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리(新豊里)

신풍리(新豊里)는 경호강이 동쪽과 서쪽을 가로막고 있고 북쪽으로는 낮은 구릉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구릉사이 골짜기들을 따라 서쪽에서부터 상촌(上村)․중촌(中村)․하촌(下村)으로 구분되어 있다.
상촌은 새드랑․늪골․대족골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은 진주시 판문동, 북쪽은 명석면 가화리, 서쪽은 상촌리․하촌리․당촌리와 접해 있다. 풍호강(豊湖江)을 격(隔)하여 접경을 이루고 있으며, 동북지방은 합천(陜川)에서 발기한 황매산(黃梅山) 연봉의 지맥이 흘러와 명석면 가화리 국사봉과 만나면서 크고 작은 산들이 무수돌기해 산악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촌은 상촌에서 약 200m거리의 진주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촌은 중촌에서 5리가량 떨어져서 명석면 가화리와 접하고 있다.
남강을 모천으로 하고 있는 풍호강은 신풍리 전 지역을 에워싸고 있어서, 신풍은 예부터 교통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남강댐 공사로 말미암아 신풍평야의 구도로가 수몰된 이후, 진주시 판문동 명석면 가화리를 우회하여 신풍 통정골로 통하는 도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하촌 앞을 통하여 진주시 판문북동을 거쳐 명석면 용산리 앞 국도를 연결하는 가설도로를 이용했다. 이 가설도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동북방의 진주와 산청방면을 가기 위해서는 마태(馬駄)와 보행에 의존했고, 서남방면의 하동과 사천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선(渡船)편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신풍(新豊)은 고대로 납대 또는 서납대라고 불렀다. 신풍(新豊)이라는 지명은 방조 이봉공 후간(旁祖夷峰公後幹)이 찬한 신와공 행장기(愼窩公 行狀記)의 「檜窩公始居于新豊」이라는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를 볼 때 신풍은 지금으로부터 260년 이전부터 신풍(新豊)이라는 지명이 사용되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신풍에 사람이 살게 된 것은 고려조 이전으로 추정되는데, 그 고증으로는 신풍 주변에 불교와 관계 깊은 고적인 절터․부채골․불당골(佛堂谷)․영법골(永法谷)․국사봉(國師峰) 등의 지명이 남아 있어 고려조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초기 당시 이곳에는 노(盧)씨․두(杜)씨․재령이씨 등이 살았다. 노씨는 마안골(馬鞍) 입구 새터에 10여호 세거했고, 살나드리에는 재령이씨, 대족골에는 정씨, 골터(孤月址)에는 두씨가 살았다. 그 이후 16세기 전반에는 진주하씨(司直公派)가 들어온다. 『진양지』에도 거론되는 영무성 하응도(寧無成 河應圖)와 하천주(河天澍)도 여기에서 나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얼마 뒤 하응도의 종증조인 하문신(河文臣)의 딸과 결혼한 창원황씨의 황우(黃瑀)와 그의 아버지인 황윤의(黃允義)가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신풍은 점차 창원황씨의 동족부락으로 변모되었다.
이 시기에 중촌 앞 들에는 진양하씨, 상촌 늪골에는 완산전씨, 하촌에는 거창유씨가 이거해왔다.
이미 조선초기부터 새터와 살나드리에 살던 노씨와 두씨들은 풍호강 유역에 위치한 서재골에 서재를 짓고 한문을 수학하는 등 자제교육이 이루어졌다. 후대에 들어온 황씨에 의해서도 그런 일이 이어졌다. 유교적 교화를 위해 신풍리 일대에 동약이 실시되고 동안(洞案)이 작성되었다. 이 동안은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당시의 향촌사회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더불어 동약 또는 동계는 동족의 단합을 꾀하는 종계(宗契)로 변해갔다. 이와 함께 마을 뒤 언덕 기슭에 창원황씨의 재실인 동산재(東山齋)가 세워졌다.
대족골에 자리를 잡은 회와공은 풍호 앞들에 삼고대(三高臺)와 칠수정(七樹亭)을 짓고(진양지에 기록이 보임) 글공부를 했고, 뜰 앞에 심은 포고나무는 450여년을 자라다 수몰로 사라졌다.
동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신풍리는 후대로 내려갈수록 창원황씨의 동족촌락으로 변모해간다. 그러다 보니 당시 농업을 주로 하던 주민들은 한정된 토지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차츰 다른 지역으로 이거해 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신풍리에서 혼주(混住)하고 있던 다른 성씨들은 점차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신풍에 살던 주민들은 인척이나 친고관계를 찾아 많이 떠났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조선시대말엽 사천군 가산면 구호리에 조창(租倉 : 조세수납창고)의 설치로 많은 주민들이 가산면으로 옮겨갔다. 조창의 설치로 함양과 거창, 산청, 합천방면의거주민들이 조세를 인마의 역태로 공납을 하게되었다.
그때 운반경로의 요충지였던 풍호평야 하단에 위치한 지수골 입구 내동면 가곡리와 연락하는 도선장 지점에 10여호가 넘는 객주집과 마구가 설비되어 조세공납을 위해 왕래하는 행인을 상대로 영업을 했다. 그중에 박춘삼(朴春三)이라는 사람은 객주집을 경영해 거상(巨商)이 되기도 했다.
이후 1910년대에 이르러 조세제도가 현물제(現物制)에서 금납제(金納制)로 바뀌면서 행인들의 발길이 끊어졌고 객주집 운영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나마 1915년 을묘(乙卯)년 대홍수로 전 가옥이 유실되어 한 집도 남음이 없이 타처로 이거했다.
