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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면(柰洞面)' 지명 바로쓰기

내동면 내평리 출신
강동욱

1.실태

현재 행정명 진주시 내동면이 '내동면'과 '나동면'이 뒤섞여 쓰이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자 '奈' 자의 음 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나' '어찌내'로 불리는 '奈'자로 말미암아 "내동면이냐 나동면이냐" 하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 실태는 심각하다. 우선 면사무소는 '내동면 사무소' 우체국은 '나동 우체국' 으로 면 주요 기관조차 통일이 돼 있지 않은 상태이며, 도로 이정표 조차도 내동면과 나동면을 혼용해 쓰고 있다. 진주시 망경동에서 내동면으로 가는 길목에는 '내동'으로, 사천 축동면의 길 안내 표지판은 '나동'으로 되어 있다.

내동면 지명에 대한 관심은 면민보다 진주시 등에 사는 사람들이 더 관심이 많다. 그 예로 2001년 9월 6일자 동아일보 "내동이냐 나동이냐" 기사는 나동면으로 고쳐야 된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쓰고 있으며, 여기에 인터뷰 한 면민들 조차도 "내동인지 나동인지 햇갈린다"며 남의 동네 이야기하듯이 하고 있다.
최근 진주신문에선 진주의 한 중등 교장이 나동의 유래를 '螺洞(나동)'이란 지명이 '나동'이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지명을 '나동면'으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밝혔다. 이처럼 진주 등지 사람들이 내동면 지명의 혼란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제기했는데도 면의 공식적 입장, 내지는 면민들의 공식적인 반응이 없는 상태이다.

필자는 내동면 내평리 출신이다. 최근 '교방가요' 번역 책을 출판하면서 '내동면 출신'이라고 책에 기록하자 많은 사람들이 "나동면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필자도 처음엔 그런 줄 알고 무심코 넘어가다가 부친(강종태·내동출신으로 내동초등학교 근무를 오래 했음)에게 자문해 보니 부친은 어릴 때부터 "내동면이라고 불러왔다" "내동면 사무소가 나동면 사무소로 불린 적이 없었다"며 내동 출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해 '내동면'이 맞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근거로 '내동면' 유래를 살폈다. 우선 '진양군사(1994년 진양군사 편찬위원회 간행)'에 나오는 지명유래를 살펴보니, "순조 32년 (1832년) 이래로는 축곡리·奈洞里라 하였고" 라는 구절이 있다. '奈洞里'라는 지명이 1832년 처음 등장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찾은 자료는 이 이전도 '내동'이란 지명을 쓰고 있었다. 이점 차후 밝히겠다.
면사무소 보관 중인 제일 오래된 재적부(1907년)를 살펴보니, 대부분 '奈洞面'으로 표기돼 있고 더러 '柰洞面'으로 표기돼 있었으며, 한글 표기는 없었다.
그 다음 현재 내동초등학교 재적부를 살펴보았다. 현 내동초등학교는 1930년 5월 9일 奈洞公立普通學校로 인가되었는데, 당시는 한자로 표기해 한글은 찾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는 '연혁사'를 살펴보니 당시 기록은 없고, 언제 기록한 것인지 모르나 뒤에 기록한 것이라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재적부에는 '내동국민학교' '나동국민학교' 등으로 혼용해 쓰고 있었다. 당시 교명이 '나동국민학교'였다고 하는데 왜 '내동'과 '나동'이 혼용돼 쓰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교 공식 문서에 '내동'과 '나동'이 혼용돼 쓰고 있는 것은 '내동'이란 고유 지명과 학교명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교사들이 혼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1998년 9월 1일 나동, 독산, 가화 초등학교가 통합돼 내동초등학교로 불리고 있다. 통합 전 3개 학교 교명 중 어느 한쪽을 쓸 수가 없어 '내동초등학교'로 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필자 생각으로는 아이러니하게 통합으로 말미암아 제 이름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내동초등학교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다름아니라 교감선생과 주사의 면담 내용이다.
현(2003년 2월 15일 근무자) 주사는 내동면에서 50년이상 산 내동 출신이다. 반면 교감선생은 내동 출신이 아니었다.
필자가 지명에 대해 물었을 때, 주사는 '나동'이란 용어보다 '내동'이란 지명을 많이 들어 왔고, 교감선생은 '내동'이란 지명이 '나동' 보다 생소한 느낌이라고 했다. 지명에 대한 내동초등학교 주사의 견해와 부친의 견해가 일치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내동면 지명에 대해 필자가 들은 전해오는 이야기를 적어본다.
1)한말 진주 갑부 김기태씨와 박부자, 정부자 등 부자들이 유달리 내동에서 많이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찌 이 작은 동네에 부자가 많이 나왔을까 해서 '어찌내(나)'를 썼다는 설.
2)일제 때 김기태씨가 일본 총독부 고관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고관이 이 동네가 무슨 동네인가 하고 물었는데, 당시 김기태씨가 "내동이요"했다는 설.
3)예전부터 '나동'이라고 불러왔는데 20대 이병내 진주시장(1976.8.18∼1979. 7.15)때 한자를 한글로 표기하면서 자기 이름 '내'자로 인해 내동면이라고 표기하도록 했다는 설 등이다.

