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사람들 사이의 기운이 흉흉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소한 일에 툭하면 주먹다짐이 벌어지는가 하면 급기야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까지 비화되는 일이 늘고 있다. 세상을 향해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 상대방이 모든 걸 잘못했다며 악다구니를 쓰기 마련이다.
돈 문제가 끼어들면 부모 형제도 필요없고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부도 삽시간에 남남이 되는 세상..., 참으로 덧없고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이웃간에 끈끈한 정으로 뭉쳐 정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은 바로 어옥리 덕진마을. 덕진마을은 1947년 11개 법정리를 17개 행정리로 개편할 때 어옥리에서 분동되었다. 특이한 것은 마을이 생기고 지금까지 5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이웃간에 고소나 고발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근방에는 이웃간이 정이 두터워 더없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덕진마을 자랑거리는 또 있다. 마을 한복판에 1백년은 족히 넘은 느티나무 20여그루가 있는데, 여름이면 그 긴 가지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 울창한 숲을 형성해 웬만한 유원지 뺨치는 휴식공간을 주민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이 되어도 사람들한테 치이는 피서같은 건 생각도 않는다고 한다.
또한 느티나무 숲은 안땀과 바깥땀으로 마을을 나누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파평 윤씨와 밀양 박씨가 대성을 이루고 있는데, 마을 어귀에 파평 윤씨 은평공파의 재실인 추모재와 밀양 박씨 인당공파의 재실인 덕성재가 있어 예로부터 박씨와 윤씨가 많이 모여 살았음을 짐작케 한다.
주 소득원은 논농사지만 밤농사를 비롯한 과수농가도 있고, 비닐하우스로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집도 점점 느는 추세다.
등성이가 길다고 해서 진등이라 불리는 앞산에는, 멀고 먼 옛날 도깨비들이 많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마을 뒤편 귀남골에는 어린아이가 살짝 밀어도 기우뚱 기우뚱 대답을 하는 흔들바위가 있는데, 한국전쟁 당시 진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피난 온 지역이라고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어옥리와 대곡면 월암리와의 경계에 있던 말방재는 교통이 발달하기 전 진주에서 의령방면으로 왕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당시 길 가던 이들이 이 고개에서 말을 메아두고 쉬어갔다해서 말방재라고 불리웠는데, 아직도 수목이 없는 잔디밭이 마치 영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또한 널방재는 미천면과 설매곡면이 서로 분리되기 전, 두 마을의 회합이 있을 때 만나던 장소라 알려져 있다. 만나서 힘 자랑이라도 했는지 들돌 2개가 아직도 남아있다.
볕 좋고 또한 그늘 좋은 곳에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덕진마을.
마을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작열하는 태양에 지치는 여름이면 이 고장 사람이 아니어도 느티나무 그늘이 몹시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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