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시인 9년만에 시집 '유리그릇' 출간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상옥 시인이 3번째 시집 ‘유리그릇’을 문학수첩사에서 냈다. 94년도에 낸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이후 9년만에 낸 시집이다.
“근자에 나는 불안한 몸으로 지탱하고 있는 나의 존재를 자주 노래한다. 육체와 정신과영혼-삼위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한 몸을 이룬 존재의 모순과 불안을 깊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유리그릇 같은 불안한 몸을 지닌 존재이기에 고려청자처럼 몇 생을 견딜 수 있는 예술작품을 꿈꾸는 것인가. 나는 시의 몸을 입고 오랫동안 살아남기를 꿈꾸는 것일까”
시인은 개인적 불안심리를 이번 시집에서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시인 개인 심리의 등가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중년 남성들의 집단무의식의 불안심리까지 환기키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그릇이냐/현미경으로 비추면 실금으로 가득할 그대여/매일 새 금이 죽죽 그어지고 있는 그대여/펄벅이‘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운위할 때/사람들은 더러 ‘성숙’이라는 고상한/테제(These)를 투영하기도 하더라만/뭐라고 하든 아직 지탱하고 있는 것이 고마워라/슬픈 몸으로 오늘 하루를 건너고 있는 것이 고마워라/언젠가 깨어져 쏟아질/그 몸으로/생각하고/시를 쓰고/아이의 아비고/노모의 아들이다/아직, 흩어질 수 없이 단단히 죄는 불안한 몸이여(유리그릇에 관한 명상)”
작가의 시선은 불안한 몸에 머물고 있으면서, 또한 시대의 아픔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승복 시인(홍익대 교수)은 “그는 세계를 바라봄에 있어 스스로에게 냉엄할 것을 종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모습만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인은 오히려 따뜻한 시인으로, 아니면 가슴 아픈 상실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익숙해져 있다”며“이것이 이상옥 시인의 생래적인 세상 바라보기 방식일 수도 있지만, 그가 삶의 방식으로 그리고 시 쓰기의 방식으로 길들여 온 그만의 태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정일근 시인도“슬픔의 정수가 한 권의 시집을 만들었다. 잠시 잠깐이면 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유리의 몸으로 가장 아름답게 가장 순수하게 가장 엄격하게 기도하는 시편들이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