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힘이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덕성(德成)마을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오가는 이를 굽어 보는 장승과 마을 앞 들녘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비닐하우스, 그리고 아침 서리를 맞고도 푸른 빛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텃밭의 생명들.
자동차가 내는 굉음이 싫어 아기자기한 산 아래 터를 잡고, 길 건너편에 너른 들판을 내놓은 덕성마을은 땅의 온기를 느끼게 하려는 농부의 배려가 숨어 있다.
겨울 하늘도 때로는 봄 하늘처럼 따뜻함을 안겨 주는 곳. 마을 초입의 장승처럼 굳셈과 땅의 기운이 한껏 느껴지는 덕성마을은 겨울도 봄바람 앞에서는 잎에 새순을 돋게 할 수 밖에 없는 자연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을 들어서면 호랑이(虎) 형상을 한 마을의 모습에서 힘찬 기운이 다가온다.
오모다리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덕성(德成)마을은 덕오리(德梧里)에서 행정리로 나누어진 마을로 2000년 10월31일 현재 55세대 202명의 주민들이 시설채소를 재배하며 삶을 꾸려 가고 있다.
덕유산(德裕山)의 한줄기가 꿈틀꿈틀 동남쪽으로 뻗어서 집현산(集賢山)이 솟아나고, 또다시 남쪽으로 치달아 남강(南江)가에 이르러 머무르니, 넓은 들과 고운 산(山), 그리고 땅이 기름진 곳이 있으니 바로 덕성(德成)마을이다.
덕성마을은 3개면의 산등(山嶝)을 경계로 하는 오지이며, 골짜기 마다 가구가 흩어져 마을을 이루는 조그마한 산골마을이다.
덕성마을입구에는 지난 98년에 마을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비는 뜻에서 세운 장승과 함께 4개의 돌탑이 있으며 ‘덕성마을’이란 이정표(里程標)가 붙어 있다.
마을이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위치하고 있어, 마을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장승을 세웠지만 지금은 이 장승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마을사람들은 믿고 있고 음력 3월4일에는 제를 지내고 있다.
덕성에는 무소골(舞牛谷)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동쪽으로는 대곡면 월아마을 뒷산이 보이는 골 어귀이고, 서쪽 산고개를 넘으면 냉정마을 원당골, 북쪽 산고개를 넘으면 미천면 반지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이 무소골 끝자락에는 커다란 바위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데 그 사이로 사람들이 지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마을의 쉼터가 되었다. 또 주봉(主峰)쪽으로 높이 4～5m의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솟아 있는데, 이 주위의 바위전체를 베틀바위라고 부른다.
이 베틀바위에는 선녀와 산적의 애틋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온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베틀바위에서 비단을 짜고 있는데, 지나가던 산적이 선녀를 보고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산적은 선녀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애틋한 눈길을 보냈으나, 선녀는 이를 모르고 매일 비단짜는 일에만 열중했다는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산적은 소리를 지르며 절벽의 바위를 주먹으로 쳤고, 이에 놀란 선녀는 그만 하늘로 올라가 버렸는데, 아직까지도 산적이 휘두른 주먹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마을 동쪽 500m 지점에는 소(牛)의 코와 닮아 새코바우라 부르는 바위가 있었는데, 마을 길이 나면서 지금은 사라져 없어졌고, 옛날에 금(金)이 났다고 전하는 금새골은 아직도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덕성마을 입구의 더빙이산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사계절 변함없이 그 웅장함을 간직하고 있고, 지게처럼 생긴 지개골은 덕성마을 북쪽에서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흔히 덕성마을은 오지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상 오지마을은 시간적 개념이며, 오지마을을 찾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시간여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덕성마을은 마을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오지마을이라기 보다는 여느 마을과 별반 다를게 없는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마을이 길(路)과 떨어져 산자락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나, 마을의 풍경은 결코 오지마을의 삶과는 달랐고 오히려 현대적인 삶을 살고 있다.
길가에 있던 초가집들이 헐리고 이층양옥이 들어섰으며 마당엔 자동차가 모셔져 있다.
그리고 마을에서 멀리 내다보면 들판을 하얗게 덮고 있는 비닐하우스는 어려웠던 옛날을 지우기에 충분할 만큼 부농(富農)의 꿈을 영글게 하고 있다.
오히려 덕성마을은 잃어버린 우리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목이며, 가서 보듬고 껴안고 어루만지며 지켜가야 할 우리네 원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