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이용의 변화와 취락 형성

선사시대 대평면은 남강에 의해 형성된 자연제방과 배후사면(背後斜面)이 발달돼 완만한 기복을 갖는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었다. 농경을 주된 생업으로 선택한 대평인들은 이와같은 지형을 잘 이용하며 마을과 농경지를 구획하고 공간을 인간중심으로 변화시켰다.
청동기시대 약 600년간 지형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자연제방에 해당되는 다소 높은 대지에서 청동기시대의 이른 시기부터 늦은 시기까지 주거지가 모두 확인된다.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했던 밭도 배후사면의 같은 위치에서 층위만 달리하며 경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대평면 대평리 옥방․어은지구에서 발굴된 집터(住居址)를 통해 당시의 농경상을 살펴보면 석도를 사용하여 수확한 곡물을 주거지 바닥에 묻어 놓은 대형 항아리에 저장하였고, 주거지내에서 곡물을 조리했다. 이어 중기가 되면서 마을이 크게 변화하는데 이는 환호(環壕)의 조성을 통해 알 수 있다. 환호란 주거지역을 둘러싸는 도랑과 같은 시설로 경계, 구획, 방어의 기능을 했다. 따라서 환호를 만들면서 이전에 있었던 집터를 정리한 흔적도 있는데 폐기장과 같은 곳도 확인되고 있다.
대평의 환호는 다른 지역의 환호와는 달리 비교적 큰 규모였다. 이는 타지역에서 발견된 환호가 구릉지에서 발견된 것과는 달리 대평의 환호는 더 넓은 가경지(可耕地)를 확보할 수 있는 평지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생활상을 볼 때 대규모 환호는 자연지리적 특징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필요와 조건이 충족되어져야 가능한 일이었다. 더불어 대평의 환호 취락은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발전한 것이고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환호를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동기시대  중기 이후 대평지역의 모습은 대규모 환호로 둘러싸인 중심지역과 그 외곽지역에 열을 지어 늘어선 무덤군, 그리고 배후사면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밭과 자연제방 위의 소규모 거주지역으로 전체가 구획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관은 평범한 농촌의 작은 마을 풍경은 아니었다. 그리고 주거지의 규모가 점차 축소되었는데, 이는 사회․경제 체제의 변화와 맞물려 생산과 소비활동이 각 세대별 단위로의 전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옥방지구에서 발견된 환호는 너비 3m, 깊이 2m이상되는 단면 V자형으로써 평면형태가 방형이며 한 변의 길이만 40m에 이르렀다. 이렇게 호를 파고 그 안 편에 토루(土壘)를 쌓았으며, 토루의 상부에는 목책(木柵)을 설치하여 아주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당시로서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뒤따르는 환호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중기 이후 청동기시대 대평면지역은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추는 한편 수장을 중심으로 결속되어 사회가 성장했다. 따라서 대평면의 농경사회는 자연제방의 사면에서 곡식을 심고 가꾸면서 집단노동력이 집약된 공동생산 체제로 유지되어 왔다.
이후 대평면은 주어진 자연환경 위에 농지․취락․교통시설 등의 문화경관을 각인하는 방식으로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생활공간을 형성해 나갔다. 다시 말하면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의 사회 경제적 변화는 토지이용․교통체계 등 생활공간 조정방식과 문화경관을 부분적으로 변화시킬뿐 아니라, 개별적이고 독자적이었던 생활공간을 전국적 차원에서 위계적으로 조직하고 광역적 생활공간의 일부로 통합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활공간의 광역적 재편성 과정은 입지적 특성에 따라서는 대규모 댐으로 활용됨으로써 단위 생활공간이 단지 전국적 생활공간의 기능적 일부로만 존립하도록 하는 강제적 변화를 수반하기도 한다.
대평면은 역사적으로 그 존립형태를 남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대평면의 생활공간 변화는 농경시대에는 일차적으로 수리기술의 발전에 주로 관련돼 있다. 그러나 일제시대 이후 낙동강 치수사업 등 광역적 공간조직화가 진행됨에 따라 남강변에 위치한 대평면의 입지가 대평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선사시대 이후, 대평면의 생활공간 변화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기초한다. 조선시대 대평의 토지이용 상황을 보면 마동의 내촌․당촌, 그리고 침곡은 제언 관개에 의한 논농사가 행해졌다. 그리고 신풍과 대평 등 경호강 본류에 인접한 곳은 주로 습지상태로 미개간지였고, 다소 높은 자연제방인 옥방같은 곳조차 관개기술의 부족으로 주로 밭농사지대로 활용되었다.
인접한 수곡면에는 소하천을 막아 관개하는 보(洑)가 많이 나타나지만 상대적으로 대하천인 경호강과 남강변에 인접한 대평면에서는 보가 발달되지 못하였다. 저지는 배후습지로 홍수기 마다 범람해 경작지로 활용되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높은 자연제방이 경지화 되었다. 대평면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인 한들(대평)의 밭을 논으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조선 말 안상영이라는 부자가 보를 축조하였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도 일본인 池板이 가스 원동기로 양수관개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은 이 시기 경호강과 남강 유역의 토지이용에 대한 기술적 한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일제시대 까지 대평리는 현재의 대평의 가운데는 습지로 남고, 경지와 거주지는 남쪽의 자연제방(옥방)과 북쪽 산록(어은)에 형성되었다. 침곡과 신풍에서도 경호강 본류에 가까운 곳보다는 산록계곡에 주요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신풍향토지(新豊鄕土誌)에는 신풍의 초기 거주지가 강에서 인접한 자연제방(새터, 살나드리)에서 황씨 씨족촌락이 형성되면서 산록으로 이동하고 자연제방은 경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상세히 적고 있다.

