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터의 고향 상촌(上村)

상촌마을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46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말엽에 침곡(針谷)이라 불린 상촌마을은 남강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108호가 거주하는 비교적 큰 마을이었으며 하동정씨(河東鄭氏)가 제일 먼저 입향했다고 한다.
사령 들은 섬으로 되어 있어 대평리쪽으로는 강(江)을 사이에 두고 상촌쪽으로는 약 800m거리의 상촌마을과 연결되는 백사장이다. 강물이 불면 완전 섬이 되었고 밭 4,000여평에 고구마, 참외, 수박 등 작물을 심어 수확했지만 운반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남강댐 건설 이전의 상촌마을은 대마, 수박, 무, 고구마 등 특산물 생산이 많아 경제적으로 윤택한 편이었고, 양조장까지 있어 상당히 번화한 마을이었다. 1969년 남강댐 완공으로 상촌마을로부터 수몰선 해발 39.5m까지 수몰되면서 토지, 가옥 등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나 7～8회, 심지어는 10회가 넘는 분할보상으로 국유지나 종토토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세대들도 많았다.
상촌마을은 대평면을 가로지르는 남강을 사이에 두고 대평리와 마주보고 있으며 면소재지와 이웃한 곳이다. 옛날에는 대평장이나 진주로 가기 위해서는 대평리와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지만 옛날 강물이 많이 없을때는 바짓가랭이를 걷어 올리고 건널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이웃이었다.
그러나 상촌나루터를 이용해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없게 된 것은 1969년 남강댐이 완공되고 강물의 수위가 크게 높아진 이후의 일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조차 희미해진 ‘대평 무;의 산지이기도 한 상촌마을은 수몰이후 가구수가 40호로 줄어들만큼 오지로 전락했다. 마을 앞 강은 들판을 기름지게 만들고 무 재배에 적당한 토질을 일구어 사평, 신풍과 함께 대평 무의 주산지로 불리기도 했던 곳이다.
대평 무가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꽤 오랜기간에 걸쳐 종자가 이어져와 귀한 식품으로 명성을 얻었고, 한국전쟁을 전후해서는 전국에 크게 알려졌다. 대평 무는 바로 상촌마을의 부의 상징이었고, 하나의 물물교환 작물로 이웃 수곡면의 벼와 사천, 삼천포 등지의 해산물과 교환되기도 했다.
대평무의 특징은 다른 무와 달리 매운 맛이 없고 달고 시원할 뿐 아니라 무 질이 부드러웠다. 그래서 동김치나 무 나물에 적격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대평 무의 독특한 맛과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저장성이 약해 다른 품종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평 무 재배농가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2～3농가에서 재배하면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서 고구마가 대평 무의 명성을 잇고 있다.
상촌마을 사람들 역시 남강댐 보강공사로 인해 정든 가옥과 농토를 버리고 도시로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민이거나 이곳을 떠나서 마땅히 정착할 곳이 없는 주민들 뿐이었다.
상촌마을의 숙원사업은 대평면 전체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대평리와 상촌리를 잇는 교량건설이었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져 쉽게 왕래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상촌나루의 나룻배를 이용해야만 했다.
상촌나루터는 진주 최후의 나루터로 남강댐 보강공사가 끝나기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을 했으나 콘크리트로 건설된 다리에게 제자리를 내어주고 상촌사람들의 기억속으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