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대평면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일제는 1910년 한일합방 이후, 토지조사사업 등 식민지 지배를 위한 경제적 조치를 단행함과 동시에 대대적인 지방행정제도 개편을 단행한다. 지방행정제도의 개편 명목은 지방제도의 합리적인 개편이었지만, 사실은 구(舊) 향촌질서를 바탕으로 한 연대를 통한 민족적인 저항의 우려를 막고, 식민지 지배에 알맞은 체제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1914년 3월 1일 전국을 317군(郡)에서 218군(郡)으로, 4,315면(面)을 2,517면(面)으로 하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이 시행됐다.<총독부령 111호 1913년 12월29일 공포> 부령 제111호에 의거, 종래의 진주군(晋州郡) 소관인 50면(面) 298리동(里洞)이 19면(面) 148리동(里洞)으로 개편되었는데, 이의 19면은 진주면(晋州面), 평거면(平居面), 도동면(道洞面), 내동면(奈洞面), 정촌면(井村面), 금곡면(金谷面), 문산면(文山面), 진성면(晋城面), 이반성면(二班城面), 일반성면(一班城面), 사봉면(寺奉面), 지수면(智水面), 대곡면(大谷面), 금산면(琴山面), 집현면(集賢面), 미천면(美川面), 명석면(鳴石面), 대평면(大坪面), 수곡면(水谷面)이었다.
1914년 실시된 지방행정구역 개편으로 전국 부․군․면․리가 통폐합되면서 진주의 영역도 부분적으로 조정되고 면리 영역도 새롭게 편성된다. 대개 2～3개의 면(面)이 하나의 면(面)으로 통합되고, 리(里)도 여러 개의 자연촌을 아우르는 광역의 법정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 조선시대에는 면(面)에 공식적인 관리가 파견되지 않고 주민들의 자체적인 여론에 의해 그 주민 중의 유력자가 면장으로 선임되었고, 독립적인 청사나 공식적인 조직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들어오면서 하나의 형식적인 행정영역에 불과했던 조선시대와 달리, 면제가 강화되는 한편 면사무소의 건축과 더불어 독자적인 행정조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따라 대평면 지역도 그동안 독립되어 있던 신풍면․마동면․침곡면이 곤양군 곤명면 본촌리 일부와 함께 대평면(大坪面)으로 합쳐졌다. 그리고 법정리로는 대평리(大坪里)․당촌리(堂村里)․상촌리(上村里)․하촌리(下村里)․내촌리(內村里)․신풍리(新豊里)를 두었다.
그리고 면사무소(面事務所)와 지서(支署)같은 공공기관(公共機關)의 설립도 이루어졌다. 하촌리(下村里)에 면사무소가 설립되고 공식적인 면의 업무가 시작되면서 지서 등의 공공기관이 대평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한일합방과 함께 시작된 토지조사사업과 일제의 일관된 식민지적 반봉건 지주제 강화정책은 많은 농민들을 몰락시킴과 동시에 소작농이나 빈농으로 전락시켰다. 이같은 농민들의 몰락사실은 당시 대평면 일대의 토지소유 현황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대평면에는 몇몇 한국인과 일본인 대지주에게 많은 토지가 집중되어 있었다. 1995년 진주시와 통합되기 이전, 진양군에 보관되어 있는 토지대장을 보면 특정 개인과 회사 소유의 토지가 많았다. 특히 대평리에서는 박간보태랑(迫間保太郞)․우희다여태랑(宇喜多與太郞) 등이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내촌리에는 진주의 청수좌태랑(淸水佐太郞) 등에 의해 운영되었던 청수합자회사(淸水合資會社) 소유의 토지와 대평직차(大坪直次)․유택술승(有澤荗勝)․전구재(田口再) 등 개인소유의 토지가 막대했다.
이중 박간보태랑(迫間保太郞)은 부산에 살았던 부재지주로 경남 일대 여러 곳에 걸쳐 막대한 토지를 소유해, 소작농들과 잦은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사천지역의 소작농들간의 집단적인 분쟁은 당시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청수좌태랑(淸水佐太郞)은 교통운수․상업․금융․전기․기업 등 여러 사업체를 운영한 재벌로 진주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시기 대평면에서도 민족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배출되고 있었다.
내촌리(內村里) 산연마을 정준교(鄭準敎)는 본관(本貫)은 해주(海州)이며, 자(字)는 태규(泰奎), 호(號)는 서주(西州)이다.
1880년 8월 13일 진양군 대평면 내촌리에서 광린(光麟)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정준교는 1919년 3월 18일 진주장날을 이용하여 자주독립운동을 주동하였다. 1910년 일제에 의하여 나라를 잃게 되자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서울과 만주 등지를 전전하며 동지들과 이마를 맞대고 그 방법을 모색하던 중 1919년 3․1운동을 맞게 되었다.
