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 무

「대평(大坪) 무」는 대평면 남강상류 유역의 사질토양지대에서 재배되는 특산 무로, ‘신풍 무’라고도 불렀다. 진주(晋州)는 언제부터 무가 재배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진주에서는 오래전부터 무 재배지로 각광을 받아 왔는데 그 중에서도 경호강변 일대인 신풍리 앞 벗들과 대평리 한들에서 재배된 ‘신풍 무(新豊 무)’와 ‘남강 무(南江 무)’가 대표적이다.
진주에서 재배된 무에 대한 기록은 1930년 조선농회보와 1954년 중앙농업기술원 사업보고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남강 무(혹은 도동 무로 불림)에 대한 기록은 1930년대 후반 조선농회보에 우리나라 재래종 무로 서울 무, 계림 무, 풍산 무, 백양사 무, 울산 무와 함께 ‘남강 무’에 대해 적어 놓고 있다. 또한 신풍 무에 관한 기록은 1954년 중앙농업기술원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30개의 재배품종 가운데 ‘궁중’, ‘신풍’, ‘심’ 등의 품종의 원종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전 경상대학교 교수인 강회박사에 의하면 진주 대평 무는 남강 무( 도동 무)보다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형태와 육질에 있어 상당히 차이가 있었는데, 무의 길이가 길고 육질이 단단하며 바이러스에도 강했다고 한다. 대평 무의 특성을 살펴보면 초세가 왕성하고 잎이 직립성이며 뿌리는 비대력이 우수하고 추근성으로 짧은 원통형 또는 중장형이나 머리부분은 담녹색으로 밑쪽이 약간 굵고 외형이 아름다우며 맛이 좋았다.
대평면에서 무가 많이 재배된 것은 남강 상류 유역에 광활하게 펼쳐진 사질양토된 평야지대의 비옥한 토양 때문이다. 대평면 중앙부를 관통하는 범람원 지역이 사질토로 되어 있고 보를 축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곳에 논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따라서 무나 고추, 고구마 등의 밭작물의 재배가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지질적 특성 때문에 대평 무는 품질에 있어서도 내병성이 강할 뿐 아니라 다른 품종보다 추대가 빠르고 추대율도 높아 전국적인 품종을 자리할 수 있었다.
대평 무는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재배되었던 벗들을 중심으로 경호강 하안 충적지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방이후 대평에서는 신풍리 앞 벗들과 대평리 한들 등지에서 앞다투어 무를 재배하여 고소득을 올렸다. 1964년 당시 진양군의 16개면에서 생산되는 무의 30%가 대평면에서 생산될 정도였다.
대평 무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전주의 흥농종묘지사와 전국 각지에 공급되면서 부터이다. 특히 대평 무 중, 특히 벗들 무는 옛날에는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특히 1951년 대평 무가 거제포로수용소에 고가로 2～3년 납품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 납품된 무의 가격은 1가마(60kg)의 가격이 벼 1 가마의 가격과 같은 고가로, 향후 2～3년간 지속되면서 대평면은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평면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무를 비롯한 고구마, 참외, 수박 등의 작황이 부진해 10여 년 간 고가의 특작물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 시기의 대평면은 경호강변을 따라 이어진 관개기술의 발전과 교통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무 뿐 아니라 고구마, 토란, 참외, 수박 등 상업적 작물재배지로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남강댐 수몰 이전에는 유명한 벗들 무를 매입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지의 상인들과 자동차들이 수 십대씩 몰려들기도 했다. 대평 무를 주작물로 삼았던 사평리의 경우 무를 내다 팔 때가 되면 주점에는 항상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었고, ‘개가 십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대평 무는 저장성이 좋아 각 마을별로 무 종자채종(種子菜種)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종자채종은 당촌리와 대평리, 신풍리 등지에서 이루어졌다. 당촌(堂村)은 특히 무 종자생산으로 유명했는데 1973년 2월 26일 법률 제2555호로 종묘관리법이 제정되기 전 무 종자생산량이 약 400가마(1가마 72kg)에 달했고, 사평(沙坪)에서도 품질이 좋은 무 종자를 100여가마(1가마 72kg)나 생산했다. 신풍(新豊)도 무 종자산지로 이름 높았는데 당촌리 다음가는 150가마를 채종하여 고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무 종자채종은 수백평이 넘는 밭에서 가을 무 수확시 모양이 좋은 것을 골라서 동해를 입지 않도록 묻어 두었다가 익년 초봄에 약 30cm 간격으로 세워 심어 두면 짱다리가 길어서 종자가 여는데 그 종자를 채집해 두었다가 그 이듬해 봄에 파종하여 종자를 채종했다.
대평 무로 인해 대평에서는 이른바 거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우영(鄭祐永)은 무 상인으로 일제강점기에는 평양까지 무를 역수출하면서 대평 최고의 거상이 되었다. 또 김덕룡(金德龍)은 무 종자상으로 대평 무의 우수종자를 생산해  전국 종묘상에 보급하는 등 대평 무 상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지금은 남강댐 건설로 인해 광활하던 무 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일부 면민들에 의해 대평 무 종자가 보존되고 있다.
‘대평’하면 당연히 ‘무’를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대평 무는 대평면을 대표하는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평 무의 명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무 재배에 관한 기록이 적혀있는 1965년도 진양군 군세일람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65년도 진양군 군세일람중 소채실수확량표(蔬菜實數穫量表)를 보면 대평면의 무 재배면적은 2,800반(反)으로 진양군 16개면 전체 재배면적 7,193.8반(反)과 비교한다면 전체 26%를 차지하고 있다. 수확량을 보면 진양군의 전체 수확량이 11,579,974k중 대평면은 3,528,000k로 전체수확량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16개 읍면중 가장 많은 수확량을 기록하고 있다.
1966년도에는 대평면내에서 무 재배면적과 수확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진양군의 무 재배 총면적을 보면 5,217반(反)이며 이중 대평면은 3,151반(反)으로 무려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수확량도 전체 19,380,910k중 대평면의 수확량은 14,179,950k로 전체 수확량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대평면 다음으로 무 수확량이 많았던 곳은 집현면과 금산면으로 각각 1,823,895k, 1,112,125k인 것을 보면 대평면에서 수확되는 무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1968년도에 접어들면서 대평면의 무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급격하게 적어진다. 남강댐건설로 인해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은 물론 수확량 조차도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진양군 전체의 무 재배면적은 6,520반(反)으로 1966년도에 비해 재배면적은 다소 늘어났으나, 대평면은 재배면적이 2,756반(反)으로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수확량도 5,852,000k로 무려 41%가 감소한 것이다.
1970년에 들어서면서 대평면의 무 생산은 급격한 하락세를 겪게 된다. 1970년도 진양군의 무 재배면적은 9,580단으로 이중 대평면은 2,330단이며, 수확량도 진양군의 총 18,639,600k중 대평면은 4,359,000k로 전체수확량의 23%에 그치게 된다.
1971년도 대평면의 무 재배면적은 1,765단이며 수확량은 4,139,200k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1973년에는 재배면적 62.1단, 수확량 1,196,200k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게 된다.
이후 대평면의 무 재배는 남강댐 건설에 이은 남강댐 숭상공사로 인해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고 지금 일부 농가에서 무 종자를 채종하거나 일부 농가에서만 재배가 이루어져 겨우 대평 무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