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말하는 책의 일생
'책 죽이기'
 유고슬라비아 작가 조란 지브코비치의 소설 ‘책죽이기’(문이당刊)가 번역돼 나왔다.
작가는 ‘책’의 입을 빌려 책의 일생을 유머와 재치로 유쾌하게 그렸다. 그 속에따끔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화자인 ‘책’은 책이 인간을 위한 지적인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지적인 생명체’인데 인간은 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세상을 찬란하게 빛내온 단 두 종의 지적 생명체 중 하나가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화상의 대재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소설에서 ‘책’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책을 잘못 다루는 모든 사람들에게 독설을퍼붓는다. 또 ‘책’은 책에 낙서를 하고 찢는 폭행과 팔리지 않는다고 헐값에 책을넘기는 서점의 행위, 책을 장식품으로 취급하는 행위 등에 분개한다.
또 작가는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한 책의 일생을 임신과 출산 등 인간의 일생에 비유하면서 책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책의 현실과 출판계의 문제들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출판사 사장은 출판기념회에서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책 대신 CD-롬으로 출판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책은 죽었다’고 외친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책의 죽음을 선포하면서 과연 누가 ‘책 죽이기’를 자행하고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유향란 옮김. 232쪽. 9천원.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