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면에는 경호강과 남강이 중심부를 통과하면서 곳곳에 넓은 평야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대평사람들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제방을 중심으로 삶 터를 잡았고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야에는 온갖 작물들을 재배하며 삶을 영위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된 범람원은 대평사람들에게 비옥한 토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토질이 사질토(沙質土)라는 약점이 있었고 우기때만 되면 홍수로 인해 땀흘려 농사지었던 작물들을 고스란히 잃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은 물을 끌어다 댈 수 없는 땅이어서 개간이 되지 못한 채 황무지로 남아 있었다.
해방이후 일제 강점기때부터 일본인에 의해 시도되었다가 번번이 실패했던 양수장이 큰 규모로 갖추어 지고 남강댐 구축에 대비해 제방이 축조되기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농토를 확보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당시 대평사람들에게 있어 농토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밭을 논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가장 큰 숙원사업이었다. 즉 안정적인 농토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였던 것이다. 그 방법은 보(洑)와 양수장 설치였다.
수리시설 설치를 위한 대평사람들의 노력은 조선시대 말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조 말엽에 대평리 앞의 광활한 들판인 한들은 거의 전 면적이 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 당시 안상영이라는 부자가 보(洑)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광활한 들판이 경제성을 가진 논으로 바뀔 경우 안정적인 농토확보는 물론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래서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앞 강 여울에 보(洑)를 설치하기로 하고, 사람들에게 돌 한짐을 갖다 나르면 옆전 한 닢을 주면서 보를 축조했다. 그리고 대평리의 북쪽에 있는 소남덤 밑으로 수로를 만들어 한들 밭에 물을 대어 논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로를 낼 곳의 지형이 낮아 실패를 했다.
보(洑)설치를 위한 이러한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 1933년경 한 일본인에 의해 양수장(揚水場)설치가 시도되었다. 일본인 지판(池板)이라는 사람이 기술자 김차용과 김종화라는 두 사람을 고용하여 가스사용 원동기로 베루트 7가닥과 와이어줄로 양수장을 설치했다.
이로써 약 2,000여평의 논을 개답(開畓)하여 묘까지 이앙하였으나 기계의 힘도 약하고 양정이 높아 실패를 했다.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근택복태랑(近澤福太浪)이라는 사람에 의해 양수장 설치가 시도되었다.
대평리 옥방마을 앞 강에 수로(水路)를 매설하여 양수장을 설치하고 율림(栗林)을 10두락 정도의 논으로 개답하는데 성공했으나 사질토로 누수가 심해 이 마저도 실패를 하고 말았다.
이후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거듭되던 중 1954년경 일본인이 양수하던 그 장소에서 약 250m북쪽에 양수장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대평양수장(大坪揚水場)이다. 이 양수장은 150마력의 모터 2대를 설치해 물을 끌어 올려 약 90정보의 밭을 논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당시 국회의원이던 황남팔과 이장이었던 정순영의 공로에 의해 수리조합이 발족되었고, 이후 대평면에는 많은 소규모 양수장이 설치되면서 밭을 논으로 전환했다.
이후 남강댐 치수사업의 하나로 남강댐 건설이 발표되고 이에 따라 제방이 축조되면서 대평면의 상당한 밭이 논으로 전환되는 경제적 이익을 얻었으나, 남강댐 준공 이후 대평사람들은 대대로 물려온 정든 땅과 집들을 남강댐에 내어주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타지로 이주해야만 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