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막신쟁이의 날'을 아세요?
전설로 내려오는 진주만의 절기
 
 
 
기사게재일자 : [2004/12/31]
 
가난이 주는 애환은 전설이 되기도 하는데 진주에서는 가난의 설움이 담긴'나막신쟁이의 날’이 있다.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도 지난 다음 가장 모질게 추운 날씨를 말하는 이 날은 진주에서만 쓰는 절후로써 다른 지역에서는 듣지 못하는 말이다.

‘나막신쟁이의 날’은 가난의 설움으로 모진 매를 단돈 석 냥과 바꾸었다가 죽음까지 이른 나막신쟁이의 서글픈 사연이 담겨 있다.

세월을 거슬러 수 백년 전 진주 말띠고개 언덕바지에 마음씨 착한 나막신쟁이가 살고 있었다. 나막신쟁이가 만드는 나막신은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신는 나무로 만든 밑이 높은 신이어서 입춘이 다가오는 계절에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어 하루의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놓이기 됐다.

전설이 된 그 날, 나막신쟁이는 장날이라 장에는 나갔으나 한 켤레도 팔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나막신쟁에의 귀를 반갑게 하는 소식이 있었으니 ‘관가에서 곤장 서른 대를 대신 맞으면 돈을 석 냥 준다는 것’이 아닌가.

귀를 기울여 대화를 듣자하니,

“여보게 박생원 성내 그 아무개 부자 있지 않나”

“어 있고 말고 그것이 어쨌다는 건가”

“허∼참 그게 어떻게 된 셈인지 관가에서 매를 맞게 되었는데 미리 짜 놓았는지 대신 매 맞을 사람이 나오면 대신 매를 맞아도 된다네 그려”

“여보게 대신 매 맞을 사람이 바보 아닌 다음에야 누가 나서겠는가”

“아닐세 미리 돈주고 짜 놓은 것이라 매도 살 살 때릴 뿐 아니라 곤장 서른 대에 돈 석 냥을 주겠다는 구려”

귀가 번쩍 열린 나막신쟁이는

“이보게 에나 대신 맞으면 돈을 석 냥 주는 기라?”

“그렇다는 구만 부잣집에 가서 물어 보소”

그 길로 성내 그 부잣집을 찾았더니 정말이 아닌가. 그래서 나막신쟁이는 돈 석 냥에 곤장을 맞게 되는데 평소 제대로 먹지 못한 나막신쟁이는 기력이 많이 쇠해 있었다.

하지만 부모와 아내, 자식을 굶기는 상황에서 나막신쟁이는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매를 맞기를 결심하게 된다.

매를 맞은 후 돈 석 냥을 손에 쥐고 기쁜 마음으로 말띠고개를 넘다가 나막신쟁이는 매 맞은 것을 견디지 못해 죽고 만다.

그 날 나막신쟁이가 죽자 겨울의 끝자락인데 이상하리만큼 매섭고 모진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그 추운 날은 다음해 어김없이 되돌아와 진주 사람들은 이 날을 ‘나막신쟁이의 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날은 동지섣달 스무 이튿날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