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면(集賢面)은 천년고찰(千年古刹) 응석사(凝石寺)의 향기가 그윽하고 산(山)과 숲(林)과 물(水)에 얽힌 정감어린 이야기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것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 나는 우리의 고향(故鄕)이다.
구석기유적(舊石器遺蹟)이 발견돼 약 3만년전부터 사람이 살았음이 증명됐고 신석기(新石器)․청동기(靑銅器)․철기(鐵器)시대에 이어 가야시대(伽倻時代)와 삼한시대(三韓時代)의 유물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유적의 보고(寶庫)인 집현면(集賢面).
진산(鎭山) 집현산(集賢山)을 터전 삼아 예로부터 ‘어진(賢) 이가 모여(集) 사는 곳’이라 해서 이름 지어 졌기에 현자(賢者)의 산실(産室)이기도 하다.
면(面)의 혈맥(血脈)을 이루고 있는 야산(野山)들은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山)이며, 하나같이 눈부신 아침 햇살과 저녁 노을, 그리고 누이 눈썹 같은 달을 하루종일 담아 내는 샘(泉)이 아름다운 고장.
산(山) 아래 사는 사람들이 산(山)을 닮아 가듯, 투박하지만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고 척박한 땅을 마침내 옥토(沃土)로 바꾼 농투성이들의 삶의 역정이 묻어 나는 곳이 바로 집현면(集賢面)이다.
관광지(觀光地)로는 집현(集賢)의 역사(歷史)와 전통(傳統)을 음미할 수 있는 천년고찰(千年古刹) 응석사(凝石寺)와 등산객(登山客)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집현산(集賢山)이 있다.
사시사철 차갑고 맑은 물이 솟아 나는 찬새미(冷泉)와 물 좋기로 소문나 있고 무지개 샘으로 불리는 홍천(虹泉), 낚시터로 유명한 냉정저수지, 신당서원(新塘書院), 대쟁이 숲, 정자등 등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대표하는 집현의 자랑이다.
국도 33호선이 면중앙을 관통하며, 지방도 1007호와 1013호가 면의 서쪽과 동쪽으로 통과하는 사통팔달(四通八達)의 교통망(交通網)을 갖고 있어 최근 도시근교농업의 최적지(最適地)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집현’하면 산딸기(복분자)를 떠올릴 정도로 딸기 재배로 유명하며, 진주지역 최초로 배(梨) 재배가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딸기, 꽈리고추, 오이, 수박 등 시설원예 재배와 해외수출로 높은 농가소득을 올려 부면(富面)으로 성장하고 있는 집현면(集賢面)은 쾌적한 생활환경과 생산기반 조성으로 ‘살기 좋은 집현 건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세기의 출발점인 2001년 현재의 집현면에 서서 되돌아 보는 아득한 지난 날의 집현은 영화필름에 담긴 영상처럼 선명하지가 않다.
단지 집현 곳곳에서 ‘역사’라 이름 붙여진 상징물에서 혹은 사라져 가는 흔적들에서 옛날 선조들의 삶과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역사(歷史)에 있어 ‘발전’은 발전(Developement)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양식(Mode)의 변화(Change)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역사라는 개념은 결국 삶으로의 복귀이며, 삶의 기본적인 행위, 즉 생활 양식의 변화가 곧 역사 발전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예로 20세기를 거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맹위를 떨친 과학기술(科學技術)의 도입은 인간 삶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가 양복을 입게 된 것도, 전기․전화를 사용하게 된 것도, 영화를 보게 된 것도 100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이루어진 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다.
개항 이후 문호를 개방하고 나름대로 서양의 발달된 문물을 받아 들이면서 공업화를 이루고 근대화를 달성하려는 노력들은 꾸준히 계속돼 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여 결국 일제 강점기라는 수난을 겪었다.
