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리(上村里)

상촌리(上村里)는 대평면을 가로지르는 남강을 사이에 두고 대평리와 마주보고 있으며, 진양호 서북부 호반에 위치해 있다. 남강댐 건설로 인한 수몰 전에는 마을 앞의 삼각주 모래밭인 사령들(沙嶺野)에 무를 재배해 이웃 사평․신풍과 함께 ‘대평 무의 주산지’로 널리 알려졌다.
이곳의 옛 지명은 바느실(針谷)이다. 하촌리(下村里)의 바늘처럼 뾰족한 바늘고개에서 연유했다고 전해오기도 하고, 마을 뒤 나지막한 산과 강가에 바늘처럼 기다린 숲이 조성돼 있어 이름 붙여졌다고 전하기도 한다. 이 숲은 육림이 잘 되어서 구한말에는 나라에서 상을 내렸다고 전하며, 일제강점기에 국민학교를 세울 때 300년 이상되는 소나무, 포구나무, 느티나무를 벌목하여 학교건립비용으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상촌리(上村里)란 명칭은 바느실 북쪽에 위치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는 대평면의 지세가 남북을 중심으로 나뉘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마을의 이름이 상(上)․하(下)촌 등이 많은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또 마을 들판에 남북으로 4개의 바위가 띄엄띠엄 놓여져 있고 이것이 상촌리 사평마을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그것을 노딧돌이라고 불렀다. 이후 문화재관리국의 조사결과 그 돌은 지석묘(支石墓)로 밝혀졌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상촌리는 마을이 산등성이 아래 강가를 따라 취락을 이루고 있어서 배혈(舟形穴)이다. 따라서 마을 가운데 샘을 파면 배밑에 구멍이 나서 물이 들어와 파선하는 것처럼 망한다고 해서 마을안에 우믈 파는 것을 금지했다.
한때 상촌리 사람들은 진주까지 30리길을 하루 4회 왕복하는 버스를 이용했고, 경남의 북부지역과 진양군의 동부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촌나루에서 나룻배로 건너 대평리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교통불편을 겪을 정도로 오지마을에 속했다. 상촌리에는 임진왜란 직후 하동정씨(河東鄭氏)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그 뒤에 여양진씨(驪陽陳氏), 은진송씨가 대대로 살아온 460년 된 마을이다.
상촌리는 원래 침곡부곡(針谷部曲)이었던 곳으로 이전에는 소씨(蘇氏)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고 이후 하동정씨가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진양지』문과조(文科條)에는 세종때 참판을 지냈던 정양(鄭穰)이 침곡에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어 하동정씨가 일찍부터 이곳과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촌리는 원래 진양군 침곡면 지역으로 1914년 행정구역 조정에 따라 상촌(上村)․중촌(中村)․정동(井洞)을 합하여 대평면 상촌리(上村里)라 하였다.
남강댐 수몰 이전만해도 상촌이 108호, 중촌이 104호로 모두 212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고 일제강점기때 150호, 해방이후와 한국전쟁 이전까지 200호였던 것을 보면 면내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를 가진 마을이었다.
그러나 수몰이후 상촌이 45호, 중촌이 27호로 모두 72호만 남았고, 2002년 현재 인구는 상촌 15명, 중촌 52명으로 67명에 불과한 작은마을로 전락하고 말았다.
성씨는 하동정씨․여양진씨․은진송씨의 집성촌(集姓村)이 있었으나 수몰로 인해 각성촌(各姓村)으로 변했고, 민촌(民村)의 성격을 지닌 탓에 강건너 어어실(於魚谷)에 진양정씨의 재실 효산재(孝山齋)가 있을 뿐 마을안에는 재실이 없었다.
마을 공동재산으로는 수몰 이전에 논 3,500평, 밭 500평, 산 2정보가 있어 그 수입으로 상촌나루터를 운영하는 경비로 사용했고, 공동기물로는 상여, 전통혼례 복식, 농악기 등이 있었다.
공식적 사회조직의 지도자로 이장(里長)과 새마을지도자, 새마을부녀회장 등이 있었고 4H클럽, 청년회는 수몰 이후 없어졌다. 이장은 대동회(大洞會)에서 대개 40～50대 남자를 선출하며 관급보수 9만여원과 연 벼 10가마니, 보리 10가마니를 받았으나 1980년대 부터는 관에서 지급되는 보수만 받고 있다.
계조직으로는 상촌마을의 친소관계에 따라 17호와 18호 단위로 두 개의 상포계가 있어 장례때에 상부상조했고, 부녀친목회가 있어 7명과 14명 단위로 있었다.
