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사전’펴낸 배대온 교수
 
 한평생을 한가지 일에만 몰두해 그 결과를 내놓는 사람은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전’인 경우는 드물고, 더구나 500년 전 한글창제 이전의 국어에 대한 것이라면 아주 드물어 경외적이기까지 할 것이다.
경상대학교 배대온(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교수는 ‘역대 이두사전’(형설출판사)을 편찬하면서 414년 것으로 추정되는 ‘광개토경평호태왕비문’(廣開土境平好太王碑文)부터 시작하여 1880년대의 ‘좌포도청등록’(左捕盜廳謄錄)에 이르기까지 모두 130여종의 자료를 읽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5세기에서 19세기를 넘나든 것.
이러한 작업은 연구실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비문 탁본을 뜨기 위해 전국 역사현장을 누빈 것은 물론이고 대학이나 연구실 자료를 뒤지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1500년 역사 속에서 살아숨쉬는 ‘이두’를 찾던 인고의 세월이었다.
그 사이 배 교수는 ‘조선조초기의 이두조사 연구’(1985) ‘이두어휘론’(1993) ‘이두용언의 활용어미 연구’(1997) ‘이두문법표의 통시적 연구’(2002) 등 이두 사전 편찬을 위한 ‘준비운동’을 착실히 했다.
일반인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이두’(吏讀)는 한글 창제 이전 시기 우리말을 중국글자(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적던 표기법으로, 우리나라 언어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들이다.
배 교수는 “이두문 자료는 내용상 여러 방면에 걸쳐 있기 때문에 국어학계는 물론, 한국사를 비롯해 고대미술, 고대사회사, 경제사, 고전법연구, 복식(服飾)사 등의 연구에 두루 필요한 것”이라며 “한마디로 역사 관련 학문분야에 없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당시 중국의 법률을 이두(당시 우리말)로 번역한 ‘대명률직해’(1395;大明律直解)를 고전법연구가들이 읽어보려면 이두사전은 필수적이라는 것.
배 교수는 “이러한 사전 편찬 작업은 실로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그동안 130여 가지 자료를 읽고 해독하고 이두문을 따로 떼어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 동안 어느새 20년이 훌쩍 지났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사전편찬은 연구를 끝내는 지점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라는 배 교수는 “‘이두문 자료집’을 펴내기 위해 다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교수가 직접 찾아서 읽고 정리한 130여 고문헌·자료들은 당시의 사회와 역사를 담고 있는 것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의 삶을 온전히 복원하려면 이 자료를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면밀히 분석해야 하고 이 이두사전은 길잡이 구실을 하게 된다.
배 교수는 “우리의 본래모습에 대해 연구·복원하여 생활습속의 전범·규범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며 “이두사전이 역사연구에 기본을 제공했으면 하지만, 많은 부분은 후학에게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사전편찬을 하는 동안 국어사 박사를 여럿 배출한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우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