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坪面의 빛과 그림자

대평면의 빛과 그림자는 너무나 선명하다.
남강이 베푼 자연혜택을 바탕으로 한때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대평면은 1969년 남강댐완공을 기점으로 어두운 암운을 드리우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대평면의 가장 아픈 역사로 기록될 남강댐 건설사업은 대평사람들에게 수 백년을 살아왔던 고향의 문전옥답(門前沃畓)을 물에 내어 주고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강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평면은 경남의 대표적인 사회간접 자본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전체 경남 사람들의 복지에 기여하는 새로운 빛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평면은 지금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진양호 순환도로 등 사통팔달의 도로망과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춘 미래 근교 시설농업의 중심지이자, 진양호 일주도로변 공원조성, 선사시대 유물전시관, 망향각 건립으로 진주시 제일의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평면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대평면은 천년을 이어온 진주역사 가운데서 가장 극명한 역사적 명암(明暗)을 경험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러한 흔적들은 지역에서 발행되는 언론보도에서 생생한 그 때의 상황을 접할 수 있다.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전쟁과 굶주림, 그리고 이어지는 공비들의 무자비한 침탈과 면민들의 대응이 이어진 50년대를 지나, 전후복구와 보릿고개와의 처절한 사투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몸부림치던 60년대는 면민들에게 있어 너무나 힘겨운 시절이었다.
남강댐 건설과 정든 고향을 버리고 타지로 떠나야만 했던 70년대에는 지역개발의 최대 피해자로 또다시 엄청난 고통을 요구받았던 시기이자, 대평면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기였다. 특히 1969년의 남강댐 건설은 대평면의 근간(根幹)을 뿌리채 뒤흔든 사건이었다. 비옥한 토지와 수 백 년을 살아온 집들이 물에 잠겼고, 수몰보상비 몇 푼을 손에 쥔 많은 대평사람들은 고향을 쓸쓸히 떠나야만 했다. 그나마 수몰보상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지도 못하고 머물고 있다가 기습적인 남강댐 담수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강요받기도 했다.
반면 남강댐 건설은 진주시 인근 유역의 홍수조절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우수기마다 상습적인 침수피해를 당해왔던 장대동을 비롯해 평거동, 신안동, 이현동, 판문동, 초전동, 상대동, 상평동 등 구 진주시는 물론 대곡, 지수, 미천, 집현면 등 남강변 불모지와 주변지역 12㎢의 넓은 면적이 주거지역과 공업지역으로 조성돼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남강댐이 있었기에 진주시는 지금과 같은 도동과 서부지역의 개발이 가능해졌고, 오늘날과 같은 도시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른바 시장논리(市場論理)에 희생당한 1970년대의 대평면은 면세(面勢)의 급격한 위축은 물론, 당시 진양군 지역에서도 대표적인 오지마을로의 전락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고에 불과하기만을 바랬던 대평면민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면세(面勢)의 위축은 두드러졌다.
1980년대 들어 대평면은 또 한 번의 가혹한 희생을 요구받기에 이른다. 1969년 남강댐 건설에 이은 수몰로 많은 대평사람들에게 고향을 등지도록 강요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댐이 다목적댐으로서의 기능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하고 다시금 남강댐숭상공사를 계획한 것이다.
이후 남강댐 보강공사는 일사천리로 추진되었고, 1969년 만들어진 남강댐은 고작 30년도 수명을 다 못채운 채로 기존댐이 수장된 것은 물론 1969년도에 그나마 수몰을 면한 나머지 지역마저 결국 완전히 수몰시키는 아픈 역사를 남겼다.
이후 199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평사람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길고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삶 터를 모조리 빼앗긴 대가로 지불된 수몰보상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쥐꼬리 같은 수몰비 대신 다시 문전옥답을 돌려달라며 고함을 쳤다. 이어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던 대평사람들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거리로 나섰다. 이어진 고난한 정부와의 투쟁은 그후로도 길고도 지루하게 계속됐다.
1862년 진주농민항쟁운동 혹은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대평사람들의 고난과 극복 그리고 상처와 영광은 오늘날을 사는 대평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옛 영광을 되돌리려는 노력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