전통시대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집현면의 농민은 지난 100년 동안 외세에 의한 근대화(近代化)를 맞이 하면서 수많은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고난은 대부분 농민들의 영원한 꿈인 땅 문제를 둘러싼 것이었고, 지난 100년의 역사는 자신이 땀 흘려 농사를 지어 보람찬 수확을 얻을 수 있는 한 뙈기의 땅이라도 얻고자 하는 농민의 소망이 역사의 수레바퀴에 무참히 짓밟히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제의 토지조사사업 실시 이후, 집현면의 농민들은 일제의 지배가 재앙이라는 사실을 몸서리치게 깨닫지 않을 수 없었고, 자신의 땅을 갖겠다는 소망은 커녕 경작권이라고 하는 사회관습의 보호막까지 박탈당했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해방은 그야말로 도둑처럼 찾아왔고, 해방이후 1960년대까지 보릿고개를 넘으며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영위할 수 밖에 없었다.
‘흰죽배미’라는 말은 바로 이시기에 생겨났고, 당시 집현면에서 땅을 일구고 살았던 농민들의 삶의 양식을 되돌아 보게 하는 대목이다. ‘흰죽 한그릇’에 땅을 팔았던 그런 시절이 바로 보릿고개 시절을 살았던 선조들의 지난한 삶이었던 것이다.
‘근면․자조․협동’의 기치아래 생활태도 혁신․환경개선․소득증대를 통해 낙후된 농촌을 근대화시킨다는 취지로 1971년부터 정부주도로 범국가 역사(役事)로 전개된 지역사회 개발의 화두(話頭) 새마을운동.
새마을운동은 하천정비․교량건설․수리시설확충․농경지 확장 등을 통한 식량자급 기틀마련과 농어촌 전화, 농가소득 증대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농촌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였지만, 1978년을 전후한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로 농축산물 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돼지파동에 쌀수매가 동결 마저 겹쳐 농촌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다.
또한 내무부가 새마을운동 사업의 중점을 농촌주택개량에 둠으로써 농가에 막대한 부채를 안기게 되어 탈농․이농이 속출, 해마다 40여만의 청․장년이 농촌을 등지기도 했다.
이후 우리는 과거의 그러한 전철을 잊어버리고 모래성을 쌓아 올리기에 바빴다. 8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진 급속한 경제발전과 생활양식의 변화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불 시대의 달성과, 세계 11위의 무역대국,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이룩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국가부도사태라는 제2의 국치 상황을 맞았고, 지금도 제2의 위기 직전에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겪은 지난 100년을 점검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났던 100년(1900년～2000년)이며 온갖 우여곡절로 점철된 100년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수백 년에 걸쳐서 겪은 일들을 우리 민족은 단 100년 만에 겪어야 했다. 그래서 ‘압축성장’이니 ‘돌진적 근대화’니 하는 말들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국가운용체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 가운데 면(面)의 100년을 되짚어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00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세기적 궤적들을 한꺼번에 살핀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집현면(集賢面)이 있기까지 역사의 한 고비 한 고비마다 어떠한 변화를 겪어 왔는가를 살피는 것은 한 지역의 역사를 되짚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비록 ‘집현 발전사(集賢發展史)’라는 주제를 달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대답을 딱딱한 이론이나 굳어진 제도에서 찾기보다는 아주 구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집현면민의 삶의 양식과 환경변화에서 살펴보았다.
사실적으로 그려보면, 과학문명의 이기(利器)인 전기와 전화는 우리 마을에 언제 들어왔으며, 흙 길이었던 마을길이 회색빛 콘트리트로 바뀐 것은 언제인가 하는 것과 같은, 우리 삶의 변화와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집현면발전사(集賢面發展史)는 곧 생활양식(生活樣式)의 변화사(變化史)로 연결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생활양식의 변화를 시대구분에 따라 전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10년을 단위로 한 집현면의 소사(小事)를 거울삼아 집현면민의 삶, 혹은 생활양식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고자 했다.
중요한 것은 집현면민의 삶과 지역의 역사, 산업 그리고 미래의 청사진이 호흡을 같이 하는 지역문화의 되새김질이 곧 집현발전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집현발전사(集賢發展史)는 집현면민의 삶과 문화(文化)이야기이자. 사람과 사회(社會)․경제(經濟)이야기 임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