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근의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정순애 (진주시 가좌동)
이 책은 ‘장자’의 내편(內篇)에서 얻은 메모를 이해하기 쉽게 묶어 낸 철학 우화(寓話)이다. 우화 속의 인물은 삶이란 웃음과 울음이 겹치면서 돌아가는 수레바퀴와 같다고 말해주고 아무 것에도 걸림 없이 스스로 노니는 것이 자유(自遊)임을 일깨운다. ‘장자’는 무엇이든 있는 것이면 스스로 있는 것으로 본다. 스스로 있는 것은 자연이며, 자연은 자유이다. ‘장자’는 이 자연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방안이 답답하면 창문을 열어야 한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불편한 마음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편안하고 자유롭게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을 한 칸의 방이라고 친다면 ‘장자’는 시원하고 상큼한 새 바람을 넣어주는 창문 밖에 있는 자연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 멋에 산다는 고집 탓으로 못난 사람, 잘난 사람도 있게 되며, 난 사람, 된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장자’는 사람을 가려서 새 바람을 쏘이게 하지 않는다. 사람의 방 속에서 한 발짝 물러나 앉아 그저 편하게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할 뿐 심각해하지 말라고 이른다. 사는 것이 추운 겨울 같으면 따뜻한 새 바람을 불어주고, 사는 것이 찌는 무더위 같으면 시원한 새바람을 불어준다.
‘장자’는 인간을 자연인이 되게 한다. 우리는 모두 문화인으로 자처하면서 산다. ‘장자’는 그러한 문화인을 자연인으로 바꾸어 우리를 아주 새롭게 한다. 즉 인간을 자연이 되게 한다. 장자는 자연이란 ‘소의 네 발’이고, 문화란 ‘소의 코뚜레’라고 한다. 소의 네 발은 소를 얼마나 편하게 하며, 소의 코뚜레는 소를 얼마나 얽어매고 아프게 하는가. 인간이 문화인이라는 것은 장자의 편에서 본다면 인간은 저마다 코에 코걸이를 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장자’는 코뚜레를 걸고 사는 것을 유위(有爲), 두 발로 사는 것을 무위(無爲)라고 일러준다.
바쁜 일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자 바둥거리며 살다가 지치면 이 책을 자주 읽는다. ‘장자’는 지친 마음을 하염없이 자유롭게 하면서 아무런 걸림 없이 여행을 하게 한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무수한 말을 나누게 하면서 잃었던 ‘나’를 스스로 만나보게 한다. 현대인은 ‘나’를 강조하면서도 그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그래서 긴장하면서 지치고 따분하게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마음은 여행을 떠나서 새로운 바람을 쏘여야 한다. 장자는 마음의 산하를 밝게 하고 마음의 하늘을 자유(自由)롭게 날게 한다. 이것이 무위자연(無爲自然)이고 자유(自遊)이다. /정순애. 진주시 가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