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윤효진 교수 ‘효행록’ 번역 출간
 
조선시대 세종이 경연에 나갔다가 진주에 사는 김화(金禾)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여러 신하들을 소집하여 효도와 우애를 돈독히 하고 풍속을 후하게 이끌도록 할 방책을 논의하게 했다. 이때 판부사 변계량이 “‘효행록’등의 서적을 널리 반포하여 항간의 영세민으로 하여금 이를 항상 읽고 외게 하여 점차로효제와 예의의 마당으로 들어오도록 하소서” 라고 아뢰었다.
그로부터 500여년 뒤. 명문대 학생이 아버지를 해치고, 심지어 모 대학의 교수가 부모를 해치는 일 등이 또다시 일어나고 있다.
‘효행록’이 다시 필요한 세상인 것이다.
경상대학교 윤호진 교수가 효행이 절실한 이 시대의 윤리지침서가 될만한‘효행록’을 번역해 출간했다.
‘효행록’은 조선조 들어와 권근에 의해 1405년에 간행된 책으로 중국의 효자 64인에 대한 소개와 찬양한 내용이 실려있다.
이 책에는 24인의 효자를 소개하는 24편의 글과 40명의 효자를 소개하는 38편의 글이 기본으로 되어있다. 24편은 고려 후기 세도가인 권준이 엮은 뒤 이제현의 찬을 붙이고 그림을 그려서 아버지께 올린 것이고, 38편은 아버지 권보가 아들의 뜻을 가상히 여겨 추가로 엮은 뒤 역시 이제현의 찬을 붙인 것이다. 여기다가 권보의 증손인 조선 초기 학자 권근이 평설을 붙인 것이다.
이 책은 비록 현대인의 안목으로 볼 때는 그 내용이 우리나라 것이 아닌 중국 효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내용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효행을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읽기에는 적절치 않고 부족하며 아쉬운 점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는 우리 선현들에 의해 재편집되고 재평가된 것으로 고려 후기부터 조선초기까지의 사대부들의 효사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윤호진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이치는 변함이 없다. 비록 수직적인 것이 수평적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변할 수 없는 것이다. 예전의 수직적인 사회에서 부모자식간의 관계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명하고 아들은 이에 복종하는 일방적인 구도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근간이 되는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하향 상향이 조화를 이루는 쌍방내지는 양방적인 관계이다.이는 사회가 수평적이던 수직적이던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사회적 관계는 대등하게 바뀌었더라도 부모의 큰 사랑에 대해 자식들이 보답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수없기 때문”이라며 “세종이 효행을 장려했던 때보다 더욱 효행이 절실한 이 시대에이 책의 필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모쪼록 이 책이 사회 윤리 지침서가 되어 세대와 세대를 따뜻하게 이어주어서 좋은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경인문화사 간행 235쪽 1만4000원