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향토사 > 대평면지 > 23)비지정문화재-청계서원(淸溪書院)

청계서원(淸溪書院)에 관한 기록은 진양지(晋陽誌)에 전해진다.
주(州)의 서쪽 마동리(馬洞里)에 있으니 지금의 대평면(大坪面)이다. 고종(高宗) 무진(戊辰)에 조령(朝令)으로 훼철되었다.
관정(官亭) 정신렬(鄭臣烈) 상향문 : 척불(斥佛)하고 부교(扶敎 : 유교를 붙들었음)하였으며 오랑캐를 물리치고 나라를 지켰도다. 높은 훈공(勳功)과 크나큰 덕(德)은 백세(百世)가 되더라도 광채가 있으리로다.
퇴헌(退軒) 정천익(鄭天益) 상향문 : 도(道)가 땅에 떨어지지 아니했으니 고매(高邁)한 덕(德)으로 백성에게 무명씨앗을 심으셨도다. 밝으신 신령은 마음 또한 양양(洋洋)하시리니 우리들의 정인(精인 : 정성드린 제사)을 흠향하시리로다.
삼계(三溪) 정 밀(鄭密) 상향문 : 학유연원(學有淵源)
남계(南溪) 정승윤(鄭承尹) 상향문 : 잃어버렸다.
송강(松岡) 하 항(河恒) 이하(以下)는 추향(追享)이다. 상향문 : 행(行)은 효우(孝友)를 근본으로 하시었고 학(學)은 사정(私正)을 가렸도다. 영세(永世)토록 잊지 못할 것은 예(禮)가 숭경(崇敬)하기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모헌(慕軒) 정이심(鄭以諶) 상향문 : 학술(學術)이 순정(純正)하고 행(行)이 충효(忠孝)에서 드러났도다. 사문(斯文)에 표준(表準)이었으니 백세(百世)토록 본뜰지로다.
모송재(慕松齋) 하인상(河仁尙) 상향문 : 학문이 독실하여 옛 것을 이으셨고 글이 간곡(懇曲)하여 스승을 높혔도다. 흉(凶)한 것을 배척하고 강상(綱常)을 붙들었으매 정성 들여 옳고 올바름을 고(告)하는도다.

청계서원기(淸溪書院記)
生人之道必侍賢智而制衣食又其大者故報賽之典先農先蠶爲重我東僻於左海風氣晩開自麗季以來純綿遍於國中以易羽皮之蒙戎冠帶衣履畢備而禮無不及又不但庇軀卒歲之爲功而己寧可不識其所自耶世皆知忠宣文公可倂先蠶而不知鄭公實共其績盖種之來文公而樹而遍鄭公也去核而繅又鄭公也雖有嘉種不樹不殖也雖有嘉花不繅不織也樹而遍借陰陽之公而核而繅發神運之公遂令東土含生茹毛之倫窮宇宙而受其賜呼亦偉矣世代旣遠文獻無徵獨有此事幷載於麗史文公列傳逮我朝而追封晋陽君賜諡文忠則其爲麗氏立身致忠槪可想矣至其世事淋漓不慾見滿庭松竹任淸閒之句又可爲全鼎之一臠矣休退之意發於吟弄之際而考其時則罔僕之節也世以爲與三隱同其標格者有以也公爲官亭殷公遠孫而考判書公而冒刀衛父載在三綱行實忠孝之傳有自矣始忠宣公之祠于丹之道川也議幷享公于一祠以公於忠宣爲妻之父難其序列遂己後兩南儒生請于禮部別祠于晋西之淸溪以報公盖匪但以衣我蒸民也院在江岸擅烟雲之勝祠之外爲講堂齋樓廚庖之具歷十餘歲而工告訖後孫東圭越五百里徵余文以述公事余惟公之始末不可詳請就院壁而略誌之以效景行之私云爾大司諫柳致明

