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거동 고분군 미스터리

지난달 28일 진주시는 사적 164호인 평거 고려고분군(平居高麗古墳郡)을 사업비 15억7100만원을 투입해 2005년까지 원형대로 복원하고 주변 6만7645㎡(2만220평)의 부지에는 광장과 사당, 전망 테크 등 관람 및 교육시설을 건립해 시민들과 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역사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평거동 고려 고분군은 1964년 김원룡 교수가 ‘미술자료’ 제9집에 ‘진주 평거동 기년명 고려 고분군’이란 논문을 발표하여 이들 고분군에 대한 중요성과 사료적 가치를 학계에 보고 하였고, 이를 계기로 1968년 12월에 국가 사적 164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 고분군은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우선 아직도 학계에선 사적 지정 과정에서 검증이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김 교수의 최초 조사이후 학계에서는 더 이상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동안 고분군 피장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 고분군의 문제점 중 명문에 대한 논란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김 교수의 논문에서 ‘기년명(紀年銘) 고려고분군’이라고 표시했듯이, 고분의 명문(銘文)은 사적 지정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石岬山丁氏六塚辨’이란 글을 통해 묘에 새긴 글은 ‘추잡하고 괴상하여 불합리하다(鬼怪不成理)’라고 표현을 했으나, 김원룡 교수는 ‘고려 특유의 해서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글씨체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명문에 나타나는 관직명이 貞敬夫人, 貞夫人, 令人 등 조선시대 외명부 명칭이 보이고, 또 都承旨, 有明高麗國 등의 글자도 보인다. 도승지는 조선시대 관직명이며 ‘有明’은 ‘大明’의 뜻으로 ‘대 명나라’라는 의미인데, 고려시대 표기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문구이다.
평거 고분군은 학계에서 고려시대의 고분 양식을 고찰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되어 왔으나, 명문 등은 시대 상황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런 면에서 사적으로서 가치를 재검토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진주시의 주장대로, 이 사업이 완료되면 사적지로서의 문화재적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옥봉 가야고분군과 평거 고려고분군, 그리고 오방리 조선고분군으로 이어지는 역사성을 살려 산교육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약 고분군 정비후 학계의 관심을 끌어 많은 조사 보고서가 나오고, 그 가치가 지금만 못하게 되면 진주시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강동욱  기자 <kang@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