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舊石器時代)부터 사람이 살다 <1900년 이전～1909년>
천년고찰 응석사(凝石寺)를 품고 있는 집현산의 정기를 받아 어진이(賢)들이 모여(集) 삶을 꾸려 가고 있는 집현면(集賢面).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해서 현동(賢洞)이라는 지명도 생겨났고, 산(山)마을의 넉넉함과 강(江)마을의 포근한 추억을 품고, 팔폭 병풍을 두른 듯 평안과 후덕함을 자랑하는 집현산 아래 터를 잡았다.
산(山)아래 사는 사람들이 산(山)을 닮듯 넓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집현사람들은 육중한 산(山)과 깊은 골(谷)이 어우러져 그 사이에 너그럽게 키워 낸 들(野)에서 그들만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구석기시대(舊石器時代)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밝혀져, 선사시대(先史時代)․역사시대(歷史時代)에 이르기까지 삶의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오랜 역사와는 달리, 오늘의 집현면은 평범한, 너무 평범한 삶을 꾸리고 있다.
선사시대의 집현면(集賢面)의 생활상은 진주시(晋州市) 집현면(集賢面) 장흥리(長興里) 월평(月坪)마을 인근 국도 33번 신설구간인 월평유적(月坪遺蹟)에서 발견된 구석기유적을 비롯한 신석기와 삼국시대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월평유적에서는 진주지역 최초(最初)로 구석기시대(舊石器時代) 문화층이 발견되어 다양한 석기문화(石器文化)와 인류의 시원(始原)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평유적에서 구석기시대 문화층이 발견된 것은 집현면에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이 살았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집현면 일대의 문화․역사복원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이 일대에서 신석기시대(新石器時代)의 문화층과 삼국시대(三國時代) 가야(伽倻)의 주거취락과 관련된 유적지(월평유적)가 함께 발견돼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한 지역에서 구석기시대(舊石器時代)부터 삼국시대(三國時代)에 이르는 선사(先史)․역사시대(歷史時代)의 다양한 유구(遺溝)와 유물(遺物) 등 고고학 자료의 집중 분포가 확인된 예는 서부경남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最初)인 것으로 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월평유적은 이같은 고고학적 의의를 가짐과 동시에 태초에 인류가 이 땅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현면을 비롯한 서부경남 일대의 ‘역사(歷史)와 문화(文化)의 연속성(連續性)’을 밝히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집현면(集賢面)은 조선조 전기까지 진주목 북면에 속해 동물곡리(冬勿谷里), 모태곡리(毛台谷里), 정곡리(井谷里), 신당리(新塘里), 사죽리(沙竹里)로 불리다가 임진왜란 후에는 동물곡리(정곡리․모태곡리), 모태곡리, 사죽리, 집현동리로 바뀌면서 처음으로 집현(集賢)이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순조 32년(1832)에는 동물곡리, 모태곡리, 집현동리, 사죽리 였다가, 고종1년(1864)에는 리(里)가 면(面)으로 개칭되었다.
이후 집현면은 1914년 3월1일 시행된 지방행정구역 개편때 비로소 집현산(集賢山)의 이름을 따 집현면(集賢面)이라 했다.
1900년 이전의 집현에 대한 자료는 고지도(古地圖)상에서 일부 지명이 발견될 뿐, 연대별 집현의 변화상은 추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1900년부터 1910년대까지의 집현발전사(集賢發展史)는 한국 근현대사와 진주시사(晋州市史)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사회․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민중세력의 저항이 전국적으로 폭발한 1860년대 부터 일제의 강점이 시작되는 1910년까지는 외세의 침략과 봉건체제에 맞서 싸운 저항의 시기이자, 또한 민족의 자주적 변혁운동을 담당할 주체세력이 형성되어 온 과정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조선후기의 가장 커다란 변화는 생산력의 발전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킨 민중세력의 저항이 봉건적 지배체제를 그 기반부터 무너뜨려 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농업을 비롯하여 수공업․광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일어났으며, 이와 더불어 전개된 상품화폐경제의 활성화는 그 자체가 이미 봉건적인 폐쇄적 자연경제를 해체시키는 과정이었다.
또한 경제적 영역에서의 변화는 사회적․사상적 영역의 변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봉건적 지배체제의 와해를 가속화시켰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은 1900년 3월에 일어난 삼남지방(경상․충청․전라) 화적들인 활빈당의 등장으로, 이들의 활동은 1906년까지 계속되었다.
1900년부터 1909년까지의 특징을 보면 진주지역에는 많은 관청을 비롯한 교육기관들이 들어서 서부경남의 교통․교육․행정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굳혀 나간다는 점이다.
1909년까지의 관공서 개설 현황을 보면, 진주전보사 개국(1902), 마산우체국 진주출장소 개설(1905), 진주경찰서 설치(1907), 진주종묘장설치(1907), 경상남도 진주재판소 설치(1907.11), 진주지방재판소 동검사국 설치(1908.6), 진주구재판소 개칭(1909.11) 등이다.
