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보다는 능력이 우선
강동욱 기자
제3회 ‘진주논개제’가 시작되기 전에 또 진통을 겪고 있다. 제전위원회에서 프로그램 위원장 선출을 두고 진통을 겪더니만, 이번에는 프로그램 위원회에서 또 진통이 시작되고 있다. 점잖게 말해 진통이지만, 관행에 대한 불만표출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여기서 ‘관행’이란 진주 문화예술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위원회’ 운영방식이다. 그동안 진주 문화예술계 ‘○○위원회’회의는 토론과정이 거의 없었다고 생각된다. 보통 주최측(?)이 준비해온 자료를 중심으로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이때 위원회 인적구성은 절묘하게도 반쯤은 회의내용을 잘 이해하면서 주최측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고, 반의 반쯤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냥 각계 각층 대표라는 직함만으로 참석해 논의과정에서 몇마디 하고는 그냥 대세에 따른다. 그리고 또 반의 반쯤은 주최측의 준비자료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더러는 반발해 회의장을 나가기도 한다. 25일 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진주논개제 프로그램 첫 회의 모습도 이와 별 다르지 않았다. 진주 문화예술계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이제는 직함을 고려해 인선을 하는 관행을 없앨 수 없을까. 기자는 이날 “별 역할이 없을 것 같은데, 연락을 받고 그냥 참석했다”는 한 위원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 위원은 굳이 진주논개제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또 무척 바쁜 일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왜 진주논개제 프로그램 위원이 되었을까. 아마 그가 맡고 있는 단체의 직함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램 위원장이 모 단체에 위원을 추천했는데, 그 단체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사무국장을 추천해, 이를 재고시켜 다른 인물이 참석했다는 말도 했다.
지금 진주 문화예술계의 ‘직함중시’ 풍조는 오래전부터 관에서 시행해 오던 관습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진주 문화예술계에서는 직함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언젠가, 개천예술제 대회장을 지낸 분이 개천예술제 개제식때 맨 앞줄에 앉아 있다가 단체장이 아닌 이유로 시청 직원들에게 그 다음줄로 자리를 옮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예부터 진주에는 인물이 많았다. 지금도 교육도시답게 수많은 인재들이 진주에서 길러지고 또 살아오고 있다. 변변한 직함 하나 없다는 이유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을 썩히고 있지 않는지를 진주 문화예술 행정을 맡은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