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전문도서관 설립해야
 
 고문헌 전문도서관 설립 시급
도난·분실·훼손 사건 발생 방지 위해
경상대학교‘경남지역 고문헌의 실태와 관리방안’학술세미나서 주장


고문헌의 도난·분실·훼손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지역 고문헌을 종합 관리하는 정책과 전문 도서관의 설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주최로 28일 오후 경상대학교 남명학관에서 열린 ‘경남지역 고문헌의 실태와 관리방안’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원창애·남권희·김준형·이정희 씨 등은 한결같이 고문헌의 멸실(滅失)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사와 더불어 전문도서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원창애 연구원(경남문화연구원)은 ‘경남지역 고문헌의 현황’을 통해 “현재까지 경남지역에서는 3만건이 넘는 고문서와 3천여 종의 고서가 조사됐다”면서 그러나 “농촌사회의 현대화로 인한 집성촌의 해체, 가옥구조 변화, 관리소홀로 인한 도난과 매매 등 고문헌 소장처가 더 줄어들 것으로 추측된다”고 우려했다.
‘경남지역 고인쇄 문화’에 대해 발표한 남권희 교수(경북대)는 “경남지역의 많은 문헌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집-정리-보존-이용의 단계별로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문중·학계·서원 등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주 단목 담산종중의 고문헌’을 통해 경남지역 고문헌 실태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김학수 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도 “담산가의 가계와 고문헌을 살펴본 결과 자체관리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관리부실로 소중한 문헌들이 하루가 다르게 소실돼 가고 또 도난의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교수(경상대)는 고문헌 보존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시·군별, 도 차원의 공동보관시설 마련 ▲문헌자료 발굴·정리를 위한 인력 양성·배치 ▲소장자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를 제시하기도 했다.
경상대학교 도서관 문천각(文泉閣)을 관리하며 고문헌의 조사와 수집, 정리작업을 수년째 해오고 있는 이정희 사서는 이들보다 직접적으로 고문헌 관리방안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희 사서는 ‘경남 고문헌 전문도서관 건립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고문헌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기관이 없어 문중 재실, 또는 개인 집에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로인해 경남지역 고문헌의 도난·분실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보존 불량으로 고문헌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고문헌을 전문으로 보존·관리해온 경상대학교 문천각이 좁은 공간과 예산·인력의 부족으로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전문 도서관의 설립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 경상대학교 문천각에는 고서 1만7000책, 고문서 1700여장, 책판 330여장, 영인본 2만여권 등 모두 4만여권이 소장돼 있으며 이 가운데 6종 596점이 경남유형문화재 등으로 등록돼 있다.
특히 이정희 사서는 “경남지역 고문헌을 종합적으로 조사·정리·연구·보존하기 위한 박물관 기능을 가진 전문도서관을 시급히 건립해야 한다”면서 “전문도서관 위치는 고문헌이 많이 산재해 있고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진주지역이나 관련 연구자·연구기관이 집중된 경상대학교 내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는 건립비용 분담, 운영비 지원, 행정절차 지원 등을 맡고 경상대학교는 연구·관리인력·교육수요자·건립부지를 제공하는 형태가 바람직한 것로 제시됐다.
이정희 사서는 경상대학교가 전문도서관을 운영할 때의 장점에 대해 “기존 문천각을 확장하고 기존 조직과 연구인력·시설 등의 다양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종진 도문화관광국장, 장원철 경상대교수, 강동욱 경남일보 기자, 허권수 경상대교수, 강병주 진주시 문화재전문위원, 이상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한편, 이날 학술세미나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고문헌 전문도서관 건립이 현실화할 경우 경남지역 고문헌이 종합 관리되는 것은 물론 지정 고문헌 문화재 종합관리, 지역문화발전 기여, 대학의 학문발전, 남명학 연구 활성화, 한국학의 균형발전, 경남인의 정체성 확립, 전통문화의 관광자원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