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회화사에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우리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도립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도립미술관(관정 최성훈)은 추계전을 오는 9일부터 순차적으로 ‘단색 및 다색회화 4인전’을 개최한다.
‘단색 및 다색회화 4인전’은 정상화(1932~/ 마산), 하종현(1935~/ 산청)의 단색조 회화(monochrome)와 원색의 찬란함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다색조 회화의 대표적 작가인 박생광(1904 ~1985 / 진주), 하인두(1930~1989 / 창녕)의 다색회화(polychrome)를 비교 전시하는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사에서 두 가지 다른 경향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박생광, 하인두의 다색회화와 정상화, 하종현의 단색회화를 전시함으로써 색상을 통해 차이점과 시기별 작품의 변화과정을 작가들의 전시기에 걸친 작품을 통하여 그 삶과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다색회화로 박생광의 작품은 토속적인 문양을 바탕에 두고 샤머니즘적 무속의 세계와 더불어 불교회화에서 나타나는 채색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작가만의 독특한 발묵법과 채색기법을 이용하여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한국화의 새 장을 연 우리시대 대표 화가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1980년 이후 대표작품들과 이전에 제작된 작품 중 개인소장가 중심의 미공개 작품이 주를 이루며 수묵채색화를 비롯한 스케치, 화도(밑그림)등 약 70여점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박생광 회화의 작업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인두는 불교적 깨달음의 세계를 강한 선과 화려하고 강렬한 원색을 바탕으로 한국적 현대 추상성의 정신성을 도출해 낸 한국 현대 추상화의 거목이다. 하인두의 대표 작품인‘혼불- 빛의 회오리’를 시기별로 구분하여 변화과정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약 30점이 전시 된다. 이 작품들은 다색회화의 두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박생광, 하인두의 대표 작품이다.
단색회화로 정상화의 작품은 치밀한 것이 특징이다. 정밀하고도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반복과 연속에 의한 균열과 파편의 세계는 하나하나의 사각틀이 모여 총체적인 하나의 면을 이루고 있다. 그의 단색화는 평면성을 뛰어넘어 공간성과 시간성을 지니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장인 정신에 비교될 만한 정밀함과 단계적인 완성의 숙련작업을 거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백색, 청색, 흑색의 모노크롬회화 약 30여점이 시기별로 구분되어 작업의 변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단색조(monochrome)회화의 대표적인 작가 하종현의 ‘접합(conjunction)’ 시리즈는 다색조(polychrome)회화와는 대조적으로 단일한 색조의 명도와 채도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무엇을 그리느냐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리느냐가 문제”가 되었던 1970년대의 새로운 방법적 모색의 일환이며 한국 추상미술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단색조 회화 작업이다.
하종현의 작품은 1970년대부터 마대를 이용한 단색조작품들이 주로 제작되었는데 그는 전통적인 화구 사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과 재료의 묘법을 구사하고 있다. 단색물감을 이용하여 표면전체를 덮는 독창적 화법을 창출하는 하종현의『접합』시리즈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이탈리아 무디아(Mudima)화랑에 전시되었던 작품 중 약 200호 크기의 20여점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