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의 비극 중촌(中村)

중촌마을은 오랜 기간동안 남강 변의 풍요를 구가하던 마을이었다. 과거 1950년대만 해도 진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던 초가집이 중촌마을에서는 기와나 함석지붕으로 개량을 해 초가집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당당한 면세를 자랑하던 마을이었다.
간선도로가 마을 중심지를 관통하면서 교통도 편리했고 대평면사무소의 소재지이기도 했다. 비옥한 사유농토와 군유지 6만6,000여평을 임대해 소득이 높은 작물인 무, 고구마, 호박, 수박, 감자 등을 재배 농가소득도 높았다.
지금으로부터 80여년전에 상촌마을에 있던 면사무소가 면중심지역인 중촌마을로 이전했다. 그로부터 수십년동안 중촌은 풍요로웠던 대평면시대를 이끌어간 행정․상업의 중심지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1969년 수몰로 인해 104호에 이르던 중촌마을은 졸지에 페허로 변해 대평면내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인적이 끊긴 현대문명의 오지로 전락했다.
수몰 이후에도 중촌의 비극과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남강댐이 완공된 이후 수몰보상을 거부한채 고향을 버릴수 없다며 끝까지 중촌마을에 남아있던 마을주민들에게 큰 재앙이 닥친 것이다. 1971년 6월 장마가 시작되자 정부는 댐에 물을 가두었다. 순식간에 면 전역은 수몰되었다. 이 바람에 중촌의 대평면사무소는 대평리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고 미처 피난하지 못한 대평지서의 경찰관 2명은 그대로 물에 갇혀 간신히 탈출하기도 햇다.
졸지에 수몰로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잃은 대평사람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고향을 뒤로 한 채 이주하기 시작했다. 대평면사무소는 7년동안 대평마을의 가청사에 있다가 1978년 중촌마을에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상촌리 755번지는 1974년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전 박정희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여사를 저격한 제일동포 3세 문세광(文世光)의 원적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