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느낌으로 읽는 것"
첫시집 낸 유홍준 시인
 유홍준 시인이 실천문학사에서 첫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을 냈다. 1998년 ‘시와 반시’신인상으로 등단한 유시인은 그동안 문단의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그의 작품은 여러 평론가들의 소재가 될 정도로 탄탄한 언어 구사력을 지니고 있다. 언뜻 보면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면적으로는 치열한 시적 자아와 끊임없는 투쟁을 벌여온 투사같은 모습도 엿보인다. 유홍준 시인을 진주 남강가에서 만났다.
-첫 시집을 발간한 소감은.
▲장례식을 난 느낌입니다. 그런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문상객도 돌아가고 생업에 쫓겨 혈육들도 다들 돌아간 상갓집을 감싸는 적막과 허탈 속에 버려져있는 느낌. 자꾸만 저것이 시집이 아니라 관짝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집이 시의 집이라면.... 글쎄요, 시작과정에 있어서의 처절함이며 처참함 때문일까요. 제 시집인데도 들여다보기가 싫어요. 들어갈 문도 빠져나갈 문도 없는 집, 그것이 시집 아닐까 싶어요.
-유시인의 시가 난해하다는 말도 있는데.
제 시는 어렵지 않습니다. 해설에서 유성호 씨가 짚었듯 개괄적 비평이 필요없는 시, 그냥 독서라는 체험을 요청하는 시, 제 시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혹시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이 게시다면 아마도 그건 그 분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시에서 무얼 읽으려 드는 것 때문이겠지요. 특히나 시에 있어서 옳은 독서법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느낌이 중요하죠. 분석하고 파악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느낌으로 읽는 것, 그게 더 옳은 거 아니겠어요?
-시집 발간 후 앞으로 작품활동 계획은.
▲시를, 문학을 무슨 계획을 하고 합니까. 어쨌거나 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만히 혼자 무엇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간, 시집한 권 냈다고 들떠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시를 기다리는 시간들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이고 계획이겠지요. 그래서 고향집에를 가서 한 이틀 쉬었다 올까 생각 중입니다.
-첫 시집을 내면서 많은 ‘산고’를 겪었다던데.
산고라, 그래요. 겪었다면 겪었겠네요.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것인데 시집이 꼭 1년이 늦어졌거던요. 그러나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시집도 그런 거 같아요.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억지로 써 볼려고 한다거나 내어 볼려고해서 서둘면 안 되는 거 같고 또 그렇게해서 좋은 시나 시집이 나오지도 않는 거 같구요. 시집 출간이 1년이 늦어지면서 마음 공부가 많이 되었던 거 같아요. 진득이 기다리는 것이 뭔지도 배웠구요. 출판사에서도 난산이라고 그랬는데 글쎄요. 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정작 애를 낳을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옆에서들 힘들지 않느냐, 아프지 않느냐고들 그러셨지요 뭐...
-시집이 나오기 까지 곁에서 도와준 선생 선배 후배에게 한마디
저를 시인으로 뽑아준 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또 저와 정말로 아무 연이 없지만 시집을 내게해 준 실천문학사도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하지요. 우리 지역에 계신 선후배님 들이야 일일이 다 거명할 수가 없이 많구요. 특히 저에겐 벌써 십수년 전에 그러니까 공단문학상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연을 이어가는 배정인 선생 같은 분은 참 소중하지요.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지만 제 스승인 김언희 시인이잖습니까. 선생님에 관한 소회는 뭐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는 말로 해서는 안 되는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의 입으로 무어라고 표현을 하면 금세 변절될까봐 가슴 속에 꽁꽁 묻어 두는 감정, 그런 것. 사실 시집을 받아들고 더 회한에 젖어 하신 건 김언희 선생님이셨으니까요.

 
강동욱  기자 <kang@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