이때 이미 서울의 손병희, 진주의 김재화, 박진환, 강달영, 심두섭, 이강우, 박용근, 강상호 등과 손잡고 만세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거사일을 3월 18일(음력 2월 17일) 진주장날로 정하고 리(里)와 동(洞) 또는 각 면(面)에 동지들로 하여금 이를 연락하는 한편,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진주면 천전리 산중 망경대에서 박진환, 심두섭 등과 함께 여러날 밤을 꼬박 세우면서 독립선언서와 격문 등을 등사판으로 제작하여 1919년 3월 10일 밤부터 진주 인근 마을의 각 책임자들에게 비밀리에 운반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일본 군경은 삼엄한 경계를 하며 임시 휴교령을 내려서 타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여비까지 주어가며 강제 귀향시키는 한편, 일본인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을 정탐하도록 지시했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정준교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조직을 확대시켜 나가면서 광림학교(光林學校)의 악대원으로 활동하다가 졸업한 천명옥, 방성오, 김영조, 이영규 등에게 거사 당일 시위행진을 알리는 주악을 하도록 했다. 드디어 1919년 3월 18일, 원근에서 연락을 받은 군중이 구름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1시경 이영규가 진주 비봉산에 올라가 불어대는 나팔소리를 신호로 제1지구는 옥봉동부터, 제2지구는 재판소 부근, 제3지구는 장터 등 3개 지역에 분산되어 모여있던 시위대열은 악대를 선두로 일제히 봉기하여 독립만세를 외치는 한편,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도 감추었던 태극기를 군중에게 나누어 주고 독립만세를 불렀다. 이것이 진주의 3․1운동의 시작이다.
한편 정준교는 강상호, 그리고 많은 시위대와 진주공원에서 나팔과 북을 치면서 진주장터로 이동, 주동자 정준교, 강달영, 정용길 등이 단상에 올라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각종 격문을 살포하는 한편 악대를 선두로 시가행진을 시작하였다.
이에 사태의 급박함을 느낀 일제는 일본군 헌병과 경찰을 출동시켜 시위행열을 저지하고 군중을 해산시키려 했으나 역부족임을 알게되자 소방대까지 출동시켜 물감과 오물을 뿌리며 곤봉 등으로 시위대를 난타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3만여명으로 늘어나자 일본군 헌병과 경찰은 시위 주동자들의 옷에 잉크를 뿌려 옷에 물감이 묻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검거작업을 시작했다. 이때 300여명이 체포되었는데, 정준교도 이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했다.
진주법원과 대구복심법원을 거쳐 그해 9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른바 출판법 위반 및 보안법 위반으로 3년의 형이 확정판결되었고, 진주의 관련자중에서는 가장 중형을 받은 한사람으로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이후 출옥한 정준교는 일경의 감시를 피해 동아일보 진주지국을 설치하고 지국장이 되었다. 지국을 통해 일제기관의 정보를 캐내어 동지들에게 전달하는 등 지하운동과 민족계몽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일제에 의하여 유린당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전개하였다. 또 경북유림단과 제휴하여 활동하는 등 조국광복투쟁에 몸을 던졌다. 정부는 그의 공을 기리어 1968년에 대통령 표창을 추서하였고, 1990년 건국훈장애족장을 추서하였다.
또 신풍리(新豊里)의 황종화(黃鍾和)는 1919년 3․1운동때 독립선언서를 다량 입수해 경상․전라도 등지에서 배포하다가 체포되어 형을 받았다. 그후에도 임시정부에서 파견한 강태(姜泰)․이정규(李丁奎) 등으로부터 받은 격문과 독립선언서를 각지에 배포하다가 다시 체포되어 4년을 복역했다. 이처럼 대평면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되었고, 항일운동의 중심역할을 해 나갔다.
이에 따라 대평면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일찍부터 농민운동 조직이 결성되었다. 1920년대 초반 진주에 노동공제회가 만들어졌다. 1922년 9월 4일 진주에서 ‘전국 소작노동자대회’가 개최되면서 당시 진주군 내의 대부분의 면에 그 출장소가 만들어졌다.
『동아일보』1923년 1월 14일치 기사를 보면 진주노동공제회(晋州勞動共濟會)는 각 출장소와 지회 대표자들을 초청해 총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대평면출장소가 참가를 했고 102명의 농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1922년에서 1923년초 조선노동공제회 진주지회에는 18개소의 출장소가 있었는데 조선노동공제회 진주지회 대평면출장소의 주요간부로는 정대현(鄭大鉉)과 안명식(安明植)이었다.
1924년 진주에서는 삼남지역의 33개 노동․농민단체 대표자 56명이 모여 경남노농운동자간친회가 개최됐다. 이는 북성회계열의 노동동맹회측이 서울파의 노농대회준비회에 대항하여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었다. 간친회를 주도한 것은 진주노동공제회를 비롯해 부산노동동맹회, 마산노농동우회 등 3개 단체였다.
