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짓기에 도전하기’를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 있다. 처음 시를 접하는 이들의 공통적 느낌인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굳이 ‘도전한다’라는 말을 앞세우고 있는 이들은 ‘중앙문우회’사람들이다.
‘중앙문우회’는 경상대학교 시창작교실 과정 수료생 중 3·4기생이 주축이 되어 지난 5월 첫모임을 가지면서 만들어졌다.
시에 있어서는 초보생들의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다소 거창한(?) 이름을 내걸게 된 사연도 특별하다. 처음 시를 짓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내가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근심과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허위의식 따위들과 정면으로 맞부닥쳐 보겠다는 의미에서다.
‘도전하기’에 다름 아니다. 지역에서 ‘중앙’이란 이름을 붙인 것을 두고 ‘객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에 머물지 않고 훗날 중앙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이름에 부여되는 의무감, 혹은 주위에서 쏟아질지도 모를 곱지 않은 시선에 정면으로 맞부딪혀 ‘이제는 실패를 맛봐도 얼마든지 낙관적일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매주 한 편씩 시를 짓고 발표하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 주일에 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 주일 내내 가슴속을 맴돌던 자신만의 시심이 세상 밖으로 토해져 나올 때 ‘망치 하나 들고 멍하니 서있던 자신’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갔다.
얼마전 산청에서 개최된 국제 펜클럽 경남위원회 행사와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열린 2002 토지문학제 등 문학관련 행사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시를 만나고 시인을 만나면서 시심을 키워갔다.
그리고 매월 한 차례 정도는 시인을 초청해 강의도 들으면서, 그들만의 시세계를 경험하는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
도서관장, 교사, 의사, 자영업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5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는 황규홍 회장은 “시는 머리로 쓰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고난한 삶의 밑바닥을 치고 올라온 시어들이 세상밖으로 뛰쳐 나올 때 비로소 좋은 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시짓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이런 시들이 우리 회원들 가슴 가슴마다 가득찰 때가 오리라고 확신합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금 중앙문우회 회원들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그것은 쉬지 않고 시를 계속 쓰는 일이다. 아직 면도할 필요가 없는 어린 나이에는 최악의 실패를 맛보아도 얼마든지 낙관적일 수 있지만, 어쩌면 시를 짓는 이들에게는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좌절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짓는 일이 세상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간혹 허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친 근심으로 마음속에 살고 있는 시의 성을 허물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이기도 하다.
중앙문우회 회원들은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찻집에 모여 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진실은 따분한 대로 오늘도 내일도 똑같듯이, 시를 사랑하는 마음도 변함없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