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애 시인 산문집 '그 초록 언덕'
 
경남 펜클럽 최은애 사무국장이 산문집 ‘그 초록 언덕’을 현대시 산문집으로 월간 현대시에서 발간했다.
작가가 십여년 머뭇거린 기록을 산문집으로 출간한 것으로 줄거리를 지향하지 않은 점이 이채롭다고 하겠다.
이 산문집은 ‘제1부 웃음소리’에 ‘웃음소리’ 등 8편 ‘제2부 홀로 가는 길’에 ‘고개’ 등 11편, ‘제3부 눈 열쇠 또는’에 ‘그 초록 언덕’ 등 8편 ‘제4부 뿔과 종이꽃’에 ‘가을 대숲 아래’ 등 9편 ‘제5부 민들레로 피어’에 ‘미가입자’ 등이 실려 총 41편을 선보이고 있다.
책 표지에 Poet Choi Eun-Ahe’라고 표기한 대로 지은이 최은애는 시인으로서 산문집을 내고 있는데, 산문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는 문학적 에세이로서 시적구도를 보여준다. 이 책은 수필가들의 수필집과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하나의 상징어를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황을 풀어가는 기법이 보인다. 줄거리 중심의 흔한 이야기류가 아니라 산문시가 시도하는 상황의 집중성 같은 특질을 지니고 있다. ‘별’‘등불’‘말’‘고개’ ‘안개’‘새’‘태풍’‘섬’‘반지’같은 말들이 그런 상징어에 속한다.
둘째는 주제가 존재론적이다. 전쟁의 와중에서, 연극을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설화를 읽어면서, 일상의 고비에서, 자연의 힘 앞에서 찾게되는 자아, 그 위상, 그 허실에 대한 인식인 셈이다.
셋째는 문장이 이른바 우유체로서 상상과 서정의 결합을 보여준다. 의미와 상징이 집중되어 있는 소설 속의 한 장면이거나 김해경류의 산문시 한토막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나의 산문쓰기’에서 “시인들은 시를 쓰면서 시작노트 형식으로 산문을 쓰는데, 나로서는 그런 장식적이고 의례적인 글쓰기와는 대체로 다른 입장에서 산문들을 써 왔습니다. 나의 시적 체질이 이미지적이거나 국면 붙들기라면, 문학 행위인 산문쓰기도 이미지 이거나 국면 붙들기라는 이야기이지요”라고 밝히고 있다.
시나 산문이나 구별할 것 없이 글쓰기는 문학행위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한쪽 갈래에서는 공력을 들이고 한쪽 갈래에서는 쉼터로 쉬다가 가는 그런 이중적 글쓰기는 용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산문에서 거의 줄거리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줄거리를 지향할 때는 내 방식의 흐름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산문집이라고 말해 놓고 편안해지고 싶습니다.” 작가가 굳이 수필집이라고 하지 않고 산문집이라고 한 이유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한편, 최은애 시인은 2002년 시집 ‘벚꽃에 내리는 눈은 벚꽃이 된다 ’로 경남문학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현대시 간행/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