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제
박동선
산천의 맑은 기운/논낭자로 태어나서/빙옥 같은 자질이오/상설 같은 마음이라/천생에 고운 몸이/노류장화 같을 손가/시운이 불행하여/임진년을 당하오니/늠름충절 삼장사는/일배소지 남강수라/불쌍하다 육 만인이/일일병명하단 말가/……. 이리하여 의기 논개는 의암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 물에 풍덩 뛰어들어 순절하였으니 그 충절이 만고에 빛나게 되었다.
▼경종연간에 조정에서 논개의 순절을 크게 찬양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이에 따른 모든 명칭에 의(義)자를 하사하여 논개가 순절한 바위를 의암이라 부르는 동시 강의 석벽에 일대장강천추의열(一帶長江千秋義烈)이라는 여덟 자의 명을 새겨 논개를 의기라 고쳐 불렀으며 논개사(論介祠)를 의기사(義妓祠)라 새로 이름지어 강 위 언덕에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고종연간에 진주 목사 박원 정현석이 재임 중에 진주병사와 더불어 사당을 다시 중건하고 동시에 의암별제를 지내게 하였다. 경술국치로 의암별제는 중지되었다가 최근년에 이르러 다시 복원돼 진주문화예술의 꽃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논개제는 먼저 논개의 충절과 높은 정신을 추모하는 진혼제에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박원이 창안한 의암별제와 의암별제가무도 제례에 기본을 둔 진혼 별제였다.
▼논개제를 축제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금년 논개제에 맞물려 개최되는 아·태 경제협력체 관광실무그룹회의에 참석하는 외국인사들로 하여금 논개와 계사년에 옥쇄한 육만 원혼을 달래는 진혼제의 진면목을 보고가게 해야 한다. 논개제를 한다면서 축제분위기를 익히고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논개제는 유등제와 개천예술제 등 축제와는 엄연히 다른 행사다. 논개제는 진혼제일 뿐 아니라 위령제다. /박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