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스님들의 일상생활
<산문, 치인리 십번지>
 해인사 스님들의 일상생활을 유쾌하게 풀어놓은‘산문, 치인리 십번지’(도서출판 열림원 刊)가 나왔다.
해인사에서 발간하는 월간 ‘해인’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진스님이 산중에서 살아가는 스님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다.
책에는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님들의 내밀한 속내까지 드러나 있어 흥미진진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은 부처님이 밉다고. 당신은 결혼도 해보고 자식까지 낳아보았으면서 젊은 우리만 독신을 강요한다고. 어디 그뿐인가.
여자를 조심하라고 해놓고선 절에는 온통 여자 신도밖에 없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해인사 스님들도 국방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군복무를 마치고 출가한 젊은 스님들의 경우 법으로 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예외없이 예비군 훈련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래서 예비군 훈련을 받는 날 해인사 풍경은 이채롭다. 승복입은스님보다 군복입은 스님이 더 많다. 해인사 스님들의 사격솜씨는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 화두에 집중하는 힘을 목표물에 명중하는 힘으로 전환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해인사의 축구 실력은 유명하다. 전용 운동장을 갖추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잔디 구장으로 바꾸었다. 해인사의 축구 역사는 꽤 오래됐다. 이미 입적한 영암 스님이 1960년대에 주지를 하던 때 스님들의 체력 보강을 위해 처음 시작했는데, 이제는 해인사 스님들의 대표적인 운동 종목이 됐다고 한다.
해인사 스님들도 자동차를 몰고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인터넷을 즐긴다.
저자가 최신형 모델 40화음 핸드폰으로 바꾸고 겪은 일화 한 토막.
“이 핸드폰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화가 올 때는 각기 다른 멜로디가 울리도록 설정할 수 있다. 새 핸드폰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 신도들 앞에서 싱글벙글하고있을 때 전화가 울리는데 멜로디 때문에 기절할 뻔했다. ‘여보~전화 받아요~’” 해인사 음식 문화에도 패스트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음식인피자와 햄버거가 차담(茶談)으로 오르내린다고 한다. 젊은 스님들일수록 이런 음식을 더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세속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한다.
해인사는 산불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소방훈련은 해인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수행중 하나가 됐다. 산중에 불이 났다는 비상벨이 울리면 학인스님들은 하던일을 멈추고 군대의 ‘5분 대기조’ 출동하듯 트럭에 올라타고 산불 발생지역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저자는 빨래하고, 음식 만들고, 문풍지 바르고, 김장하고, 고무신 닦고, 자동차운전하는 것 등 산중생활의 모든 게 수행과 깨달음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절집 사람들이 먼 시대의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4쪽. 8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