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혼이 깃든 옥방(玉房)

옥방마을은 청동기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다량으로 발굴돼 선사시대의 문화중심지로 기능했던 곳이다.
댐수몰 이전만해도 131호 규몰 큰 마을이었지만 옥방마을 역시 농지의 전면적이 수몰지구에 편입돼 남강댐 보강공사 이후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수리조합이 설립되기 이전인 1954년 이전만 하더라도 마을 앞의 너른 들판은 전체가 밭으로 되어 있어 밭에는 무를 심고 후작으로 보리밀을 심었다. 때문에 늘 주식량인 쌀이 부족했기 때문에 무와 벼를 교환하여 식량을 조달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근택복태랑(近澤福太郞)이 마을 앞 강에 수로(水路)를 매설 물을 끌어다가 양수장을 설치하고 율림(栗林)을 약 10두락의 논으로 개답했다. 이후 묘를 이앙해 농사를 지었으나 이 일대 전체의 토질이 사질토였던 까닭에 누수가 심해 실패하기도 했다.
너른 들과 남강을 앞에 두었던 옥방마을에는 문화재 관리국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문화재 발굴작업을 실시했다. 이 발굴작업에서 옥방1호 주거지가 발굴되었는데 여기서 가락바퀴, 그물추, 흙구슬을 비롯해 여러종류의 석기, 숫돌, 민무늬토기, 긴목항아리 등이 발굴되었다.
특히 이 옥방유적에서 발굴된 민무늬토기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발굴된 것 중 가장 많은 양과 완형의 유물로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고 옥방 2호 유적지에서는 역시 청동기시대 유적인 돌칼과 대롱옥, 돌활촉 등이 발굴되어 진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같은 청동기 유적에서 알 수 있듯이 남강과 접한 옥방마을에서는 독특한 고기잡이 방법이 전해오고 있다. ‘살’이라고 불리는 이 고기잡이 방법은 남강의 300m가 넘는 강폭에 V자형으로 돌과 솔가지로 강을 막아 고기를 잡았다. 강물의 유수량과 기후가 적당하면 봄에는 황어(黃魚), 가을과 여름에는 수천마리의 은어(銀魚)를 잡기도 했지만 남강댐으로 인한 수몰로 지금은 살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대평 무의 주산지인 명성에 걸맞게 옥방마을은 무 종자채종(種子菜種)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무에 대한 소비가 급감하면서 대평 무의 주산지로서의 명성도 퇴색해 가기 시작했다. 그럴 무렵 이웃 어은마을의 김수현이 딸기재배에 성공하면서 옥방마을 주민들도 딸기농사를 집중적으로 시작해 딸기 주산지로서 제2의 번성기를 맞았다. 이처럼 옥방마을이 시설채소 재배로 성공을 하게 된 것은 토질이 비옥하고 따뜻한 지하수 등 시설재배에 유리한 자연적 환경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비록 논 면적이 적어 쌀 구경을 하기 힘든 빈촌이었지만 꾸준한 시설재배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었던 옥방마을은 정부의 제2차 남강댐 보강공사로 인해 비옥한 땅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아픔을 겪게 된다. 하루 여섯 번 왕래하는 열악한 교통환경과 비만 오면 발이 푹푹 빠지는 마을 앞길이 옥방마을의 숙원사업이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숙원사업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옥방마을 사람들에게는 대대로 전해 내려온 삶의 터전 옥방 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옥방마을은 지금 시퍼런 강물에 비옥한 토지를 모두 다 내어주고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