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고을에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효자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을 울리는 효자도 자연의 섭리는 막을 수 없는 법인지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홀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다.
그러자 아들은 정성껏 초종장례를 마친 뒤 묘막을 지어 삼년거상에 들어가 매일 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시묘살이 마지막 날이었다. 난데없이 커다란 호랑이 한마리가 묘앞에 나타나서는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 직감한 효자는 호랑이 뒤를 따랐다. 한참을 걷다 동네어귀에 이르렀을 때, 호랑이는 앞발로 급히 땅을 후벼파기 시작하더니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당시는 몇 해 동안 계속되는 가뭄에 온 동네 사람들이 농사는 고사하고 먹을 물조차 없어 기진맥진하던 때였다. 게다가 워낙 물이 귀한 산골짜기라 동네 사람들의 공통된 소원 중 하나가 바로 시원하고 맑은 물이 솟아나는 우물을 갖는 것이었다.
무언가 짚이는 데가 있었던 청년은 동네 사람들을 모아 호랑이가 후벼파던 그 자리를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한 샘물이 펑펑 솟아나더라는 것이었다. 효자의 어여쁜 마음에 감복한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었던 것이다.
순수한 자연의 힘에 의지해 농사를 짓던 옛날에는, 마을에 물이 풍부하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었다.
인심 좋은 동네는 물맛부터가 다르다는데, 반지리 반지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반지리는 1914년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진주군 미천면 반지동․세곡동․삭성동 일부로 반지리라 하였다.
옛날 반지리와 향양리 일대를 일컬어 사람들은 미내리라고 불렀는데, 한자로 아름다울 미(美) 자를 써서 마을에 있는 시냇가를 추켜세운 말이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냇물이 흐른다 해서 붙여진 반지라는 이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이었다.
구한 말 때에는 면사무소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본동이라 불리기도 했다.
마을이름이 물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지, 물과 관련된 지명 중에 재미난 사연을 가진 것이 눈의 띈다.
반지마을 한 가운데 있는 우물의 이름은 깔막새미 또는 갈마수다. 물이 많기도 하거니와 그 맑음이 땅끝을 비출 정도여서 반지리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식수원이 되었다. 내려오는 전설 한 토막을 빌리자면, 오랜 옛날 이 우물에는 거북모양을 한 거북돌이 들어앉아 있었는데, 어느 해 우물 수리를 하던 중 그 돌을 치웠더니 온통 흙물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그 뒤부터는 아예 물이 나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반지 서북쪽에는 쌀배미라는 불리는 논이 있는데, 토질이 얼마나 좋고 기름지던지 인근 근동에서는 이곳의 수확량을 따라올 땅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서북쪽의 함골은 신옥과 세곡 사이의 골짜기로 남강댐이 건립되기 전까지는 반지의 곡창지대요, 남평 문씨가 살았던 곳이다.
반지 본동 뒤 재너머에 있는 골짜기는 개산골이라고 불리는데, 개가 누워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물도 넘치고 젖도 넘치는 마을 이야기에 갑자기 배 불리 밥을 먹은 듯 마음이 다 나른해 진다.
반지에서 진주로 넘어오는 길은 여러 가지였다. 반지 서쪽에서 진주로 가기 위해서는 간옷골재를 넘었고, 오방리와 상미리 사람들이 진주로 갈 때에는 주로 서낭재를 이용했다. 서낭재는 반지와 냉정의 경계가 되는 골짜기로 두 지역이 만나는 데라고 해서 한골짝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낭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서낭당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을 빌어 그 규모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15톤 차량 예닐곱대가 실어 나를 정도로 많은 돌무더기가 있었다는 것이 사람들이 전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물 좋기로 소문난 반지리의 경제는 어떨까?
80년 직할하천 공사와 94년 경리정리가 마무리 되면서 논이 옥토화되었고,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면서 주소득원도 쌀농사에서 하우스 농사로 바뀌게 되었다.
대표적인 특산물로는 오이를 꼽을 수 있는데, 연동하우스에서 생산한 신선오이는 일본과 계약 판매를 하는 작물로 년간 200여톤을 수출해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반지 토마토도 유명하다. 반지 토마토는 1970년대부터 재배되었는데, 당시에는 몇몇 가구에서 실험 삼아 하던 수준이었으나, 75년에 30여 세대가 작목반을 구성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생산 체재에 들어가 고수익 농작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토마토 재배에 적합한 점적토지에 이에 걸맞는 재배 기술을 개발해 그 맛과 색이 뛰어나다는데, 그 덕분에 전국의 시장에서 반지 토마토라고 하면 단박에 이름을 알아듣는 사람이 늘고있는 추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