내동면에서 오래 전부터 살아온 사람들은 '내동'이란 지명이 익숙하고 내동면에서 살지 않은 사람, 이를테면 진주 인근 지역사람들은 '나동'이란 지명에 익숙한 듯 쉽다. 이는 '내동'이란 발음보다 '나동'이란 발음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지명 한자표기 고찰

'내동면'과 '나동면'의 지명 혼란은 현재 쓰고 있는 한자 '奈'의 표기 문제에서 초래된 것이다. 여기다가 이 글자의 훈과 음이 '어찌내(나)'로 되기 때문에 현재 알고 있는 대로 내동면을 풀이하면 "어찌 동네"가 되어 이상하게 된다.
내동면은 '내동'과 '나동'의 혼란에다 "어찌 동네"라는 이상한 동네(?)가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奈洞'이란 한자 표기를 '柰洞'으로 고칠 것을 제안하면서, 그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우선 '柰洞'으로 표기했을 때는 '내동'과 '나동'의 혼란이 없어진다. '柰' 라는 글자는 '능금나무 내'자로 단일 음이다. 그리고 마을 뜻도 "어찌 동네"에서 "능금나무 동네"로 바뀌는 것이다.

1)기록에 '내동' 이란 지명의 첫 등장

앞에서 밝혔듯이 '晉陽郡史'에는 "순조 32년 (1832년) 이래로는 축곡리. 奈洞里라 하였고"라는 구절이 있다.
'柰洞'이란 지명은 1832년 이전인 1632년 부사 성여신 등이 만든 '진양지'에도 나온다. 진양지 지명 조에
○陳樹介里:在州南十里東鼎村南世谷西柰洞北沙遷
(진수개리: 주의 남쪽 10리에 있다. 동쪽은 정촌이요 남쪽은 세곡이요 서쪽은 내동이요 북쪽은 사천이다.)

이란 기록이 나온다. 1632년 완성된 진양지는 그 당시 반포된 것이 아니고 1730년 필사본이 반포되고 1802년에 증보 반포되었는데, 이것이 1895년 간행된 영남읍지(嶺南邑誌)에 전한다.
영남읍지에 실린 진양지에는 '내동'이 奈洞이 아닌 柰洞으로 표기돼 있다. <자료1>

'진양군사'에 부록으로 실린 '진양지'는 1924년 간행된 목판본으로 柰洞으로 표기돼 있다.<자료2>

필자가 찾은 자료중 가장 신빙성 있는 자료로 1797년 간행된 '凌虛集' 내용 중 柰洞이란 표기이다.
능허 박민은 1566년(명종21) 진주 내동에서 태어난 선비이다. 한강 정구의 문인으로 1720년 정강서원에 배향된 인물이다. 내동의 대표적 가문 중 하나인 태안 박씨의 대표적 인물이다.
1797년 태안 박씨 문중에서 능허집을 만들면서 지명을 잘못 표기했을 리가 없다.

능허집 연보에
丙寅十二月初八日甲午酉時先生生于晉州治南柰洞里篤古山村之私第(병인 12월 초 8일 갑오 유시에 선생이 진주 남쪽 내동리 독고산에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라고 되어 있다.<자료3>

이 문집은 목판본으로 혹시 柰와 奈를 혼용해 판각했는가도 살폈다. 혼용하지 않았다. 36張 '與河丈'이란 글에 "此事非我分也奈何奈何"라고 판각되어 있다. 柰와 奈를 구별해 판각한 것이다.<자료4>

1812년 간행된 '西溪集'에도 柰洞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역시 연보에
肅宗大王三年丁巳二月二十六日癸亥亥時先生生于晉州治南柰洞里芝溪村第(숙종대왕 3년 정사 2월 26일 계해 해시에 선생이 진주 남쪽 지계촌 집에서 태어났다)

목판본인 이 책에도 내와 내를 구분해 판각했는데 권2 '與趙梧齋' 글중 '愈往愈深奈何'라고 되어 있다. <자료5>

이밖에 1832년 간행한 '慶尙道邑誌' 에도 '柰洞'으로 표기했고, 1932년 간행된 '嶺誌要選'에도 柰洞으료 표기했다. 또 1927년 간행된 '晉陽續誌'에도 '柰洞面'으로 표기했다.
<자료6>

3.결론과 제안

옛날 내동에 살던 선비들은 '내동' 지명을 '奈洞'이 아니고 '柰洞'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柰'자와 '奈'자가 혼용돼 쓰임으로 인해 '柰'자 보다는 '奈'자가 많이 쓰였다. 이는 柰자 보다 奈자가 쓰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柰'자를 '奈'자로 써도 무방하나 이렇게 표기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나'와 '내'의 혼용 문제와 '어찌내'로 인한 '어찌 동네' 문제 등이다.
한자를 '柰洞'으로 표기해 내동으로 확정짓고 지명 뜻도 '능금나무 동네'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금 공식적인 지명이 '내동면'이고 1914년 건립된 '내동면 사무소'가 '나동면 사무소'로 공식 명칭을 바꾼 점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뒤에 세워진 나동역, 나동우체국 등이 '나동'이란 지명을 썼지만, 내동 사람들이 지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만난 내동 사람들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내동 사람들은 '나동'이라고 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