“고려시대에서 이씨조선 중엽에 이르는 동안 주민들은 주로 새터 살나드리 등 평야지대에서 살았으나 회와선조 입신풍 이후로는 후손들이 주로 산악지대인 사드랑이 등에 세거의 기지를 닦고 살게 되니 다른 씨성들도 점차로 평야지대에서 고지대로 옮기게 되고 평야지대는 농경지로 전용하게 되었다”(『신풍향토지(新豊鄕土誌』, 1981, 동산재(東山齋) 발행, 8쪽)

조선시대의 대평은 토지가 비옥하고 풍요한 지역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진양지(晋陽誌)』풍속 조를 보면 대평면에 속하는 각 리의 토질과 경제사정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신풍(西申大里로 표기)은 토지가 살찌면서도 기름지지는 않고 사는 사람들은 궁핍하다(肥而無沃 居民窮乏)고 하였고, 침곡은 토지가 비옥하다(土地肥沃), 대평은 넉넉하고 척박한 것이 반반씩이고 사람들은 궁핍하다(饒脊相半 居民窮乏), 마동은 살찌고 척박함이 반반이며 항상 가뭄을 걱정한다(肥脊相半 常患旱災)”

또 『신풍향토지(新豊鄕土誌』도 “경지면적은 협소하고 임야면적은 농지면적에 비하여 비교적 광대한 산악지대이므로 연료 임산물을 진주 등지에 다소 반출되고 있으나 농산물은 쌀과 보리가 주곡으로 주민이 자급할 정도에 불과하였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무 재배의 최적지로 각광을 받아 풍호유역 평야지대 약 70% 면적에 무를 심어서 가을 무 수확기에는 이 주변일대는 무시장을 형성하여 진주․부산․서울 등 전국각지에서 온 상인들이 운집하여 앞을 다투어 무 매수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대평면은 수리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경호강변과 남강 유역이 본격적으로 경지화되고 농작물의 전국적 유통이 확대되는 해방 이후에야 비로소 그 입지적 이점을 누리고 경제적 부를 구가할 수 있었다. 이에 앞서 해방 이전에는 내촌리 들에는 일본인이 농사를 짓던 뽕밭이 많았고, 특산물은 무, 고구마, 감자 등이었다.
해방 이후부터 대평면은 우마차와 트럭을 이용하는 수레 특히 자동차가 주요 운송수단으로 등장하면서 농산품의 지역간 유통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평에 처음으로 출입을 한 차는 목탄차였다. 또 제방의 축조 및 관개기술의 발전과 비옥한 충적토양을 활용하여 전국적 특작물 생산지역으로 대두되었다. 대표적인 특작물이 대평의 무이다.
대평 무는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재배되었던 벗들을 중심으로 경호강 하안 충적지 전역으로 재배가 확산되었을 뿐 아니라, 1973년 종묘관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대평면에서 생산된 무 종자를 전주의 흥농종묘지사와 전국 각지에 공급하여 ‘ 진주 대평 무’는 전국의 대표적인 무 종자로 전국에 알려졌다. 특히 대평 무는 1951년 거제포로수용소에 고가로 2～3년 납품되기도 했다.
또한 1954년에는 150마력 원동기를 사용하는 대평양수장이 설치돼 대평리의 약 90정보가 논으로 전환되었다. 대평양수장의 위치는 어은(소남나루터) 449번지 동북 강기슭이었다. 이 시기의 대평면은 관개기술의 발전과 교통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무 뿐만 아니라 고구마․토란․참외․수박․감자 등 상업적 작물재배지로 활용됨으로써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당시에는 경호강 양안의 충적지가 상당부분 경지화 되어 대평면의 번영을 뒷받침했으며, 상촌리 뱃가에서 내촌리 뱃가까지 도로변에 있던 초가의 대부분은 새마을사업 이전에 이미 지붕개량을 했고 25개소에 달하는 주점이 즐비했다.
특히 수리시설의 발전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곳이 대평리이며, 1954년 수리조합이 설립되기 이전까지는 대평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변하였다.
특작물 재배로 번창하던 대평면은 1969년 남강댐 건설로 인하여 경지와 주거지가 물 속에 잠김으로써 급속히 쇠퇴하게 된다. 특히 대평면의 중심에 입지한 침곡(상촌․중촌․하촌)지역은 폐허로 변하고 만다. 신풍과 내촌의 주거지는 부분적으로 수몰에서 벗어났지만, 경지가 있는 벗들이 완전 수몰되어 호수가 격감하였다.
1970년대부터 대평면은 주거지와 경지가 모두 수몰되거나 주거지는 보존되더라도 경호강 양안의 경지 대부분이 수몰됨으로써 당시 진양군의 대표적인 농업지역으로서의 면모를 거의 상실하게 되었다. 특히 대평면의 중심지에 입지한 침곡(상․중․하촌)지역은 졸지에 전쟁터와 같이 폐허가 된 부락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대평리는 가장 상류이고 자연제방이 넓게 발달했기 때문에 수몰선 위로 인공제방 3,950미터를 구축하여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수몰 전 400여호에서 1993년 291호로 가구수는 줄었으나 인구의 급격한 감소현상은 없었다. 시설농업으로 생활기반을 닦았다. 또한 대평면의 수몰지역 가운데 비 홍수기에는 물이 빠지는 토지에는 잔디재배 등 임시적 토지이용이 행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