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面)의 중심지 대평(大坪)

면사무소가 있는 대평 삼거리에는 수몰민의 고향임을 알게 하는 망향각이 세워져 그리움의 깊이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 대평장터를 위시해 진양군 상권의 중심역할을 했으나, 남강댐 보강공사 이후 이 지역 농지의 전면적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다.
대평에는 당골(堂谷)의 진양정씨의 장군설 전설이 있는 용머리산을 비롯해 유난히 고개가 많았다. 가막고개는 대평마을 북편 공동묘지 아래쪽에 위치한 고개로 진주에서 산청군 덕산으로 통하는 오솔길이다. 이 고개를 넘어갈 때는 짐을 많이 지지 말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명석면 오미리와 경계에 있는 면애기고개는 산의 형국이 꾀꼬리의 얼굴을 닮았다 해서 면앵(眠鶯)이라고도 불렀다. 명산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로서는 그 위치를 알 수가 없다.
명석면 시목마을과 대평마을 경계에는 돌고개라는 곳이 있다. 이 고개는 한국전쟁 이후 빨치산부대의 이동통로로 이용된 고개였다. 이곳에는 돌이 유난히 많아 돌을 모으는 당산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에 이 돌고개에는 슬픈 역사가 전해져 온다. 대평 인근에 은신하고 있던 공비들이 자수를 하자는 측과 자수를 거부하는 측으로 나뉘었다. 상반된 의견속에서 갈등하던 공비들중 자수를 반대하는 측에서 자수를 선택한 공비들을 이 고개에서 사살한 것이다. 지금도 공비의 무덤이 남아 있다.
이같은 역사를 간직한 대평은 남강댐 건설로 인해 만들어진 수 십 정보의 순모래사장이 펼쳐진 사령들(沙嶺野)이 있다. 그 중에 약 4만평의 밭이 옥토가 되었지만 진양호에 편입된 이후 무자비한 모래채취로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골(谷)의 모양이 선인독서지형(仙人讀書地形)으로 중국 시인 자미 두보가 이곳에 와서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투시동(杜詞洞)과 큰 바위 위에 작은 바위가 얹혀있어 마치 아기를 업은 것 같다고 해서 불리는 애기바위에는 파평윤씨세거지(坡平尹氏世居地)라는 글이 조각돼 있다.
대평마을이 진양군 상권의 중심지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종대거리에 들어선 대평시장(大坪市場)때문이었다. 1952년에 건립된 대평시장은 1968년 수몰이전까지 번성했다. 최번성기에는 하루 3～4대의 차량들이 상품을 싣고 와서 판매를 해 번화한 시장이었으며, 시일(市日)이 되면 산청군 단성면, 수곡면, 옥종면, 명석면에서 온 상인들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1994년 86가구였지만 35가구만 이주단지로 이주하고 나머지는 정든 고향을 떠나 진주, 부산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대평마을의 주 농가소득은 시설재배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평딸기를 비롯해 수박과 호박 등을 많이 생산해 높은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 농가의 90% 이상이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딸기 등을 재배하고 있으며 대평마을을 비롯한 대평리 3개 마을에 1천700여동의 비닐하우스가 장관을 연출했다. 멀리서 얼핏 보면 광활한 눈밭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각 농가에서 생산한 딸기를 구 대평 장터 소재 부광회(딸기작목반)에서 매일 수집해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으로 출하했는데 그 물량이 1회에 5,000박스, 대형화물 2～3대 분량이었다. 이 때문에 대평장터에는 딸기를 운반하는 대․소․중형 화물차, 경운기, 리어카와 농민 등으로 매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처럼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하우스재배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 만큼 젊은이들이 많은 것도 대평마을의 특징이다. 전체주민 중 40세 이하가 거의 절반을 차지해 취학 전 아동과 학생 또한 많아져 타지역의 농촌인구 고령화 현상과는 대조를 이룬다.
옛날 대평장터로 성황을 이루었던 종대거리는 지금은 한적한 마을 삼거리로 전락해 완행버스 종착역 역할 이외에는 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 마저도 수몰로 인해 희미한 기억만 남을 뿐이다.
대평면(大坪面)의 지명을 이어받은 대평마을은 지금 이주단지가 조성돼 대평면의 중심마을로 자리하고 있다. 면사무소를 비롯해 한평초등학교와 농협, 우체국, 파출소 등 면의 주요 공공기관들이 자리잡아 옛날 화려했던 대평면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