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 벗들 무의 본 고장 사평(沙坪)

사평 동쪽 강가에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이 벗들이다. 약 100정보의 밭이 펼쳐져 있는 벗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는 무, 감자, 수박, 참외 등이며 특히 벚들 무는 대평 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옛날에는 나랏님의 진상품으로 명성을 날렸고, 무 종자채종으로 대평 무의 역사를 이어가는 곳이었다.
남강댐 수몰전에는 유명한 벗들 무를 매입하기 위해 부산, 서울 등지의 상인이 하루 십여명씩 내왕하여 무를 밭뙈기로 매매하는 사람과 하루 20여대의 자동차가 붐비어 주점은 만원을 이루었다. 개가 십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로 풍요로웠던 사평이었다. 특히 사평은 무 종자채종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연간 72kg짜리 가마니로 100여가마나 생산했다.
그러나 남강 댐건설로 인한 수몰은 사평마을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사평마을의 경제적 근간이 되었던 황금 옥토는 물 속에 가라앉아서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되었고, 무 장사꾼으로 북적이던 사평의 대로변도 침수되거나 황무지로 바뀌고 말았다.
벚들이 수몰되기 전의 사평 어귀에는 이곳으로 몰려오는 외지인과 상인들의 반공경각심 고취를 위해 1962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반공유적비가 세워졌다.
이 비에는「공산괴뢰가 남침한 6․25날 첫돌을 맞는 새벽,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들벌에서 적과 싸워 산화한 무명용사 김영신-죽어서 오히려 살아 이긴 그의 영원한 넋을 우리 가슴속에 길이 새기기 위해 여기 돌을 세운다」고 적어 놓고 있다. 이 반공유적비도 이미 벗들의 수몰과 함께 20년 전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진 유물이 되고 있다.
사평에는 1969년 수몰로 하촌리에서 이전한 대평국민학교와 대평지서, 우체국 등이 있었으며 문화류씨의 재실인 도양재와 진주강씨의 반룡재 등의 재실이 있다.
대평초등학교는 1922년에 세워진 6년제 공립보통학교로 인근 지역 학생들의 요람으로 성장했으며 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이웃 신풍마을 출신 황남팔 국회의원(자유당)이 이곳 대평공립보통학교 강습과 2년을 졸업했다. 그러나 지금은 80년이 넘는 역사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폐교되었고 한평초등학교에 학적부가 이관되어 있다.
남강댐으로 인한 수몰로 상촌리에 있던 면서무소가 1970년 5월 대평리 경로당으로 이전되었다. 그리고 상촌리에서 내촌리까지 면 중앙으로 통하는 도로마저 수몰로 통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강을 건너는 것은 고사하고 하촌리 앞 소로도 없어져 하부마을 사람들은 민원을 보는데 애를 먹었다.
이에 따라 진양군은 1971년 3월 25일 군조례 제166호에 의하여 대평초등학교 뒤편인 당촌리 산 33번지 기슭(현 사평경로당)에 대평면 남부출장소를 설치, 민원인들의 불편을 덜어 주었다. 당시 출장소가 관할했던 구역은 하촌․사평․당촌․내촌․신풍 등 5개리 10개 마을이었다. 그러나 생활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7년만인 1978년 4월 6일 군조례 제418호에 의해 폐지되었다.
대평면에서도 가장 비옥한 곳에 위치해 전국에서도 이름 높았던 대평 무의 본고장 사평은 이렇게 남강댐 건설로 인해 황폐화 되어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3년말 현재 당촌과 사평마을에는 63세대 171명이 진양호수변 산록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