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누구인가
관객을 단순한 수동적 감상자로만 생각할 경우 이 물음은 의미가 없다. 적어도 문화 예술의 생산 목적이 관객에 의한 활발한 소비, 즉 그들의 참여에 의하여 완성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때, ‘관객은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2004광주비엔날레 기자 초청 설명회가 있었다. 이날 이용우 예술총감독은‘관객은 누구인가’ 라는 화두를 가지고 ‘참여관객제’라는 색다른 기획을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관객과 함께 하는 기획
‘관객은 누구인가’ 물음은 2004 광주 비엔날레에서 던져졌지만, 그 해답을‘문화권력자’라고 불리는 전국의 문화예술 기획자들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에 이른바 ‘문화 권력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권력이라면 정치적인 권력만을 생각하게 하는데 고전적인 베버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힘’을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권력은 정치적 조직이나 정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권력이며 제도적인 권력은 법과 제도에 따라 부여되는 권력, 예를 들면 행정부나 공무원, 사법의 권력을 들 수 있다. 문화적인 권력은 문화나 예술적인 매체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는 대개 서울에 한정된다.
현재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그 지역의 여건에 따라 또다른 형태의이른바‘문화권력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자치단체의 문화담당 공무원, 자치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문화 예술계 단체 또는 인사들이 그들이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지역민들에게 이들이 지역의 문화 권력자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이들을 문화 권력자로 만들었는가.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문화재정을 이들이 좌지우지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역 문화예술계는 열악한 재정 형편으로 말미암아 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 문화예술 재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문화 권력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로는 지자체의 문화재정 상당 부분을 위탁 집행하는 문화예술단체 관계 자들이 문화 권력자로서의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로 이들은 각 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축제를 주관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자신들이 기획하는 축제의 ‘관객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이라고 답한다.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참여가 이루어질 때, 축제는 성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정작 축제 기획단계부터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른바 ‘문화권력자’라고 불리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기획되고 집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들이 ‘관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축제의 기획, 집행은 철처하게 그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더러는 00위원회, 00집행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집행 단체가 만들어지지만 그야말로 허울뿐인 조직에 불과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문화예술 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잘 보여주고 있다.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지역 문화 예술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문화 권력자에서 중개자로
문화의 중심 권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배타적으로 문화권력을 행사하는지 조차 모르고 관객을 늘 수동적 감상자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의 미학적 가치와 평가는 반드시 전문가들의 생각으로부터 내려지는 것은 아니며, 예술 생산의 목적은 관객에 의한 활발한 소비, 즉 참여에 의하여 완성된다.
이제 10월이면 각 지역에서 많은 축제들이 열린다. 이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관객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권력자’로서가 아닌 ‘문화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하면 충실히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강동욱〈문화팀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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