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28회 남명제가 열리는 날이다. 남명 조식선생의 탄신일을 맞아 학덕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7년부터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에서 매년 남명제가 봉행되고 있다.
올해 남명제를 맞이해 남명제의 창시자인 아인 박종한(80)선생을 고성 ‘와심공방’에서 만났다. 아인은 공방에서 남명선생 탄신 503주년을 맞이해 남명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의잔(敬義盞)’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평범한 찻잔에‘敬義’라는 글자를 새기고 있습니다. 남명 선생의 정신을 새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찻잔으로 차를 마실 때는 항상 남명 선생의 정신을 생각하게 되겠죠. 남에게 차를 권할 때는 ‘敬’자가 보이도록 합니다. 그러면 자신 쪽에는 ‘義’자가 보입니다. ‘항상 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당신을 공경합니다’라는 의미가 되겠죠. 남명 선생의 ‘경의정신’은 고원한 것이 아닙니다. 항상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로 ‘경의정신’이라고 할 수 있죠.
-특별히 ‘경의잔’을 만들게 된 경위는.
▲ 지난 1977년 제가 남명제를 처음 봉행할 때 ‘헌다’를 했습니다. 맑은 차를 남명 선생께 올렸습니다. 아마 전국 최초일 것입니다. 그래서 남명제와 ‘차’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는 남명 선생께 맑은 차를 올리면서 학덕을 기렸습니다.
-아인 선생이 남명제를 창시하게 된 이유는.
▲남명 정신이 바로 ‘경남사학(慶南 私學)의 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아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남명 선생이 살았던 지역의 학생들에게 먼저 남명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남명제를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도 경남사립중고교 교장회가 주관을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남명제가 ‘경남사학의 염원’이라는 취지를 지금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명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 실천정신으로 계승하려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는 것 같고, 관직이 높은 사람들이 남명제에 참여하게 되고, 주인인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옛날 사학이라고 할 수 있는 산천재에서 남명 선생이 제자를 가르치던 그 정신을 지금이라도 한번 되새겨봐야 합니다.
-남명 정신의 올바른 계승을 위해 한말씀
▲남명을 퇴계처럼 만들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남명은 학문보다 실천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교육시켜 이를 계승해야 합니다. 특히 경남의 중고등학교에서는 남명정신을 반드시 가르쳐야 하고 교사들이 먼저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남명 정신은 의로운 일을 실천하는 올바른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 이 땅의 후예들이 남명 선생이 태어난 경남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아인 박종한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77년 8월 10일 덕천서원에서 제1회 남명제를 거행했다. 당시 하천(荷泉)학원 산하의 두류문화연구소(頭流文化硏究所) 와 덕천서원 공동 주관으로 남명조식선생 제전위원회를구성해 ‘제1회 남명조식선생제(南冥曺植先生祭)’란 이름으로 8월 9일~10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실시됐다. 남명의 정신과 학문을 기리는 첫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