상촌리 대부분의 농가들은 논 10마지기, 밭 4마지기 정도를 경작하는 중농에 속했다. 상촌사람들의 농경생활을 살펴보면 벼는 입하(5월 5일～6일) 전후에 파종하고 하지(6월 22일경) 전후에 모내기를 했으며, 음력 9월초에 수확을 했다. 보리는 음력 9월 9일경에 파종하여 망종(6월 5～6일경) 수확했는데 가정에서 필요한 만큼만 경작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사회적 여건과 영농기술의 미숙으로 빈촌에 속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강가의 비옥한 사질토에 무와 참외, 수박, 콩, 땅콩, 고구마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면서 부촌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경작지가 반 이상 수몰된 이후에는 강 건너에 비닐하우스가 즐비한 대평리와는 대조적으로 다시 빈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상촌리는 특히 강가에 밭이 많아 목화 삼(大麻)를 경작하여 삼베 길쌈이 성했다. 상촌사람들은 손수 길쌈한 무명으로 가족들에게 옷을 해 입혔고 외출복과 예복은 올이 가는 섬세한 무명과 삼베를 이용했으며 부유한 사람들은 명주와 모시로 옷을 지어 입었다.
상촌리 대부분의 가옥들은 초가집이었는데 1950년대 들어서면서 특용작물의 재배로 가정에 여유가 생기면서 80% 정도가 함석과 기와로 지붕을 개량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지붕개량이 이루어졌던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상당한 부를 누렸던 곳이며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남은 집도 스레트로 개량하였다.
가옥의 구조는 남향의 안채를 서쪽에서 부엌, 큰방, 작은방으로 배치하고 동향 또는 북향의 사랑채를 앉혀 사랑방, 잿간, 외양간으로 배치했다.
상촌리에는 옛날에 서당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교육에 있어서는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이 마을 학생들은 과거 하촌리에 있던 대평국민학교를 다녔으나 수몰 이후 당촌리로 이전함에 따라 강건너 대평리에 있는 한평초등학교로 통학을 했다. 중학교는 나루 건너 버스로 20분이나 소요되는 명석면의 명석중학교를 이용했고, 고등학교는 진주시내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상촌리의 민간신앙을 보면 무당이 굿을 한 경우는 정초의 삼재굿(三災), 음력 10월의 초승의 도신굿, 간혹 있는 재수굿과 치병굿이 전부였다. 곡신(穀神)을 조상단지라 하며 음력 10월에 쌀, 6월에 보리를 갈아넣는 단지에 왼새끼를 감고 큰방안 시렁에 모시기도 했는데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고, 2월의 영동할매제도 지금은 지내지 않는다. 단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엌의 조왕과 굴뚝 밑에 있는 재물신인 철륭을 가신(家神)으로 인식하고 정성을 드렸다.
기우제 행사로는 부녀자들이 집단적으로 강에 가서 키로 강물을 까불면서 “아이고”하고 곡소리를 내고 줄다리기를 했다. 기사년(己已年 1929년) 한발 때에는 주민 수 천여명이 참가하는 줄다리기를 했다고 한다. 줄다리기는 상촌 강가 백사장에서 벌어졌는데 상촌리(上村里)가 암줄, 대평리(大坪里)가 숫줄을 잡고 줄다리기를 하였는데, 과연 비가 내렸다고 한다.
동제(洞祭)는 상촌의 경우 정월보름날에 제관이 마을 뒤 산기슭 돌무더기에 가서 당산할매에게 마을의 태평과 풍년을 기원했다. 수몰 이후 폐지되었다가 이 마을 진주현(陳周鉉)이 꿈에 당산할매의 현몽을 받고 한동안 매년 음력 2월 3일에 지냈다.
민속놀이로는 정초에 소년들은 연날리기, 소녀는 널뛰기, 성인은 윷놀이를 주로 했고, 수몰이전에는 마을농악대가 당산굿→샘굿→나루굿→잡돌금을 치며 보름까지 정월 명절 분위기를 돋구었다. 보름날에는 줄다리기와 달집태우기로 대동놀이를 즐겼으며, 백사장에서는 봄부터 씨름, 소싸움 등을 하다가 백중이나 추석에는 큰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세시풍속으로는 음력 2월 1일에 냄새나는 꽃을 태워 노내기를 쫓았고, 3월 삼짓날 용왕먹이기, 6월 유두에는 논에서 용신제와 물고 고사, 10월 상순에는 도신 등을 지냈다. 도신은 무당굿을 하지 않으며 주부가 마당에 1m정도되는 작사리를 삼각대 모양으로 세우고 그 아래에 팥고물 시루떡을 시루채 차린 다음 밥, 고기, 나물, 과일 등 재물을 차려 성주신께 고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