사람이 살아가는 길은 반드시 어질고 지혜로운 이를 기다리면서 의식(衣食)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요, 그것이 가장 큰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보새(報賽 : 신명의 은혜에 감사드리기 위하여 드리는 제사)의 전례(典禮)로는 선잠(先蠶 : 처음으로 길쌈을 가르친 신명)과 선농(先農 : 처음으로 농사를 가르친 신명)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동국(東國)이 좌해(左海 : 변방의 뜻)에 치우쳐 있어 풍기(風氣 : 풍속과 기풍)가 늦게 열렸으니 여계(麗季 : 고려말)로부터 이래(以來)로 순면(純綿)이 국중(國中)에 두루 퍼져서 우피(羽皮 : 짐승의 가죽)의 몽융(蒙戎 : 어지러운 모습)을 바꾸고 관대(冠帶)와 의리(衣履)가 모두 갖추어져서 예(禮)에 있어서 미치지 못한 것이 없게 되었다. 또 다만 몸을 덮는 것만 아니고 세월이 다 되도록 공(功)으로 삼아야 할것이니 어찌 그 근원되는 바를 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는 모두 충선 문공(忠宣文公 : 文益漸)이 선잠을 나란히 한 것으로 정공(鄭公 : 鄭天益)이 그 공적(功績)을 함께 한 것을 알지 못한다.
대개 씨앗을 가지고 온 이는 문공(文公)이지만 심어서 퍼뜨리기는 정공(鄭公)이었다. 핵(核 : 무명씨)을 버리고 실을 만든이도 정공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씨앗이 있다고 하더라도 심지 않으면 번식되지 못했을 것이요,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을 만들지 못했더라면 베를 짤 수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퍼뜨리기에 음양(陰陽)의 공(攻)을 빌리고 핵(核)을 벗기고 실을 뽑기에 신운(神運)의 교(巧 : 교묘)를 발양(發揚)하여 드디어 동토(東土 : 우리나라)의 함생(含生 : 모든 생민)으로 하여금 여모(茹毛 : 茹毛飮血의 준말, 즉 음식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짐승을 산양하여 날 것을 먹는 것)의 무리에서 우주(宇宙)가 다되도록 그 은혜로운 선물을 받게 한 것이다.
아하! 거룩하도다. 세대(世代)가 이미 멀어졌고 문헌(文獻)도 징빙(徵)할 데가 없어 홀로 이러한 일이 있는 것을 여사(麗史 : 고려사)의 문공열전(文公列傳)에 함께 실려있다. 그리고 아조(我朝 : 조선조)에 와서 진양군(晋陽君)으로 추봉(追封)하고 시호(諡)를 문충(文忠)으로 내렸으니 그가 여대(麗代)에서 입신(立身)하여 충성을 다한 것을 대략 상상(想像)할 수 있다.
그가 읊은 「세상일은 임리(淋漓 : 흐트러진 모습)하여 보고 싶지 아니한데, 뜰에 찬 송죽(松竹)속에 청한(淸閒)을 맡겨 두네」(世事淋漓不欲見滿庭松竹任淸閒)라는 구절에 이르러서는 또 전정(全鼎 : 솟 전부)에 한 덩어리 살코기라 하겠으니 휴퇴(休退)할 뜻이 음롱(吟弄)하는 즈음에 나타난 것이다.그리고 그 시기를 생각한다면 자신을 잊어야 할 시절이니 세상에서 말하기를 삼은(三隱 : 포은, 야은, 색은)으로 더불어 그 표격(標格)을 같이 한 것도 까닭이 있는 것이다.
공(公)은 관정은열공(官亭殷烈公)의 원손(遠孫)이요, 고(考) 판서공(判書公)은 칼날을 무릅쓰고 아버지를 지킨 일이 삼강행실(三綱行實)의 충효(忠孝)의 전(傳)에 실려 있으니 그 근원이 있는 것이다.
처음에 충선공(忠宣公)을 단성(丹城)의 도천(道川)에 모실 때에 공(公)을 일사(一祠)에 병향(幷享)할 것을 의논하였으나 공은 충선의 처부(妻父)가 되기 때문에 그 서열(序列)에 난전(難點)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뒤에 양남(兩南 : 영남, 호남)의 유생(儒生)들이 예부(禮部)에 요청하여 진서(晋西 : 진주의 서쪽)의 청계(淸溪)에 사당을 따로 세워 공에게 보답하게 하였으니 이는 우리 증민(蒸民)에게 옷을 입게 하였기 때문이다.
원(院)은 강 기슭에 연운(煙雲)의 아름다움을 독차지한 곳에 있고 사당 밖에는 강당(講堂)과 재루(齋樓)와 주포(廚庖)가 갖추어져 있다. 십여세(十餘歲)를 지나면서 공역(功役)을 끝내고서 후손(後孫) 동규(東圭)가 오백리(五百里)를 넘어와서 나에게 글로써 공의 일을 기술할 것을 청하였다. 내가 공의 시밀(始末)에 대해서 자세치 못하나 원벽(院壁)에 붙일 것을 청하기에 간략하게 기록하여 경행(景行 : 크나큰 길)에 본보기가 되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