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면 덕의마을
 
 
금호제방 위에 서있는 덕의마을 시비
”멀리 천왕봉이 월아산 두 봉우리와 눈/맞추며 걸어오다가/강물이 가슴께로 올라온 줄/몰랐다…”

이는 금산면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덕의마을을 노래하는 시비의 첫구절이다. 1996년 7월 25일 강희근시인 짓고 정문장씨가 쓴 이 시비는 덕의마을을 휘감아 도는 남강하류와 마을을 경계짓는 금호제방 가운데 자리해 있다. 제방위에 서서 한바퀴 빙 돌아보면 노랫말 처럼 멀리 천왕봉과 황매산 월아산과 눈을 맞출 수 있다. 그리고 월아산 기슭 곳곳에 형성된 아담한 자연마을들은 어머니 품속같이 푸근하고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금산면은 진주8경 중의 하나인 아름다운 월아산과 모양이 안압지를 닮았다는 금호못, 가장 넓게 형성된 평야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라는게 없는 곳이다. 잘 갖춰진 자연환경 때문인지 예부터 부자도 많았고 인물도 많이 났다. 따라서 자연히 문화도 발달해 면 구석구석에서 묵직한 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금산면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남강 하류를 가로지르는 금산교를 지나야 한다. 둥글게 굽어 흐르는 남강 하류가 금산면 전체를 감고 있기 때문에 마치 섬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금은 육중한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지만 예전엔 비가 많을 때면 항상 물속에 잠기는 잠수교가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는 잠수교는 73년 금산면민들이 보리 한되씩 거두어 모은 돈으로 놓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동네사람들 힘만으론 모자라 재일교포들도 출연을 했는데, 다리가 끝나는 지점엔 지금도 당시 찬조했던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서있다.

금산면 소재지로 들어서면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우편집중국이다. 그 뒤로 최근에 완공돼 입주한 느티나무 아파트와 현대아이파크, 흥한아파트가 눈에 들어오는데, 장차 금산면이 주택지구로 발전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 농로를 따라 곧장 가면 만나는 곳이 덕의마을이다. 남강댐을 쌓기 이전 덕의마을은 비만 내리면 홍수 걱정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메기가 오줌만 싸도 물이 넘는다”는 말이 남아 있을 정도니 얼마나 홍수가 잦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고 마을 전체를 보호하는 금호제방을 쌓은 뒤로는 홍수 걱정이 사라졌다. 기름지고 너른 평야에 사람들도 부진런하고 화합이 잘돼 한때 진양군 복지마을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덕의마을에서 자란 금호인쇄 장추남 사장은 1996년 7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시비를 세우고 노랫말을 지어 보급하는데 앞장섰다. 그가 직접 지었다는 덕의마을 노래 가사는 “월아산 진달래꽃 향기 피우고/남강변 넓은 들은 기름지구나/여기에 축복으로 오곡이 익어/기름진 내일을 가꾸어가세”로 시작되는 노랫말에는 고향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풍긴다.

가방리에 있는 부사정은 선조때의 성리학자 부사(浮査) 성여신(成汝信)의 제자와 유림이 스승의 호를 따서 지은 부사정사의 여러 건물 가운데 하나이다.

남명선생의 문하생이었던 성여신은 향토사의 원전인 진양지 집필을 광해군 14년(1622)에 시작해 10년만인 인조 10년(1635년)에 완성시킨 인물이다. 부사정사는 진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우도 학자들이 모여 학문을 닦는 곳으로 사용됐는데, 1785년 반구정을 비롯한 17동의 건물이 불에타 사라졌다. 이후 부사정은 곧 중건을 했고, 95년에는 반구정, 97년엔 지은사를 복원했다. 그리고 93년 12월 부사정은 도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가방리의 관방마을은 70년대 가톨릭농민운동의 본거지로 유명했다. 전국농민회 정현찬 의장도 이곳에서 가톨릭농민회를 시작했고, 도농민회 하해룡의장도 이곳 출신이다.

관방마을 중심에는 임천서원이 자리해 있다. 이 서원은 조선 숙종 25년(1702)에 신암 이준민 성재 강웅태 부사 성여신 등이 세웠는데, 고종때 철폐됐다가 1937년에 복원했다.

월아산 아래에 자리한 인공호수인 금호못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그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호수의 둘레는 5킬로미터에 이르고 깊은 곳은 12미터나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퇴적물이 쌓여 담수량이 크게 떨어진다. 금호못의 전체 생김새는 뫼산자(山)를 하고 있는데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전체 모습을 한번에 볼 수 없어 신비감이 있다.

. 월아산은 일명 ‘달음산'으로도 불리는데, 못 둑 중간에서 동편을 보면 산이 마치 거문고처럼 보인다 해서 금산(琴山)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금호못 들머리에서 보면 월아산의 두봉우리인 무제봉과 장군봉의 음영을 볼 수 있는데, 월아산이 말그대로 달은 토해내면 그 모습이 그림처럼 신비하고 아름답다.

금호못 둑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초라하게 서있는 작은 비석이 하나 있다. 이는 퇴계 이황 선생의 시비로 그의 후학들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산길 지나다가 늦게야 비 만나 / 청곡사앞 솟은 샘물 차기도 하네 / 세상일 눈위의 기러기 발자국 같아 / 옛사람 간곳없어 또 한번 눈물짓네/”

강희근 시인은 이 시비를 읽고 “죽고 살고 / 헤어지고 만나는 일에/ 눈물 주루루 흐른다는/ 선생의 목소리 /은은히 들려오는 중에 /별은 남새미 하늘 위에 등불 하나로 /매달려 있다”며 ‘금호못 둑에 서서'라는 시를 지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금호지에 살던 용이 월아산 봉우리에 떠오른 달을 여의주로 잘못 알고 뛰어 올라 깨물다가 떨어졌는데, 그 자리에 생긴 절이 지금의 청곡사라고 전해진다. 청곡사는 1972년 2월 유형문화재 51호로 지정된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이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는데 고려 우왕때 실상대사가 중수하고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때 복원했다.

대웅전 왼쪽으로 돌아 30미터 쯤 가면 단아한 자태를 하고 있는 3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이 탑은 절이 창건될 당시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탑싵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깍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절을 지나 돌아나오면 월아산을 만날 수 있다. 월아산은 잘록한 허리를 가운데로 해서 장군봉과 무제봉이 양쪽으로 서있다. 이 고개는 질매제로 불리는데, 이곳을 넘어가면 진성면으로 닿는다.

이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충장군 김덕령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왜군들을 막은 곳으로 유명하다. 김덕령 장군은 급한 나머지 나무를 재료로한 목책성을 쌓아 왜구에 맞섰다. 지금은 흔적은 사라졌지만 월아마을 입구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비가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