대구에서는 남선노농동맹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 조직은 ‘노농운동의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전국적 총단결의 촉성을 기함’이라는 강령에서 나타나듯이 조선노농총동맹을 결성하기 위한 전 단계의 과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가맹단체들은 각 지방에서 소작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원조할 것을 결의했다.
마침내 1924년 4월 17일 경성에서 조선노농총동맹이 결성되었다. 진주노동공제회는 그 가맹단체중의 하나였으며 진주노동공제회의 간부 강달영은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와같이 진주노동공제회는 1924년부터 전개된 일련의전국적 대중운동기관 조직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각 대회에서 채택된 결의 내용을 진주지역 농민운동 조직사업에 그대로 반영했다.
초기 진주노동공제회의 지도부는 먼저 연령면에서 대개 20～30대 청년들이었다. 이들 지도부 속에 대평면 내촌리의 정준교(鄭準敎)가 속해있었다. 특히 정준교는 3․1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징역형을 살기도 한 그는 1924년 4월 경성에서 결성된 전조선노농총동맹 창립에도 참가했다. 진주노동공제회에서 그가 맡은 부서는 소작부였다.
이에앞서 1922년 「동아일보」에는 대평면 당촌리에 강습소(講習所)가 생겼는데 40여명이 신청해 교육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는 기사가 보인다. 당시 대평면에서는 대평공립보통학교가 개교하기 전의 일로써 많은 면민들이 보통학교의 개교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중이었다.
당촌리에 생긴 강습소는 박우석(朴于錫), 박희양(朴熙陽), 강대유(姜大裕), 정종우(鄭鍾祐) 등이 교육이 급한 아동들을 위해 당시 당촌리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인의 잠업실을 무료로 빌려 봄부터 강습소를 열었다. 이 강습소를 맡아 지도할 선생은 정태△으로 했으며 당시 강습소에서 공부를 했던 아동은 4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평(大坪)의 한자식 이름을 풀어보면 ‘크고 너른땅’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호강이 대평면을 가로 질러 가면서 형성된 대평면의 너른 평야지대에서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치열한 노력들이 전개되었다. 대평면 지역의 취락은 범람원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제방과 인근한 지역은 관개수로를 낼 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한들(大坪)의 전 면적이 밭으로 이용되고 있을 당시, 안사영이라는 부자가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앞 강 여울에 보(洑)를 축조할 목적으로 돌 한짐에 엽전 한 닢을 주고 돌을 져다 모아 보를 축조하고 소남덤(대평리지역) 밑으로 수로를 만들어 한들 밭에 물을 대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이외에도 1933년 일본인 지판(池板)이 가스사용 원동기로 양수장을 건설하려다 실패했고, 일본인 근택복태랑(近澤福太郞)도 옥방마을 앞에 양수장을 설치했으나 토질이 사질토였던 관계로 물이 말라버려 모두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따라서 대평면 지역은 다른 면에 비해 밭의 비율이 높았고 자연히 밭농사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대평리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다. 그러나 대평리에 거주했던 정상진(鄭相珍 : 서예가 은초 정명수의 父)이 일본에서 고구마 종자를 구입해 대량재배가 이루어지면서 식량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특히 사과는 당시 면내에서 최초로 재배되었고, 급속도로 확산돼 한때 과수원이 많이 들어서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기도 했다.  내촌리에서는 일본인 전구일랑(田口一郞)이 잠종보급을 위해 대규모 상전(桑田)을 조성하고 잠종잠(蠶種場)을 만들기도 했다. 인부는 인근 지역의 부녀자들을 이용했고, 일본인으로서는 특이하게 야학을 설치해 운영했다.
대평면 지역은 진주의 도시부와 주위의 수곡면, 북쪽의 산청군(단성면․삼장면․시천면), 서쪽의 하동군을 연결하는 통로의 요충지에 자리잡은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정비되면서 사람의 왕래가 잦아졌고 이에따라 점차 번화해 지기 시작했다.
특히 내촌리(內村里)는 1910년대부터 이 마을 앞으로 하동국도(河東國道)가 통과하고, 수곡면(水谷面)과 하동군(河東郡) 옥종면 일대의 사람들이 고이재를 넘어 마당재를 통해 진주로 드나들던 곳이었다. 따라서 내촌리는 일제강점기부터 번화한 곳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강변을 따라 위치한 상촌리(上村里)와 하촌리(下村里) 일대도 면사무소와 국민학교, 지서 등의 공공기관이 들어서고, 명석면 오미마을에서 대평리를 거쳐 강건너 상촌리에서 당촌리 사평마을을 거쳐 내촌리로 이어지는 신작로가 개설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대평면에 대평공립보통학교가 세워진 이후, 일제는 민족적인 성향을 띤다는 이유로 한문서당을 없애고 훈장을 납치하는 등 혹독한 탄압을 자행했다. 당시 대평면 신풍리와 상촌리 등에 서당이 있었는데 일제의 탄압과 시대변화에 따른 아동들의 신식교육으로의 경도현상 때문에 점차 쇠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