이 시기는 일제의 조선 침략이 본격화 되는 때로 진주～삼천포간 도로 개설(1909) 등 도로개설도 활발해졌다.
1909년 진주～삼천포간 도로 개설 이후 1910년 말에 진주～마산간 도로가 개수되어, 진주지역의 교통과 운수는 급성장 하게 된다.
교육(敎育)기관으로서는 1907년 1월에 진주공립심상공동소학교가 개교한 이래 이해 9월에는 진주공립제1심상소학교가 개교했으며, 이후 진주공립농업학교(1910.4) 등의 교육기관이 줄지어 들어섰다.
1900년에는 서울 종로에 첫 전등점화와 전화가 개통되었고 1월에는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한 해이며, 삼남지방의 화적들이 활빈당을 조직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해이기도 하다.
1901년 2월에는 신식화폐조례가 공포돼 금본위제를 채택했고, 진주우편국(晋州郵便局)개국(1896.7.25)<사진-1>이후 1902년에는 진주전보사가 개국(1.7)했으며 1909년에는 전화통화업무도 시작됐다.
1904년은 경부철도가 완공된 해이자, 군사경찰제가 시행된 해이기도 한데, 이 해에는 진주에 진주고문지부가 설치돼 경찰업무와 감옥사무가 이관됐다.
이사청(理事廳) 진주지청이 설치된 1905년에는 마산우체국 진주출장소가 진주군 성내면 5동에 설치되고(5.29) 우편업무가 시작됐다.
마산우체국 진주출장소의 주요 업무로는 우편 위체(爲替)저금, 전신사무를 취급했고, 1906년 7월 진주우편국으로 개칭됐으며, 1909년에는 수입인지의 판매, 전화통화의 취급, 1911년에는 특설전화교환과 전선의 탁송전보 또는 내용증명 우편을 취급했다.
1905년 5월28일에는 경부선 개통식이 거행되었는데, 경부선은 1901년(광무5) 영등포와 부산 초량에서 기공식을 하고 착공하여 1904년 11월10일 완공됐다.
경부선은 길이 445.6km로 1898년 조선정부로부터 경부권 부설권을 받아낸 일본이 조선인을 부설공사 인부로 강제 동원하고 침목 등의 목재를 남벌해서 사용하는 등 약탈적인 방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싼 값으로 건설되었다.
1906년 11월에는 처음으로 호구조사가 실시됐는데 당시 전국의 가구 수는 233만87호였다.
1907년에는 진주지역에 많은 관공서가 들어선 해인데, 진주경찰서(晋州警察署), 진양금융조합, 경상남도 재판소, 진주소방조 창설, 부산지방법원 진주지청 동검사국, 진주종묘장이 창설되었다.
이중 진주종묘장(晋州種苗場)은 경남지역에 대한 주요 농산물의 종자배포와 개량증식에 힘써 온 우리나라 농업근대화의 전진기지이면서 경남농업발전의 시발점이었다.
진주경찰서는 1907년 한일협약 체결에 따라 한국 고문경찰제도가 폐지되면서, 보좌관, 보조원도 폐지됐고, 고문지부를 경찰서로, 분견소가 경찰분서로, 분파소가 순사주재소로 개정되면서 진주에 경찰서가 설치되었다.
순종 2년(1908) 7월 관제가 개정되어 각 도에 경무부장을 두면서 진주경찰서 관할 구역이 나뉘어 졌는데 사천, 삼천포, 곤양, 남해, 단성, 삼가, 의령 8개 주재소에 한하게 하였고, 11월 하동경찰서의 신설로 하동 곤양의 2개 주재소는 하동서로 편입되면서, 동시에 반성주재소가 신설되었다.
1911년 9월 경찰배치 정원개정으로 소촌, 덕교, 안간에 주재소를 신설하고, 1913년 4월 진주경찰서는 경무부 구내의 임시청사에서 대안동으로 이전했다.
1907년에는 진주(晋州)에 주둔해 있던 대한제국군 1개 중대인 진주진영대(晋州鎭營隊)가 해산된 해이기도 하다.
1907년 7월 일본군에 의해 군대해산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진영대 진영은 대한제국군 진주 지방부대가 주둔하던 군사주둔지였고, 그 이전에는 진주목 수비부대였던 속오군(束伍軍)이 주둔하던 진지였다.
조선때 진주성이 경상우병영의 근거지였다면 진주성 밖에 있는 진영은 진주목을 지키는 진주영장(무관3품)의 군사진지(이른바 진주진영)였던 것이다. 진영대가 해산된 후 이 자리는 일본군 임시조선파견대 보병 제2연대의 1개중대가 진주하였으며, 이 땅은 일본 육군 경리부 소유가 됐다.
1909년에는 지방신문의 효시인 경남일보(慶南日報)가 창간되었으며, 진주～삼천포간 도로가 개통됐다. 진주～삼천포간 도로는 경상남도의 교통운수의 시발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