신풍에 살던 사람들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중기까지는 새터나 살나드리 등 평야지대에서 살았으나 회와공이 신풍에 들어 온 뒤로는 후손들이 주로 산악지대인 사드랑이 등에 세거의 터를 닦고 살게되자 다른 성씨들도 점차 산악지대로 옮겨와 살게 되면서 평야지대는 거대한 농경지로 변하였다.
신풍은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형성되어 있고 일부분이 풍호강 유역의 평야지대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축물 생산과 연료림 채취에 의존해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한정된 농토와 임야에 비해 인구가 날로 늘어가면서 일부 부락민들은 농경지가 여유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거하기 시작했다. 반면 남은 주민들도 농경기 개간과 산림이 보호육성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극고근면(克苦勤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답의 분포상태도 부락앞 집수지대(集水地帶)와 산곡간 계곡지대에 우기에 약간 출수 또는 집수를 이용하여 논으로 경작했다. 그러나 농지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풍호평야는 수리시설이 없어 거의가 밭으로 이용되었는데 , 그 토질이 비옥하고 양호하여 각종 밭농사의 경작에 적지였고 그중에서도 무와 면화가 잘되었다.
신풍의 산업은 주로 산악지대인 탓에 연료 임산물을 진주에 내다 팔거나 농사를 지었으나 쌀과 보리의 수확량은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대신 신풍의 경제를 살려준 것은 광대한 풍호평야 지대의 70%지역에 심은 「무」였다. 
가을 무 수확기에는 이 주변일대에는 무 시장을 형성하여 진주, 부산, 서울 등지에서 상인들이 운집하여 앞 다투어 무 매수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신풍 무는 품질이 양호하며 맛이 좋고 저장력이 강하여 월동이 용이해 어느 시장을 막론하고 다른 지역의 무보다 가격면에서 2～3배 높게 받을 수 있었다.
조선조 초기 신풍주민들은 풍호유역 상류지점인 새터로부터 약 500m 떨어진 서재골에 한문서당을 짓고 자제를 교육시켰으나 새터의 노씨와 살나드리의 이씨들이 이거하면서 주민수가 적어지게 되었다. 이로써 부락의 몰락과 함께 서당도 철폐되고 말았다.
이후 신풍에서는 개인의 사랑방 서재에서 한문을 가리키며 글을 배웠고, 1890년 황인식(黃仁植)이 하동 배골에서 중촌부락에 거처를 정하고 영법골 옛날 절터에 서당을 새로 짓고 한문을 면학하면서 문내의 자질과 서생을 모아 한문을 가르쳤다.
그후, 1896년에 신풍의 전 부락민이 협력해 사드랑이 북쪽 약 500m 지점에 옛날 두씨가 세거했던 골터에 서재를 신축하고 재호를 함천재(涵泉齋)라 편액하였다. 이 서재가 준공되자 중촌 영법골에 세운 서재는 폐쇄되었다. 함천재의 초대 훈장에는 이산 황종연(伊山 黃鍾淵)을 추대하고 훈육과 강학을 개시하지 원근 각처의 사랑방서재에서 강학하던 서생들까지 함천재로 모여들었다. 서생수는 약 30명에 달했고 나중에 많은 한문학자들이 배출되었다.
1923년 대평면 하촌리에 대평공립보통학교가 설립되었다. 이에 일제는 각 부락에 있던 서재와 사랑방서재를 강제로 철거하고 훈장을 주재소로 납치하는 등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는 한편 보통학교 내에 속성과 단기 1년, 장기 2년의 강습소를 병설하고 만 8세이상 12세까지는 보통학교 1년생으로 모집하였다.
해방이후, 신풍 중촌부락에 신풍리 전 부락민의 부담으로 국민학교를 신축했다. 초기에는 대평국민학교의 분교로 운영하다가 신풍분교의 학교건물을 위시해 학교 전재산을 진양군 교육위원회에 기증해 신풍국민학교로 승격하였다. 그러나 신풍국민학교가 수몰지구에 편입되자 재학생들을 한평국민학교에 다니도록 조치했다. 이에 신풍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였고, 신풍에 단독 국민학교를 짓기로 결정하였다. 건축경비는 군교육위원회가 부담했지만 교사 및 부속시설에 소요되는 부지는 황씨종중에서 토지를 기증했다. 이로써 신풍국민학교는 신풍리가 단독 부담으로 건립한 부락민들의 정성의 결정체였다.
해방이후, 신풍리는 대평 무가 재배되는 본산지로 각광을 받았다. 더불어 무 종자 생산지로 당촌리 다음가는 종자채종으로 고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신풍사람들은 부지런하여 진주시장을 가면 무, 고구마, 장작 등 한짝이라도 더 지고 가 돈을 가져온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근검한 사람들이었다.
한때 「신풍면(新豊面)」이라 불릴 정도로 면내에서 가장 부유했던 까닭에 고등교육도 많이 받아 정계, 군인, 공무원, 변호사등 고위직에 많이 진출하였다. 국회의원 황남팔의 고향이기도 하다.
신풍은 진양호가 생기면서 마을 앞의 너른 들판을 송두리째 내주어야 했다. 한때 300여호가 넘었던 마을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떠나면서 지금은 오지중의 오지로 변해버렸다.
물에 막히고 산에 둘러싸인 신풍은 수몰 이후 한때 대평호라는 도선이 운행되어 진주와 연결되었지만, 이후 북쪽으로 높은 고개를 넘어 갈골과 연결되는 새로운 길이 닦이고 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되면서 배편이 끊어졌고 더불어 영원한 마음속의 고향으로만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