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가 가공인물이라면, 진주 의기사와 의암사적비는 당장 철거해야 한다. 실체도 없는 가공인물의 충절을 기리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니겠는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그 시대에 있지도 않은 천하디 천한 기생에게 귀하디 귀한 ‘의(義)’자를 내렸으니 또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곧은 지조로 한평생을 살다간 진주 선비 명암 정식은 있지도 않은 일개 기생의 일을 두고 “이 내용은 당시 실록(實錄)에서 나온 것이니 비문에 거듭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를 그대로 새기고…”라고 했을까.
어처구니가 없다. 한 향토사학자의 개인적인 주장을 지역언론이 여과없이 보도하고 이로 말미암아 또 ‘논개 논란’이 일어나고, 도대체 논개에 대해 ‘연구 아닌 연구’를 해서 무엇을 하자는 말인가. 그동안 논개를 두고 벌어진 논쟁들이 기껏 가공인물의 이야기 같은 순국 내용을 본받기 위해 그렇게 했단 말인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논개의 순국장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1593년 6월29일 진주성 함락 후, 진주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논개 순국 이야기는 28년후(1621년)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기록되었고, 그 후 진주 선비 정대륭에 의해 논개가 순국한 바위에 ‘의암’이란 글이 전각돼 비로소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게 되었다. 의병장 농포 정문부의 아들이 가공인물의 순국 이야기를 듣고 바위에 의암이라고 새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주 사람들은 논개 순국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게 되자, 논개 포상을 조정에 청원했다. 논개가 순국한지 128년이 지난 때였다. 첫 청원 후 12년이 지난 1740년 조정에선 ‘의기사’라는 사당을 내렸다. 조정에선 논개의 순국사실이 미심쩍어 다시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논개 순국을 역사적 사실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논개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고 과장된 부분도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 지엽적인 일이다. ‘의기 논개’가 되기 전까지 논개에 대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논개가 왜장을 안고 의암에서 순국하기 전의 사실이 우리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암에서 순국한 의기 논개의 충절을 기리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진주는 의암, 의기사, 의암사적비 등 논개에 대한 실체적 유적이 있는 충절의 도시이다. 이 기회에 의암과 의기사, 의암사적비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논개는 절대 가공인물이 아니다. 다만 논개에 따른 역사적 진실과 전설이 함께 전해오고 있을 뿐이다. 진실은 진실이고, 전설은 전설이다. 논개가 가공인물이라고 하는 주장이 나온다면, 앞으로 의기사와 의암사적비를 철거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강동욱기자/경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