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동민씨가 8권째 단행본 ‘사막의 천둥’을 발간했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그동안 신문과 문예지 등에 발표했던 작품들과 미발표작들을 묶은 것으로 표제작인 ‘사막의 천둥’을 비롯해 10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우선 ‘사막의 천둥’은 배다른 형제의 우애를 통해 살벌한 현대 사회의 그늘을 몰아낸다. 주인공이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주고받는 대화는 독자들을 환상과 호기심의 늪에 빠뜨린다. 꽤 긴 분량인데도 술술 읽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물가 사람들’ 은 폐경기 여성의 심리적 위기가 심각하게 그려진다.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집을 나온 남자에게 접근한 젊은 여자는 한층 우울함을 줄 뿐이다. 어릴 적 폐정에 대한 기억은 갱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내의 이미지와 뒤섞여 사건을 불길하게 이끄는 묘미를 자아낸다.

‘여덟 번째의 죽음’은 섬뜩하다. 노란 시트가 덮인 침대 위에 벌거벗은 여인이 노란 보로 싸인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다. 여인은 시신처럼 보였다. 그 여인을 발견한 것은 산 중턱에서다. 철없는 향수 때문에 죽음의 향내를 맡아야 했던 그녀였다. 이런 이야기들로 짜여진 이 소설은 마지막 주인공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극복한다.

‘흰 개와 단소’는 인간의 잔혹성을 고발한다. 그녀가 대숲 안 돌더미 위에 누워 있다. 흰개처럼 하얀 몸뚱어리를 하고. 진홍빛 신발 한짝만이 발 끝에 매달려 있는 여자. ‘나’는 모든 사태를 깨닫게 된다. 군인들은 흰개를 잡아 구워 먹었다는 것을. 전쟁 때 수많은 원혼들이 원통하게 죽어간 대나무 이파리가 슬픈 단소 소리를 내는 그곳에서. 이 소설은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인다.

한편 연작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흰소머리뫼 아홉별’ ‘느티떡’ ‘재실 여자’ 등은 아주 특이한 이야기들이다. 평소 한국적인 소재를 즐겨 다루는 김씨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씨는 앞으로 이런 주제의 소설만을 모아 단행본으로 낼 예정으로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정을병 한국소설가협회장은 “김동민의 작품 세계는 남성적이며 소재가 빈곤한 한국소설의 텃밭을 일구는 데 한몫을 감당하고 있다. 그처럼 주제의식이 강하고 개척자다운 기질이 짙게 배어난,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고집하는 작가도 드물다.”라고 평을 했다.
(신원문화사/8500원)

 
강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