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와 촉석루
 
 계림(鷄林) 김병호(金炳昊)시인.
1909년 진주에서 태어나 1961년 타계했다. 그는 전국 최초의 종합시지를 표방하고 나온 진주에서 발행된 ‘신시단(新詩壇)(1928. 8)’을 주재하면서 시 ‘살생’을 발표했고, 또한 ‘조선시단’에 ‘어촌의 황혼’ ‘폭풍과 화재’ ‘조선문예’에 수필 ‘촉석루에 올라서서’를 발표했다. 30여 년을 여기저기 벽촌의 국민학교 선생과 교장을 지냈다. 흉흉한 부라린 눈과 사나운 인상 때문에 그의 인생과 시는 고단했으며, 언제나 자작시를 헌 책보에 싸가지고 다니면서 때와 곳도 없이 낭독했다.
일찍이 설창수 시인은 김병호 시인을 처음 대면하고 심경을 회고하는 글을 남겼다. 당시 김시인이 문단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이었는가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바로 解放 그해 十一月의 어느밤-晋州文化建設隊가 감격의 처녀무대를 위한 演劇 ‘젊은 繼承者’의 臺詞 연습을 마친 다음이었다. 약간의 醉興 속에 나타났던 初面인 先輩詩人 두분이 孫楓山 金炳昊 그분들이었다. 이분들이 在北한 小說家 嚴某와 더불어 鄕土出身의 文人으로서 일찍이 ‘晋州詩壇’에 글을 내셨고 博文書館 文庫判의 林某編 朝鮮詩人 三十三人의 一人들이었다.”
설창수 시인은 김 시인을 조선 시인 33인 중의 하나라고까지 극찬을 한 것으로 미루어 그의 문단에서의 위치가 대단했음을 알 수가 있다.
창신대 이상옥 교수는 “진주 출신의 김병호의 시작품 활동은 주로 해방 이전으로 한정된다. ‘유황천의 세례’라는 시집 원고를 언제나 헌 책보에 싸가지고 다니면서 때도 곳도 없이 공개하고 자독했다고 밝힌 설창수의 회고에 의하면 적어도 시집 한 권 이상 분량의 시가 있을 것이나 시집 ‘유황천의 세례’의 원고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김병호 시인이 한 권 이상 분량의 시를 남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병호 시인의 시는 지금까지 전하는 것이 별로 없다.
“아침안개도 것치기前에 사람들은/소를몰고 들에나가다 푸주간을向하야-/첫해 볏헤 불 붓는 먼山을치어다 보고/소는 엄마- 하며 큰 소리질으도다 (‘殺生!’전반부)”
진주에서 발간된 ‘신시단’에 발표한 ‘살생!’은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겨레를 푸줏간에서 죽어가는 소에다 비겨 처절한 심경을 노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경상대학교 강희근 교수는 “진주 출신으로서 일제시대 저항의식을 시로 표출한 뛰어난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자료발굴이 미흡해 아직 학계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적어도 일제시대 진주를 대표했던 시인인 만큼 꾸준한 자료발굴을 통해 제대로 조명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김병호 시인에 대한 조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상옥 교수도 “김병호 시인은 약관의 나이에 ‘살생!’‘어촌의 황혼’‘폭풍과 화재’ 같은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은 그의 시적 조숙성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당시의 카프 계열의 시인들과는 달리 저항의식을 생경하게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 백성으로서의 우수와 우울한 낭만적 정서를 알레고리 같은 예술적 의장을 통하여 드러낸 점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라고 하며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호는 1929년 ‘조선문예’에 수필 ‘촉석루에 올라서서’를 발표했다. 김병호는 촉석루에 올라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본격적인 조명이 이루어진다면, 진주에 오면 또 한 사람의 민족 시인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