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때때로 아이러니한 꿈이 존재한다. 농부들이 농촌을 떠나는 꿈을 꾸는 것이 그것이다. 김 매고, 농약치고, 여물 끓이는 일에서 벗어나, 베란다 있는 아파트에서 한 번 살아 봤으면 싶은 희망이 어느 들판에서든 간절하게 일렁인다.
분무기를 걸머 쥔 등판에는 땀이 배고, 기운이 사그러들기에는 아직 먼 뙤약볕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자라라는 벼는 안 자라고, 툭하면 태풍이니 웬 잡초만 이리 돋느냐고 푸념도 쏟아 보지만 그것도 대수일 수는 없다.
농약을 치고 난 후 소에게 먹일 꼴도 한 짐 가득 베어야 하지 않는가.
길가에 널어 논 벼 알들이 바람에 날리고, 차 바퀴에 묻혀 달아나도 결실의 가을을 맞는 농부의 마음처럼 세세손손(世世孫孫) 풍성하기만 한 원동(院洞)마을.
마음이 온화한 사람들이 어깨를 기대며, 할아버지가 살던 집에 손자가 살고, 아버지 갈던 묵정 밭을 아들이 일구면서 수백년 살아온 본래 앉음새 그대로 조약돌 박토를 지키고 살아온 원동마을 사람들.
진양화씨(晋陽化氏) 관향(貫鄕)의 근원지(根源地)로 마을의 서제(書劑)에 인근 명석, 미천, 집현 사람들이 모여 글을 배웠고, 고을 원님(院)이 이 서제를 다녀 갔다고 해서 원동(院洞)이라 했다.
봉강리(鳳降里)에서 행정리로 분리된 원동은, 집현파출소의 소재지이며 집현면과 명석면의 경계로 2000년 10월31일 현재 69세대 247명의 주민들이 시설 딸기를 재배하며 부농(富農) 꿈을 키워 가고 있다.
딸기는 1980년대초 김중길(金重吉)씨가 들여와 처음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30여 농가가 딸기농사를 지어 높은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농가고소득원으로 자리잡았던 딸기재배는 차츰 줄어 들었고, 1985년 딸기작목반이 조직된 이후 많은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원동(院洞)마을 앞 삼거리에는  ‘진주～합천 도로 준공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지난 1981년 2월7일 착공해 12월10일에 완공된 이 도로는 연장 51.8km로 당시는 군도였다가 지금은 지방도로 승격됐다.
지난해부터 확포장공사를 하고 있는 이 도로는 지역의 고소득작물인 사촌과 기동마을의 배 등과 같은 농산물을 수송하기가 용이해지고, 농가소득을 올리는데 큰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내 최초의 도로인 진주～합천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진주시 상봉동과 연결되는 도로를 닦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야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에는 도로를 개설하는데도 국비는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원동마을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진해서 소매를 걷어 부치고 나섰다.
도로를 개설하는데는 주민 1명당 20～30m씩 할당이 되었고, 지게와 삽으로 흙을 퍼다 나르고, 발로 다진 도로는 마침내 원동마을을 교통의 중심지로 만들었고, 오늘의 진주～합천간 도로가 개설되는데 큰 몫을 했다.
그 옛날 봇짐을 내려 놓고, 삼거리 주막집에서 묵은 해를 보내는 ‘희망의 길’로 자리잡은 원동 삼거리는 그래서 애틋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거리와 함께 마을의 쉼터가 된 것은 원곡(院谷)느티나무와 온곡(溫谷)느티나무이다. 정자나무라고도 불리는 원곡(院谷)느티나무는 임진왜란 이후 화씨(化氏)선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수령이 450년이며, 1993년 1월30일 보호수로 지정되었고, 우측편에는 기념비(記念碑)가 세워져 있다.
해가 먼저 뜬다고 해서 온곡(溫谷)으로 불리는 오온골에는 옛날에 집현경찰지서가 있었던 곳으로 온곡(溫谷)느티나무는 진주～합천간 도로 우측에 위치하고 있다.
수령이 100여년 정도인 이 느티나무는 경주김씨(慶州金氏) 선조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또 원동(院洞)마을에는 진양화씨(晋陽化氏) 재실인 인광재(仁匡齋)와  경주김씨(慶州金氏)의 재실인 숭덕재(崇德齋)가 소재해 있어, 아름다운 마을의 전통을 인화(印畵)하는 시간의 풍경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원동(院洞)마을 뒷산 능선에 길이 7m, 넓이 5m인 바위가 하나 있다. 덕석처럼 생겼다 해서 ‘덕석바위’라고 부르는 이 바위는 원동사람들이 음력 10월이면 산신제(山神祭)를 지냈던 곳이다.
농토가 비옥하지 못해 해마다 풍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그 시절, 마을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던 그 때 덕석바위는 아마 ‘희망을 여는 돌(石)’이었음직 하다.
원동(院洞)을 지나 올라오면 배실이라는 자연마을이 있다.
일제시대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배실의 유래는 특이하다. 옛날에 배실에는 큰 배나무가 있었는데, 나무가지가 크게 세갈래로 뻗쳤다고 한다.
세갈래로 뻗은 나무가지가 가리킨 지역이 명당(明堂)자리가 되었다 해서 ‘배실’이라고 했다고 한다. 또다른 하나는 천지개벽 당시에 온 마을이 물에 잠겨 난리가 났었는데, 침수되지 않은 마을 뒷산의 남은 부분이 ‘배(船)’처럼 보였다 해서 ‘배실’이라 전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앞 국도변에 서있는 느티나무는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고, 눈앞에 펼쳐진 너른 들판과 같이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고 있다.
배실과 함께 ‘박들마을’은 척박한 농토로 풍년을 기대하기 어려워 박들이라고 했다 한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조그만 비에도 침수피해를 당했던 박들은 경지정리 이후 비옥한 농토가 되었다.
일제때 조성된 원동소류지는 당시 원동과 지내부락의 농업용수로 사용됐는데 지금은 개인에게 불하되어 옛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