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마을과 함께 벌당리의 또 다른 자연마을인 정성마을.
정성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불러오던 이름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정성의 동쪽 골짜기는 감시골 또는 감성곡이라 부르고, 서쪽 골짜기는 감나무골 또는 시목곡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감나무가 많았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감나무골에는 한 때 김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들었으나 땅이 비옥하지 못하고 부싯돌이 많아 터를 잡지 못하고 떠났다고 한다. 그때는 감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동쪽의 감시골은 골이 깊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낮에도 사람들이 지나다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다급한 상황이 있어 지나야 할 때에는 반드시 적어도 아홉 사람은 모여야 넘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이 구무곡이다.
마을 동쪽에 있는 산 이름은 깃대산으로 측량표준점이 있는 곳이다. 측량표준점이란  횃불을 피워올려 변란을 알리던 봉화대와 같은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성 서쪽의 골짜기로 감나무골 외에 몽등골이 있다. 몽등골에서 향양리 개심으로 가는 고개는 골짜기의 이름을 따 몽등골재라 불렀는데, 여기에 또한 재미난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재를 넘으면서 사나운 짐승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여우의 홀림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 이후에는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모두들 몽둥이를 들고 다녔다는 것이다. 따라서 몽등골재는 몽둥이를 들고 넘는 재라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감시골을 지날 때는 아홉 명 이상이 모여서 함께 가고, 몽등골재를 지날 때는 몽둥이를 들고 가야 했던 옛 사람들의 힘겨운 나들이. 옛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오로지 자신을 의지하거나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방법 뿐이었다.
그렇다면, 하루 밤만 지나면 산을 깍아 길을 만들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논을 엎어 또다시 길을 넓히는 지금 세상을, 우리는 살기 좋아졌다고 느껴야 하는 것일까?
마을과 마을, 인가와 인가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모든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성동 북쪽 절벽 위에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멋진 놀이터가 펼쳐진다. 아스라한 절벽위에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우람한 느티나무 두 그루, 그리고 아래로는 속이 훤히 다들여다 보이는 맑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곳, 바로 숨박골의 풍경이다. 이름에서 말해주듯, 사람들의 눈에서 숨어 얼른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자연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아름다운 놀이터다. 지금도 맑은 물 시원한 그늘 초록의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번개들이라 불리는 정성 동쪽의 큰들은, 사람들 말에 의하면 물이 들면 논이요 물이 빠지면 밭이 되는 신통방통한 지역이다. 무엇보다 토질이 좋기로 이름이 난 곳인데, 씨앗을 심기만 하면 싹을 띄우고 줄기를 올리고 열매를 맺어, 번개처럼 빨리빨리 일하지 않으면 땅의 기운에 보조를 맞출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번개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벌당 서북쪽에 있는 침수동은 지형상 불행을 안고 태어났다. 어옥, 덕진, 오방지역의 물이 합쳐지는 지점인 데다가, 지대가 낮아서 비가 조금만 내려도 일대가 물에 잠겨버리는 것이다. 마을이름처럼, 거짓말 하나안보태고 비만 내리면 세상 아래도 가라앉아 버리는 땅..., 비는 이 마을의 슬픈 운명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