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태어나는 곳. 그 붉은 정열로 온 세상을 다시금 빛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곳. 동쪽이란 방향에선 이런 해의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해가 밝음의 상징이듯이 동쪽은  새로운 출발, 불끈 솟아오르는 의지와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방향이다.
말 그대로 동쪽을 향하고 있는 향양리 동향마을은 그래서 이름 안에 해를 품고 있는 듯 하다.
1914년, 진주군 미천면 진교동․장죽동․개심동․동향동으로서 향양리라 불렀다.
동향마을은 동향리의 서북쪽에 위치한 자연마을로 골안과 골밖 2개로 구성돼 있는데,  1947년 1월 1일 동향으로 분동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름과 관련해 외지인들은 어쩐지 동향을 댕이 또는 미내라고 많이 불렀다고 한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의 산골 마을이 다 그렇듯, 동향마을도 오랫동안 시대의 발전에 뒤처지고 있었다. 그나마, 1995년 초, 마을 앞에 시도 33호선이 확장 포장 되면서 겨우 오지마을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었던 게 다행스런 일이다. 그것은 당시 주민들의 가장 큰 소원이자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것이다.
마을의 내력을 듣고자 한다면, 그 긴 세월을 증언해 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바람불고 비 내리는 사이 세월은 흐르고 그 시간 동안 강산도 얼굴을 바꾸는데, 유한한 인간의 삶이야 오죽하겠는가.
언제 누가 어떻게 이 곳으로 들어와 마을을 일구었는지 정확한 내력이야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를 현풍 곽씨들이 제일 처음 마을에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마을 인근 산에 산재해 있는 곽 씨의 선조묘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처음이야 어찌되었건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해 김씨와 김영 김씨 등이 살고 있지만, 그저 시간이 지났을 뿐인지 아니면 무슨 사연이 있었던지 곽씨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고 없다.
사람 없는 시골 마을, 그 중에서도 가장 적막한 곳을 찾으라면 아무래도 폐교된 초등학교가 아닐까.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잃어버린 뒤, 녹슨 열쇠처럼 쓸모없이 조용해져버린 오방초등학교의 모습이 쓸쓸하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오방초등학교가 개교하기 훨씬 전에 이미 동향마을에는 학교의 역할을 하는 곳이 있었다. 1911년, 일대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 김영 김씨가 건립했다는 마을 앞 사의정(四宜亭)이 바로 그곳이다. 20년 뒤에 문을 닫기까지 이 서당에서 배출한 인재만 해도 수백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미 100년도 훨씬 전에, 학문을 익히고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는 이가 이곳 골짜기에도 있었다는 것이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러고 보면 세상 어디에나 스승은 없는 곳은 없는 모양이다.
옛날에는 이곳 동향에서 안간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안간리와 향양리의 경계지점으로 ‘서낭재’라 불리는 고개였다. 서낭당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 고개를 지날 때면 여자 남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이 하나같이 돌을 던지고 침을 뱉고 지난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서낭재에 귀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전해지고, 다니는 길에 사람을 해코지하는 길 장군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사람들이 던진 돌이 하나 둘 쌓여 서낭당은 어느 새 조금만 돌산이 되었다는데, 지금은 도로확장으로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동향의 본 마을인 골안에는 맛좋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인심좋은 동네는 물맛도 좋다더니, 그 물맛이 얼마나 달고 부드럽든지 마을 주민들은 물론 이웃 마을에서도 일부러 다리 품을 팔면서까지 찾아와 즐기고 있다.
서북쪽으로 나있는 가느다란 골짜기는 가는골이라 하는데, 이곳에 약 4만 5천평 정도의 계곡형 저수지가 하나 있다.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도 태미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사람들은 대나무밭 밑이라고 해서 대밑이라 부른다. 1984년, 동향저수지 축조 소식은, 해마다 농사철이면 물공급에 허덕이던 마을 주민들에게 가뭄 끝에 단비같은 것이었다.
또한 저수지 주변에는 벚꽃나무와 느티나무가 동향고개까지 심겨져 있어 그 풍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계곡형 저수지라서 비가 많이 와도 물색이 많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낚시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