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촌리(下村里)

하촌리(下村里)는 수몰되기 전까지만 해도 관동마을 앞에 면사무소․지서․대평초등학교 등의 공공기관이 자리잡고 있었고, 큰 도로가 지나고 있어서 가까운 도로변에는 술집들이 즐비할 정도로 번화했던 곳이다. 수몰이전 관동마을이 56가구, 연산마을은 81가구가 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를 갖고 있었지만 도로와 많은 토지가 수몰되고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면서 오지마을로 전락했다.
1914년 진주군 마동면 당촌동(馬洞面 堂村洞)과 신풍면 중동(新豊面 中洞), 수곡동(水谷洞)․중금동(中金洞)의 각 일부와 침곡면 하촌동(針谷面 下村洞)으로서 하촌리(下村里)라 하였다.
1969년 남강댐이 건설되기 전 하촌리에는 당시 면사무소와 지서(支署)의 인접한 곳에 주점이 있었는데 접대부를 고용해 술을 팔 정도로 경제사정이 좋은 곳이었다.
하촌리 주민들은 주로 무, 고구마, 토란 등을 재배했는데 그 생산량이 농산물 수송트럭으로 하루 10여대씩 실어 나를 정도로 많았다. 그러다 보니 타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차량통행이 빈번한 곳이 되었다.
그렇게 번화했던 하촌리가 빈촌으로 전락한 것은 1969년 남강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구에 편입되면서 부터이다. 하촌리는 수몰선 해발 39.5m 아래에 위치해 수몰지가 90%이상이 되었고 그나마 잔여 농토는 계곡에 조금씩 남아있는 형편이었다. 또 가구수도 급감했다. 관동마을과 연산마을 등 2개부락 137세대가 졸지에 페허로 변하면서 대평면내에서도 가장 적은 25세대에 불과한 작은 마을로 전락된 것이다.
하촌리에는 임진왜란 전에 순흥안씨(順興安氏)가 들어와 정착을 하면서 약 150여호가 넘는 거족(巨族)으로 동족부락을 이루게 된다. 이 후 다른 성씨들도 들어오지만, 하촌리에는 관동부락과 연산부락 두 마을 모두 순흥안씨들이 대부분이었다.
17세기 후반부터 연산마을 부근에 연산재(硯山齋)가 있었는데, 1908년에 이것을 중수하여 도통사(道統祠)라 칭하고 공자․주자․안자를 모셨다. 1983년 8월 6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63호로 지정되었다. 이 곳에는 많은 문헌들이 소장돼 있었는데 6.25때 이곳이 인민군 내무서로 사용되면서 거의 사라졌다.
구한말 하촌리는 침곡면(針谷面)의 3개리 중의 하나였다. 1912년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가 펴낸 구한국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舊韓國地方行政區域名稱一覽)에는 진주군 침곡면에 속했고 속리는 상촌(上村)․중촌(中村)․하촌(下村) 등 3리였다.
하촌리에는 바늘고개라는 지명이 있는 데 이는 구한말 침곡면(針谷面)으로 되어 있을 당시,  이 고개의 모양이 바늘같이 가늘고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 고개의 이름을 따서 침곡(針谷)이라 했다고 한다.
비룡산 국사봉은 하촌리에 있는 산으로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대평초등학교 교가에도 들어있다. 옛날 이 산에도 봉화대가 있었다고 전해지며 진주시가지가 멀리 내려다 보여 진주일대를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산봉우리이다.
하촌리 연산(硯山)에 가면 베루메라는 산이 있다. 옛날에는 뒷산에서 먹을 가는 벼루를 만드는 돌을 많이 채석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연산마을에는 골짜기가 많았다. 연산 남쪽에는 갓골짝과 등텃골, 재새밋골이라는 골짜기가 있었다. 그리고 서북쪽으로는 황새골이라고 불리는 학동마을이 있다. 하촌리 북쪽마을로 암하동(巖下洞)이 있었는데 암하동 남쪽에 관동(학동)마을이 있었다. 관동마을의 서쪽으로는 난디밧골과 배나무골, 뿔땅골, 서나뭇골이 있었고 남쪽으로는 새밋골이 있었다. 아릿말로 불린 하촌마을은 옛 침곡면 바느실 아랫마을로 대평면의 상촌과 당촌사이에 있는 마을이다.
수몰이전 137세대에 달했던 하촌리는 2003년 5월 현재 13세대 38명의 주민들이 쓸쓸히 고향 하촌리를 지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