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遠齋記

有先塋則不可無齊宿寓慕之所有宗族則不可無會合講睦之所此人家齋舍之建必於古里之旁望墓之近者盖以是也晋陽之東帝山之下有里曰長安者密城朴氏世居之其先有處士諱思善始卜基於此而代序己八九世戶且繁衍然以久無追慕之齋爲恨嘗醵金而殖之爲資者累年至其稍潤矣則至壬午春擇址于里中爽塏處築四楹之屋閱數月而工告訖於是後孫敬浩泰永以門議具狀造余而託其名若記乃按其狀則朴氏密城大君諱彦忱之後入國朝正憲大夫漢城判尹魚變堂諱坤爲派祖有慕憂堂諱夢龍値宣祖壬辰之亂錄原從功臣 贈資憲大夫兵曹判書至近世孝子公諱秀禮以卓孝士林設敦義契而慕之於此可知先世貽謨之正而今日後人之篤於追遠之誠能致累世未遑者盖有所本也豈不嘉哉名則不可以他求也扁齋以追遠者不亦可乎夫遠者無盡之稱則朴氏之追遠者不但在於處士公貽謨之德而必遠溯於魚變慕憂兩賢之忠孝風烈期其慕傚勿替益紹述而恢張之然後始盡追遠之道而足以爲佳子孫足以有光斯齋也烏可以丘墓之護齋舍之建謂畢能事也哉是尤諸朴氏之所當思故以是說勗之且是境也林壑幽邃峰巒映帶如畫屛之繞朝暮雲霞之有呈媚故余曾過之心乎嘉賞者雅矣寅綠述其先世阡道之碣則余於朴氏實有宿契者存焉今於是齋之記遂信筆而叙述之固無愧也是爲記

歲在壬午重陽月 完山李雨燮記

  선영을 모시면 제숙하여 추원하는 곳이 없을 수 없고 종족이 있으면 회합하여 친목을 나누는 곳이 없어서는 아니 되니 그러므로 문중제실을 반드시 마을 옆이나 모소건지에 건립하는 것이 위와 같은 연유이다. 진주 고을 동사 제산 아래 장안리는 밀성 박씨의 세거지이다. 그 선조 처사공 회사선이 이곳에 정거하신지 이미 팔구대에 이르러 문호가 번창하였으나 아직 추모의 제당이 없음을 아쉬워하여 종전부터 기금을 마련한지 오래되었다. 임오년 모춘에 마을 양지에 제실을 착공하여 수월에 걸쳐 준공을 보았다. 후손 경호태영이 문중공의로 세전과 행장을 가지고 나를 예방하여 제호와 기문을 요청함이었다. 박씨는 밀성대군 회언침의 후손이며 국조에 이르러 정헌대부 한성판윤 어변당 회곤이 파조이다. 모하당 회몽용이 선조 임진왜란에 원종공신에 등록되어 증직이 자헌대부 병조판서이며 근세에 효자공 회수예는 출천지효로 사림이 돈의계를 설계하여 양모 하였으니 여기에서 선세의 전통이 바르고 오늘날 후손이 추모의 성력이 돈독하여 오랜 숙원사업을 이룬 것이 뿌리있는 가문임을 알 수 있으니 가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재호는 달리 구할 것 없이 추원재라 함이 가할 듯 하다. 대개 원이라 함은 구궁하다는 말이니 박씨의 추원의 도리는 다만 처사공의 유덕에 그칠 것이 아니라 멀리 어변당 모우당 양현의 충효풍열에 소급하여 추모하고 본받아 더욱 선술하여 문호와 가업을 개창한 연후에 추원의 도를 다함이요 이로 인하여 현명한 자손이 되어 이 재각에 광채를 더할 것이니 어찌 선영을 수호하고 재실을 건립하는것만이 인사를 다하였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박씨문중이 추원의 성심을 모아야 될 줄 알고 이 말로서 권장하는 바이다. 또한 이 지경은 동학이 유수하고 산세가 가려하여 병풍을 두른 듯하고 항시 운하의 경관이 아름다운 고로 나 일찍 방문하여 감상한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선세비문을 찬술하였으니 박씨문중과는 실로 숙연이 있는 곳이다. 오늘날 추원재의 기문을 신필로 서술하여도 부끄러움이 없으니 재기를 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