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書齋)

서원은 강학과 제향의 기능을 가진 점에서는 관학(官學)과 차이가 없었지만 제향의 대상이 공자와 그의 제자인 성현(聖賢)이 아닌 우리나라 선현(先賢)이라는 점과 중앙정부가 아닌 사림이 그 설립주체라는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
지방의 향교, 중앙의 사부학당, 성균관으로 이루어진 관학이 중심이었던 조선초기의 교육제도는 중기를 지나면서 세조의 왕위 찬탈반대로 인한 집현전 폐지와 연산군에 의한 성균관의 황폐화 등으로 국가지원의 부족에 부딪치고 결국 관학은 점차 교육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처럼 관학이 학교로서의 교육기능을 상실하게 되면서 학덕을 겸비한 유학자들은 개인적으로 서재(書齋), 정사(精舍) 등의 사학(私學)을 설립하여 학문을 보급하고 학문을 계승하였다.
서재(書齋)는 유생들이 서적을 갖추어 두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곳을 일반적으로 지칭한다.  수곡면에는 일찍부터 유학을 숭상하여 이같은 서재들이 많았다.


원당서재(元堂書齋)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에 있는 서재이다.
박승임(朴承任, 1517~1586)은 본관은 반남, 자는 중포(重圃), 호는 소고(嘯皐)로 이황(李滉)의 문인으로 1540년(중종 35) 식년문과(式年文科)에 병과로 급제, 여러 청환직(淸宦職)을 지낸 뒤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다. 이조좌랑 등을 거쳐 정언(正言)을 지내고, 소윤(小尹)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1547년(명종 2) 예조정랑에 임명되고, 그 뒤 현풍현감이 되어 굶주린 백성을 구휼하는 데 힘썼지만 1557년 윤원형(尹元衡)의 세도가 더욱 심해지자 벼슬을 사직하고 학문에 힘썼다. 원당서재는 1566년(명종 21)에 진주목사로 부임한 박승임이 동서남북 각 면에 세운 여러 서재들 가운데 하나로, 『진양지』에 의하면 원당촌 앞에 있었는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진주에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진주가 ‘전국 인재의 반은 영남이요, 영남 인재의 반은 진주’라는 점을 생각할 때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진양지 제2권 서재(書齋)편에 원당서재(元堂書齋)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원당서재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원당촌 앞에 있더니 지금은 폐지되었다. 하수일의 기에 이르기를 옛 도가 행해지는 것은 군자가 인도하여 이끄는데 연유되는 것이다. 조주에 학교가 없더니 한공이 앞장서 부르짖었고, 무성에 현가가 없더니 자유가 인도하였으니 대개 그 사람을 기다려서 행해졌다. 삼대로부터 내려오면서 사람을 가르치는 법이 갖추어졌다가 모두 폐해지고 타락되어 집에 숙이 없고 당에 상이 없었다. 중조에 있어서도 오히려 저와 같이 병들었거늘 하물며 우리나라와 같이 편벽된 곳이겠으며 온나라를 들어 오히려 저렇게 병들었거늘 우리고을과 같이 궁벽한 곳이겠는가.
이로 말미암아 향곡의 선비들이 비록 영재 미질이라 하더라도 귀로 현가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눈으로 읍양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채 마침내 헛되이 났다가 헛되이 죽어갔으니 이것이 어찌 선비의 허물이겠는가. 실은 군자의 인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당은 옛 마을로 대대로 문학의 선비가 있고, 과제를 거치고 군읍에 뛰어난 이가 전후로 서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러고서도 일찍이 서나 숙을 세워 사람을 가르치지 못하더니 이번에 우리 류장 종지께서 우리의 도가 행해지지 않는 것을 민망히 여기고 영재들이 헛되이 죽어가는 것을 원통하게 여겨 드디어 이인의 자제를 둔 사람들과 의논하여 여기에 서사를 짓고 장수할 곳으로 삼았다.
장림이 앞에 있고 유수가 왼편에 있어 소연한 것이 임천의 흥취가 있어 그 땅을 얻었다. 강론할 당이 있고 동과 서에 재가 있어 스승과 학생이 그 처소를 달리하게 되었으니 그 제도가 알맞은 것이다. 이한에 가까우면서도 항문을 누르고 가숙을 겸했으며 주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한 국면을 오로지 하여 당상을 겸했으니 한 서사가 일어나면서 중선을 겸하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류장의 공도 또한 큰 것이다. 원컨대 우리 향당의 군자들은 류장으로 더불어 그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니 계속하여 이를 감싸주어야 할것이다. 또 제생으로 그 어버이에게 효도하고자는 자로 하여금 이 집에 들어와서 효를 강할 것이요, 그 어른에게 공경하는 자는 이 당에 올라와서 공경하는 도리를 강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남은 힘이 있으면 봄에 글을 외우고 여름에는 노래를 읊어 인의의 못에 침잠하고 시서의 숲에서 고상하여 맑은 근원을 깊이 발현시키고 큰 소리를 격양시킨다면 울연히 대성할 재목이 있을 것이니 그 공업이 어찌 과제를 거치고 군읍에서 뛰어나는데만 그치겠는가?
소자도 또한 이한을 같이하고 함장께 옷을 걷었기에 그 사이에 실가가 좋아지는 것을 엿볼 수 있으니 적이 원하는 바이다.‘라 하였다.』

(河受一記曰古道之行由君子倡之也潮州無學校韓公倡焉武城無絃歌子遊倡焉蓋待其人而行也自三代以降敎人之法之具皆廢墜家無塾黨無庠在中朝猶病諸況我國之偏乎擧一國猶病諸況我鄕之僻乎由是鄕曲之士雖英才美質耳不聞絃歌之聲目不見揖讓之容終至於虛生虛死豈士之罪也實無君子爲之倡也元堂故里也代有文學之士繼出歷科第跨郡邑者前後相望然而未嘗知建序塾以敎人今我柳丈宗智悶吾道不行憤英才虛死遂謀里人之有子弟者乃築書舍以爲藏修之所長林在前流水在左然有林泉之越得其地也講論有堂東西有齋師生各異其所稱其制也近里閈而厭巷門兼家塾也遠州城而專一面兼黨庠也一舍之興而衆善備焉然則柳丈之功其亦大矣願吾黨君子與柳丈同志者嗣而葺之使諸生欲孝其親者入此室以講孝焉欲弟其長者升此堂以講弟焉又有餘力則春誦夏絃沉潛于仁義之澤翶翔乎詩書之林濬發淸源激揚洪音則鬱然有大成之才矣其功業豈止歷科第誇郡邑哉小子亦同里閈也摳衣於函丈間窺見室家之好竊有願焉)


서면서재(西面書齋)

진양지 제2권 서재(書齋)편에 서면서재(西面書齋)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서면서재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이하리에 있다. 재사의 규제는 동면서재와 같았고 또 박승임이 세웠던 것이나 얼마되지 아니하여 화재를 만나 지금은 빈터만 남아있다.』
(西面書齋在蘺下里齋舍規制與東面同亦朴承任所建也未幾災今有遺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