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제의 변화

대평면의 주요 교통체제는 보도와 하운중심이었다. 조선시대의 육지교통은 인력과 우마를 운반수단으로 하는 보도중심의 육로와 내륙수로로 하운을 활용하는 교통체제로 고개와 도선장이 도로의 주요지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의 대평면과 외부를 연결하는 교통은 고개를 넘는 방법을 이용했다. 보도중심의 교통체제는 북쪽으로 오미를 통하여 산청방면으로 통행을 했고, 진주방면은 신풍 하촌에서 평거동과 판문동을 이용했고, 수곡면은 당촌 고드재를 넘었다.
하천수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보면 단성은 어은의 나루터를 이용했고, 서부 경남지역의 세곡(稅穀)운반 거점으로 신풍 지수골이 이용되면서 이곳에는 객주집이 번성하기도 했다. 이 교통로는 오미～갈골～딧내～지수골～귀곡～삼계리(삼거리 혹은 수통골이라 부름)～가산창에 이르는 고개와 하천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후 삼계리는 남강댐에 의한 인공방수로로 개통되어 수통골이라는 지명이 현실화 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는 마동 아래땅골에 제석산성을 축성케 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대평면지역이 진주에서 하동 및 수곡방면으로 향하는 요충지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대평면에는 수레중심(우마차와 자동차)의 교통체제도 갖추어져 있었다. 1928년에 끝난 일제의 제2기 도로건설사업에 의하여 오늘날 국도 2호선에 해당되는 진주～하동간의 자동차 도로(2등도로)가 개설되었다. 이때 남강을 가로지르는 진주교도 가설되었다.
이 자동차 도로는 내촌 족정 앞을 통과하고 이와 연결되는 면내 간선도로도 내촌(족정)～마당재～당촌 3거리～사평～경호강을 따라 상촌～대평～오미로 통하게 되었다. 따라서 경호강변이 차마가 다닐 수 있는 수레교통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촌과 족정마을은 국도와 지방도 그리고 하천교통이 결절되는 인근 진양․사천․산청․하동 4개군의 교통요지로 번성하게 되었다.
진양지명사에는 내촌리 지역의 교통환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내촌마을은…(중략) 당시 진주에서 평거잠수교를 경유, 내촌리 내촌마을, 족정마을을 거쳐 사천․완사를 경유 하동으로 통행하는 대로였는데 사람, 자동차, 우마차의 통행이 많아 번화한 거리였다. 특히 내촌마을과 족정마을은 살기좋은 곳으로 전분공장 또는 큰 상점이 있어 돈이 많이 끌리는 곳이었다. 또 족정마을에는 일인 飯田泉이 경영하는 상점과 잠실도 있었다’
이 시기에는 대평면은 가장 교통이 편리한 농촌의 하나였다.
그러나 1969년 수몰 이후 우회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생활권이 분리된다. 남강댐 완성으로 경호강 주변 교통로가 수몰되고 진주～하동간 국도 역시 내동과 완사쪽으로 이설되었다. 진양호가 면내 각 지역을 교통적으로 격리시키게 됨에 따라 대평면은 교통로에 따라 대평, 신풍, 그리고 마동지역으로 분리되었다.
진양호로 수몰된 초기에는 3개지역으로 운행하는 배가 있었다. 마동으로 운행했던 배의 이름은 ‘삼원호’였고, 신풍은 ‘대평호’, 상촌과 대평은 ‘진양호’였다. 그러나 고개를 넘어 진주로 통하는 자동차도로가 개설되고 정기버스가 운행하게 되면서 정기선박을 이용하는 교통은 사라졌다.
수몰전의 대평면은 진주시와 가장 인접한 지역이었다. 판문동까지 불과 10여 킬로미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몰이후 진주시와의 길은 진양호를 우회하는 25km로 두배 이상 늘어나게 되었다. 대평면내에서도 신풍리는 면소재지 상촌에서 1시간 반 이상 거리로 멀어지게 되었다.
대평면은 단일 생활공간이 아니라 진양호를 가운데 두고 수 개의 생활공간으로 분리된 것이다. 곧 남강댐과 진양호는 가장 교통이 편리한 농촌에서 교통상의 벽지로 만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