15~16세기 무렵 지방의 도자기 수급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의미있는 유적이다.
 
서면서재 창건

서면서재는 명종 21년에 진주목사로 부임한 박승임이 진주시의 동서남북 각 면에 세운 여러 서재들 가운데 하나로, 수곡면 대천리의 서지골에 세운 것을 말한다.
박승임(朴承任, 1517~1586)은 본관은 반남, 자는 중포(重圃), 호는 소고(嘯皐)로 이황(李滉)의 문인으로 1540년(중종 35)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 여러 청환직(淸宦職)을 지낸 뒤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다. 이조좌랑 등을 거쳐 정언(正言)을 지내고, 소윤(小尹)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1547년(명종 2) 예조정랑에 임명되고, 그 뒤 현풍현감이 되어 굶주린 백성을 구휼하는 데 힘썼지만 1557년 윤원형(尹元衡)의 세도가 더욱 심해지자 벼슬을 사직하고 학문에 힘썼다.



원당동 수연(壽宴)잔치

1588년(선조 22년) 원당에서 수연잔치가 있었다. 이때 수연잔치를 주도한 사람은 남명문인 조계 유종지였다.
원당의 고정(古亭) 밑에서 마을의 수연을 개최하였다. 장막을 치고 동서에는 50세이상의 마을 사람들이 앉고 북쪽에는 70세 이상의 어른들이 자리에 앉아 마을의 자제들이 헌수를 드렸다. 이때 가무로 하루를 즐겁게 보냈으며, 각재 하항 송정 하수일 매헌 하경휘 등 남명 문인들이 이 수연에 참가하고 각각 글을 남기기도 했다.
수곡면은 조선후기로 들어오면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우선 1592~1597년의 임진왜란으로 수곡면의 사족들은 한편으로는 의병활동을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솔들을 거느리고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갔다.
임진왜란 기간 중에도 수곡면에 대한 왜군의 침략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수 있다. 사곡리 본동 뒤에 있는 궁금산에는 돌성터가 있는데 이곳이 임진왜란 당시 격전지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자매리 동쪽 복지산에는 임진왜란때 김덕령 장군이 진주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인진왜란이 일어났을 당시 수곡면지역은 상당히 황폐화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다.
송정 하수일의 송정집(松亭集)을 보면 “ 우리 선조가 수곡에 살았는데 ‘정일당(靜逸堂)’, 삼괴루(三槐樓), 운금정(雲錦亭)이 있었는데 임진왜란 이후 삼괴루만 남았더니 내가 중수해서 지금 거주하고 있다‘라는 기록을 볼때 인진왜란으로 수곡면의 대부분 지역이 황폐화되었던 것을 추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